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는 어떻게 기자가 되었을까?
저는 기자입니다.
얼마 전까지 스타트업의 브랜드 매니저로 일했지만 기자로 직무변경 했습니다. 2023년에만 바리스타, 마케터, 기자라는 직업을 거쳤습니다. 참 다사다난한 한 해였네요.
요즘은 새로운 직장과 직업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마음에 여유가 생겼으니 늘 그렇듯 브런치에 근황과 새롭게 배운 것을 나누려 합니다.
언론정보학 전공도 아니고, 기자는커녕 잡지사 경험도 없던 제가 어떻게 기자가 될 수 있었을까요? 그동안 브런치와 SNS에 써온 글이 포트폴리오의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면접에서 "기자는 글 쓰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기자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요? 기록할 기(記)와 놈 자(者). 쉽게 말해 기록하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글쓰기는 기자의 업무에서 아주 일부에 불과합니다.
입사 후 가장 먼저 배운 것은 가치 있는 정보를 선별하는 일이었습니다. 각종 인터넷 매체에서 기사가 쏟아지고, 기업과 단체마다 보도자료를 보내고, 검색만 하면 학술자료도 열람할 수 있는 세상에서 너무 많은 정보는 오히려 독이 됩니다. 피로감만 쌓이는 정보 공해나 다름없죠.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정보를 가려내야 독자의 알 권리를 지켜줄 수 있습니다. 매체의 주요 독자가 누군지, 어떤 정보를 가치 있게 여기는지 알고 그에 맞는 정보를 전달해야 합니다.
블로그나 SNS 글쓰기는 주관과 취향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 부작용으로 온라인에는 사실과 의견이 뒤섞여 합리적인 근거 없이 편향된 주장만 넘쳐날 때가 많죠. 과장된 이미지와 현란한 수식어로 범벅인 광고도 많습니다. 그러나 기사는 객관적이고 간결해야 합니다.
제 첫 기사에서 들었던 피드백은 "수식어 다 빼라"였습니다. 필요 없는 형용사와 부사는 모조리 지우고, 주관적 판단도 지워야 했습니다. 정확한 단어와 쉽게 읽히는 문장, 객관적 사실만 남기고 나니 기사 절반이 사라지더군요.
기자 업무의 핵심은 직접 현장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서 기사의 재료를 구하는 취재입니다. 정보가 누구의 입에서 나왔고, 어떤 자리에서 언급되었는지, 이 정보가 누구에게 중요하고, 산업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지... 이것을 현장에서 판단하고 사실관계를 검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정보가 사실인지 확인하고 인과관계를 정리한 후 영향력을 가늠하면 기사 작성은 금방 끝납니다. 기자에게 글쓰기란 깊이 있는 정보를 쉽고 오해 없이 전달하는 도구입니다. 따라서 기자의 일은 글 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취재를 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독자는 기사로 기자의 역량을 평가합니다.
첫 한 달 동안 단어와 맞춤법, 문장부호부터 다시 공부해야 했어요. 습관처럼 쓰던 문장을 고쳐야 했고 주어와 서술어가 서로 어울리는지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습니다.
노력 덕에 SNS에서 팔로워 중 한 명이 제 글을 "농도 짙은 글"이라고 표현해 주었습니다. 간결하면서 읽기 쉽고 짧은 글 안에 많은 뜻을 품고 있다는 뜻으로요.
이제는 자신 있게 저를 '글로 밥 먹고 사는 사람'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