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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Jan 24. 2024

기자는 글 쓰는 사람이 아니다

바리스타는 어떻게 기자가 되었을까?

저는 기자입니다.


얼마 전까지 스타트업의 브랜드 매니저로 일했지만 기자로 직무변경 했습니다. 2023년에만 바리스타, 마케터, 기자라는 직업을 거쳤습니다. 참 다사다난한 한 해였네요.


요즘은 새로운 직장과 직업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마음에 여유가 생겼으니 늘 그렇듯 브런치에 근황과 새롭게 배운 것을 나누려 합니다.


언론정보학 전공도 아니고, 기자는커녕 잡지사 경험도 없던 제가 어떻게 기자가 될 수 있었을까요? 그동안 브런치와 SNS에 써온 글이 포트폴리오의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면접에서 "기자는 글 쓰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기자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요? 기록할 기(記)와 놈 자(者). 쉽게 말해 기록하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글쓰기는 기자의 업무에서 아주 일부에 불과합니다.


중요한 정보를 선별하는 일

입사 후 가장 먼저 배운 것은 가치 있는 정보를 선별하는 일이었습니다. 각종 인터넷 매체에서 기사가 쏟아지고, 기업과 단체마다 보도자료를 보내고, 검색만 하면 학술자료도 열람할 수 있는 세상에서 너무 많은 정보는 오히려 독이 됩니다. 피로감만 쌓이는 정보 공해나 다름없죠.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정보를 가려내야 독자의 알 권리를 지켜줄 수 있습니다. 매체의 주요 독자가 누군지, 어떤 정보를 가치 있게 여기는지 알고 그에 맞는 정보를 전달해야 합니다.


객관적 사실을 보도하는 일

블로그나 SNS 글쓰기는 주관과 취향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 부작용으로 온라인에는 사실과 의견이 뒤섞여 합리적인 근거 없이 편향된 주장만 넘쳐날 때가 많죠. 과장된 이미지와 현란한 수식어로 범벅인 광고도 많습니다. 그러나 기사는 객관적이고 간결해야 합니다.


제 첫 기사에서 들었던 피드백은 "수식어 다 빼라"였습니다. 필요 없는 형용사와 부사는 모조리 지우고, 주관적 판단도 지워야 했습니다. 정확한 단어와 쉽게 읽히는 문장, 객관적 사실만 남기고 나니 기사 절반이 사라지더군요.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일

기자 업무의 핵심은 직접 현장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서 기사의 재료를 구하는 취재입니다. 정보가 누구의 입에서 나왔고, 어떤 자리에서 언급되었는지, 이 정보가 누구에게 중요하고, 산업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지... 이것을 현장에서 판단하고 사실관계를 검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정보가 사실인지 확인하고 인과관계를 정리한 후 영향력을 가늠하면 기사 작성은 금방 끝납니다. 기자에게 글쓰기란 깊이 있는 정보를 쉽고 오해 없이 전달하는 도구입니다. 따라서 기자의 일은 글 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취재를 하는 것입니다.

사진=픽사베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독자는 기사로 기자의 역량을 평가합니다.


첫 한 달 동안 단어와 맞춤법, 문장부호부터 다시 공부해야 했어요. 습관처럼 쓰던 문장을 고쳐야 했고 주어와 서술어가 서로 어울리는지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습니다.


노력 덕에 SNS에서 팔로워 중 한 명이 제 글을 "농도 짙은 글"이라고 표현해 주었습니다. 간결하면서 읽기 쉽고 짧은 글 안에 많은 뜻을 품고 있다는 뜻으로요.


이제는 자신 있게 저를 '글로 밥 먹고 사는 사람'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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