헤어진 애인을 좋게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도 만날 땐 나한테 잘해줬어."
"그 사람을 만나서 내가 많이 성장했어."
분명 잘 지내던 사람과 헤어질 만한 이유가 있었을 텐데, 끝이 아름다우면 모든 과정이 아름답기라도 한 것처럼 상대의 좋은 점을 찾아 주려고 하죠.
관계 속에 있을 때는 상대를 오해하는 때가 많습니다. 친밀한 관계 속에서 너무 가까워서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때는 자신의 욕심이 앞서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죠. 헤어진 후에야, 멀어진 후에야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게 되는 경우도 있단 말이죠.
저에게 스타벅스가 그런 존재입니다. 분명 성격이 안 맞아서 헤어진 전남친인데, 헤어지고 보니 장점도 많은 친구였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직원의 입장이 아니라 고객의 입장으로 본 스타벅스의 매력이 있습니다. 스타벅스 퇴사자가 말하는 스타벅스의 매력 포인트를 읽어 보실래요?
제 근황이 궁금한 분들이 있겠죠? 스타벅스를 퇴사한 후 대구에서 1달 지내며 로스터 자격시험을 치고 커피 브루잉과 센서리 수업을 들었습니다. 지금은 서울에서 지내며 디지털 마케터 교육을 듣고 있습니다. 왜 갑자기 이쪽 진로로 넘어오게 되었는지는 다음 글로 알려드릴게요. 참고로 네이버 블로그에는 교육 후기를 연재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구름조각의 네이버 블로그에 들러주세요.
요즘 매일 아침 7시 스타벅스에 방문해 2시간 정도 책도 읽고 생각도 정리하다가 9시쯤 교육장으로 갑니다. 이 아침 시간이 저에게 큰 영감을 주고 몸과 마음을 살피게 해주는 리추얼(Ritual)이 되었어요. 잠을 깨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아침 7시에 여는 카페가 드물어요. 조용한 아침 쾌적한 환경에서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 참 소중합니다.
구로 디지털역 근처에서 수업을 듣는데 인근에 5개 정도의 스타벅스 매장이 있습니다. 구로라는 이름을 붙인 것만 찾아도 구로 호텔, 구로 디지털 타워, 구로 에이스, 구로 디지털로, 구로 하이엔드 지점이 있어요. 매장이 달라도 브랜드는 하나로 인식되기 때문에 어딜 가도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으로 느껴져요.
하나의 브랜드에 매장 선택지가 다양하다는 점은 고객에게 환경에 대한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스타벅스 매장이라도 A매장은 조명이 어두워서, B매장은 좌석이 불편해서, C매장은 주차장이 좁아서 불만일 때가 있죠. 한 매장에 화장실, 좌석, 주차장 등의 모든 조건을 최적화할 수 없다면 각 장점이 있는 매장을 인근에 여러 개 내는 것도 방법입니다.
1. A매장은 조명이 어두워도 의자가 편하다.
-> 아늑한 분위기를 선호하거나 오래 대화를 나눌 고객이 선호
2. B매장은 좌석은 불편해도 주차장이 넓다.
-> 차량 이용 고객이 선호
3. C매장은 주차장이 좁아도 조명이 밝다.
-> 카페에서 독서나 공부를 하는 고객들이 선호
한 지역에 스타벅스 A, B, C 매장이 있으면 고객들의 필요에 따라 각 매장을 선택하게 되겠죠? 스타벅스 입장에서는 어딜 가든 '우리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인 셈입니다.
스타벅스 파트너로 일할 때나 퇴사한 지금이나 '스타벅스 커피는 맛없다'라고 생각합니다. 퇴사 후 커피 로스팅과 브루잉 센서리 공부를 한 후로 커피 맛에 대해서는 더 까다로워졌어요. 섬세한 향미와 맛을 구분하게 된 만큼 스타벅스의 에스프레소가 아쉬워요. 그럼에도 매일 아침 스타벅스를 방문하는 이유는 뭘까요?
스타벅스의 장점이라면 매장의 분위기가 일관되어 ‘예측가능한 안정감’을 준다는 것입니다. 메뉴나 음료의 퀄리티도 거의 일정하고 파트너들의 서비스도 '예측 가능한 선'에서 친절합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딱 스타벅스의 서비스 말이죠.
스타벅스를 퇴사한 지금, 헤어진 전남친을 추억하듯 이렇게 말해 봅니다.
"그래도 일할 때 좋은 경험을 많이 했어."
"스타벅스에서 일하면서 내가 많이 성장했어."
그렇다고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은 전남친같은 스타벅스입니다.
P.S.
매일 아침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스토어케어로 파트너에게 매세지를 보내요.
"친절하게 응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타벅스 파트너들은 이런 매세지 하나에 힘을 낸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