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게 매력적이지 않더라_

너무 늦은 미안해

by Contexter 혀


"너는 내게 매력적이지 않더라.


미안, 이런 말로 시작할 줄은 몰랐어.

그만큼 나도 널 기대했단 뜻으로 받아줘.

널 만나고 알게 된 건 아니야, 그저 다시 한번 되새겼지.


고립된 사람은 매력도 '매립'될 수 있다는 것을…." 할 수 없는 말中




고립은 고독과 다르다.

고립이 비자발적이고 부정적인 '단절'이라면, 고독은 스스로 선택한 긍정적인 '사유'의 시간이다. 고립은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지만, 고독은 성찰을 조건으로 우리를 성장시킨다.


외부의 강요로 빚어진 고립은 마음을 약하게 만든다. 그 안에서 공감과 유대는 사라지고, 몸과 마음은 서서히 무너진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면역 체계를 흔들고, 뇌는 이 단절을 통증으로 인식한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늘어나고, 심리적 고통은 어느새 신체적인 질병으로 번지기도 한다. 결국 관계의 부재는 자존감을 깎아내리며 우리를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다.



나 역시 그랬던 적이 있었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적, 세상의 시계와는 다른 속도로 흐르는 멈춰버린 시간 속에 갇혀 살던 때. 사실 누군가에게는 간절할 그 평온하고 반복되는 일상이, 당시의 내게는 나갈 길 없는 막다른 골목처럼 느껴졌다. 그 소중한 반복이 나를 닳게 만들고 있다는 죄책감, 나도 그들도 그러고 싶어 그랬던 건 아니었다.



"사실 나도 매력이 있진 않아. 매력이 있는 것처럼 연기했을 뿐이지.

자신감 있는 말투, 긍정적인 태도, 끊임없이 성장하는 듯한 밝은 모습.

나에겐 다른 세계가 있는 것 마냥 꾸며냈을 뿐이지.


왜냐고? 나는 너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었으니까.


내가 너를 만났을 때, 이 진심도 전했다면... 너는 지금 살았을까?" 할 수 없는 말中




고립은 외로움의 전제 조건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외로움과 고립을 혼용하지만, 사실 순서는 명확하다.

고립이라는 객관적인 결핍의 상태가 먼저 우리를 에워싸고,

그 적막한 환경 속에서 외로움이라는 주관적인 감정이 비로소 싹을 틔운다.


사회적 관계 망의 부재인 고립은 외로움을 불러일으키는 선행 요인이자, 피할 수 없는 통로다.



이제 '고립'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현대적인 공중 보건의 영역이 되었다. 다행히 사회적 움직임도 시작되고 있다. 서울시는 2025년부터 '외로움 안녕 120'이라는 24시간 콜센터와 고립 예방 센터를 통해 고위험군을 위한 맞춤형 지원을 확대한다고 한다.

고립이라는 벽을 허물어, 그 뒤에 숨은 외로움까지 돌보겠다는 신호다.


그 신호가 닿는 곳마다, 켜켜이 쌓인 시간 속에 묻혀있던 개인의 가쁜 숨이 편안해지길 바란다.





매립된 것은 사라진 게 아니다. 잠시 덮여있을 뿐이다. 고립된 시간 아래 묻혀버린 그 진짜 매력은, 바람이 부는 시간이 오면 조심스럽게 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너의 마지막 계절일 줄 알았더라면. 그저 바람이 불기 만을 기다리던 나의 후회는 이제 할 수 없는 말이 되었다.


너의 마지막 계절을 보며 나는 깨달았다. 고립은 타인이 나를 가두는 벽이기도 하지만, 스스로가 자신의 가장 빛나는 조각들을 가방에 담아 깊숙이 매립해 버리는 절망이기도 하다는 것을.



"너는 언젠가 내게 말했지. 내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그 대화가 사는 내내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그게 너를 살게 하던 하나의 숨구멍이었다는 걸, 나는 너의 마지막 계절을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비록 너의 마지막 계절을 붙잡지는 못했지만, 네가 남긴 그 말은 이제 내 안에서 바람이 되었다. 미안해 그리고 편히 쉬렴." 할 수 없는 말 中




4. 질문이미지.jpg


"바람이 불어 사막의 흙먼지 속에서

드러난 오래된 가방 하나.

그 가방을 열었을 때,

당신은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길 바라나요?"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