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과언니 Mar 31. 2022

그런 말 마세요 좀..그래 보여요

미세먼지의 또 다른 영향이 당신의 눈을 가린 거예요

그냥 무심히 지나갔으면 될 것을 공중으로 흩어지는 말을 굳이 귀에 담고서는 하루 종일 불편해한다. 

지하철 플랫폼에서, 거리의 카페에서, 삼삼오오 식당에서 익명의 대중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말들은 뭉치고 뭉쳐서 흩어지고 마는데 꼭 몇몇 말들은 내 그물에 걸리고 만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일상적인 무표정으로, 나와 상관없는 이들의 말임으로 무심히 지나갔다. 그러나 내부는 왁자지껄, 야단법석 난리가 난다. 마치 드라나마 영화에서 소심한 주인공처럼 말이다. 주인공은 상사의 요구에 불만이 있으면서도 그저 "네" 했으면서 마음속으로는 서류뭉치를 내동댕이 치며,  "이제, 이 회사 그만두겠습니다!"랄지 "보자 보자 하니까 저도 할 말은 하겠습니다!"랄지 상상 속 사이다 장면을 그려낸다. 나 또한 위로차 나를 위한 사이다 장면을 얼른 상상해낸다.


상상 속 나 : (지나치다 말고 정색한 표정으로) 저, 이 보세요.

막말 익명인 : (떠들다 말고 의아하게 쳐다보며) 저요? 저 아세요?

상상 속 나 : (한 껏 도도하고 자신감 넘치는 당당한 눈빛을 뿜으며) 실례지만, 지나가다가 참견을 안 할 수가 없어서요. 좀 전의 그 말, 취소하세요. 아주, 굉장히 무식해 보이거든요. 그리고 지구에 사과하시죠.


'좀 멋지다' 싶게 상상을 하고 나니 마음이 살짝 진정이 된다.

겨울과 초봄은 춥다. 춥고 쌀쌀하다. 물론 그 추움에는 다 이유가 있어서 어떤 때는 참을 만 하지만 어떤 때는 내가 오늘 몇 겹을 껴입었는지로 위안을 삼을 만큼의 추위를 마주할 때도 있다. 삼한사온은 옛말이 된 지 오래고, 어느새 매년 겨울이 어떨지 예측이 안 되는 상황에 이른 것 같다. 일반인인 내가 이러니 기후학자나 환경운동 활동가들은 굉장히 심각하게 인식할 것이다. 


몇 해 전, 외국 어떤 나라의 대표되는 이가 "지구 온난화라고? 겨울이 이렇게 추운데?"라는 말을 하였다. 그런데 이런 말을 날씨로 화두삼아 이야기를 나눌 때면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네, 그게 지구온난화 때문에 겨울에 한파가 몰아닥치게 된 거라고 해요" 

라고 최대한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이미 나는 알고 있지만 나도 들어서 알게 된 것처럼 에둘러 말할 때가 있다.

또는 "1도가 오르네 어쩌네 난리던데, 별로 많이 더워진 것 같지 않지 않아?"라고 말을 하는 이도 가끔 있다.

"네, 그게 미세먼지 때문에 실제 오르는 것만큼 못 느낀다고 하네요" 

라고 또 조금 비겁하게 둘러 둘러 말 대거리를 하기도 한다.


지구 전반적으로 기후변화로 심각한 상태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긴 하다. 시중에 출간되는 책들 중에 기후나 탄소중립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중에 하나를 집어서 읽다 보면, 내가 지금 이렇게 한가롭게 책이나 읽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긴박감을 느낀다. 


늘어난 이산화탄소 때문에 지구 대기는 열을 더 간직하게 되고, 데워진 공기로 전반적인 대기흐름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그러던 중, 북극 상공 주변 공기가 급격한 온도차로 제트기류를 형성하여 기류의 쌩쌩함으로 북극 찬바람이 아래로 내려오는 걸 에어커튼처럼 좀 끊어줘야 하는데, 북극 대기가 더워지고, 온도차가 줄어들다 보니 제트기류도 약해지게 되고, 이 약해진 제트기류의 허술함을 틈타 북극의 냉기가 한 번씩 하강하여 무시무시한 한파를 한반도까지 맛보게 해주는 것이다. 


또한 대기의 불균형으로 대기 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다 보니 대기에는 미세먼지가 쌓이게 되고, 뿌연 미세먼지는 마치 구름처럼 태양 복사에너지를 반사하게 되어 우리가 느끼는 정도는 실제 기온이 오르고 있는 추세보다는 낮은 온도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내가 체감하는 정도로만 기후변화 심각성을 이해하는 것은 나 자신의 미래 생존을 위해서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 아닐 수가 없다.  


22세기가 오지 않는다고 극단적으로 말하는 학자들도 있다. 북유럽 어느 소녀는 청소년들을 이끌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외치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 샵도 하나둘 동네에 오픈하고 구청이나 주민센터에서도 포스터로 각종 교육강좌로 기후변화에 대한 잔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다음에는 에둘러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TMI로 말해줘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생각해보니 기분 나쁠까 살피고 예의를 지켜야 할 대상은 '기후 막말 주변인'이 아닌, '소중한 나의 지구'인데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공룡밥나무가 있는 길이라면 오케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