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아~ 진실이 봤니?

이별하는 법

by Contexter 혀

내 기억 속 '공유현실'을 나눈 친구가 이 이야기를 들려준 때부터, 나는 이 논리적 가설을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 그리고 이제 나는 이 가설을 아이들에게 데이터로 전달한다.


"한 남자가 주차장에서 커다란 돌을 들고, 남의 차량 유리를 파괴하려 한다. 이 장면을 목격했을 때, 너희는 이 남자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니?"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도덕적 심판을 내린다. "범죄예요!", "나쁜 사람이에요!" 아이들의 판단은 눈에 보이는 물리적 결과, 즉 '가시적 사실(Visible Fact)'에 근거한다. 유리가 깨진다는 결괏값은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 맥락(Context)이라는 변수를 주입하면 결과는 정반대로 뒤집힌다.


"사실 차 안에는 폭염 속에서 질식해 가는 아기가 있었다. 남자는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해서라도 생명권을 구제하려는 '진실(Truth)'을 수행 중이었다."

_정답이라고 믿었던 사실이 나를 배신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보이지 않던 것을 보기 시작한다._


아이들의 표정은 뭉크의 그림처럼 일그러진다. 자신이 내린 확신이 정보의 결핍에 의해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 깨닫는 찰나다. 하지만 나는 차마 웃을 수 없었다. 나 또한 이 '확신의 함정'에 빠져 가짜 뉴스를 직접 배달한 공범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 배우의 비보를 담은 영상을 접했을 때, 나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부모님께 그 소식을 전하며 함께 슬퍼했다. 자극적인 자막과 영정 사진이라는 '데이터'는 너무나 선명한 사실처럼 보였다. 하지만 곧 그것은 조회수를 노린 악의적인 가짜 뉴스로 밝혀졌다.


나를 속인 것은 정보의 부족만이 아니었다. "설마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하겠어?"라는 나만의 선량한 세계관, 즉 내가 가진 '진실의 프레임'이 가공된 사실을 필터링 없이 통과시켜 버린 것이다. 내가 믿고 싶은 선함의 기준이 오히려 눈앞의 진실을 가리는 눈가리개가 된 셈이다.



우리는 '사실'이 모여 '진실'이 된다고 믿지만, 사실은 진실의 파편일 뿐이다. 파편만을 보고 전체를 재구성하려는 시도는 필연적으로 '인지적 오류'를 낳는다. 내가 본 것이 진실이라고 믿는 순간, 나의 세상은 그 왜곡된 파편의 크기만큼 좁아지고 만다. 우리는 매일 아침 자신만의 편향이라는 안경을 닦으며, 그 왜곡된 시야가 주는 가짜 확신에 안주한다.


뇌의 경제성과 생존 본능 나 역시 이 편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생물학적으로 나의 뇌는 두 가지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


첫째, 나의 뇌는 게으르다. 진실의 복잡한 맥락을 추적하는 데 드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이미 익숙한 고정관념과 오류를 선택하는 '휴리스틱(Heuristics)' 전략을 취한다.


둘째, 나의 뇌는 겁쟁이다. 새로운 정보나 변화를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도전'보다는 익숙한 '방어'를 택한다.


결국 나는 내 뇌가 설계한 최적의 생존 효율 시스템인 셈이다. (최적은 아닌가? 왠지 자주 절전 모드가 가동되는 내 뇌는 최저의 효율 시스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나의 뇌가 아니다(You Are Not Your Brain)"


주체와 객체의 분리, 비로소 이별

성장을 갈구하는 주체적 자아와 안전한 고립을 원하는 생물학적 뇌 사이의 괴리감은 나를 끊임없이 짓누르는 논리적 모순이었다. 하지만 지독한 자기 객관화의 노력과 운이 겹쳤을 때, 나는 비로소 나의 뇌를 나와 분리하는 '메타인지'의 순간을 맞이했다.


'지금 느끼는 이 공포는 실재하는 위협이 아니라, 뇌가 보낸 과잉 방어 신호다.' '내가 내린 이 판단은 진실이 아니라, 뇌가 에너지를 아끼려고 만든 편향된 지름길이다.'


나의 뇌를 객체로 바라보기 시작하자, 뇌가 강요하던 인지적 오류의 성벽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뇌의 명령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던 '나'에서 벗어나, 뇌의 신호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나'로 진화하는 순간이었다. 비로소 나는 내가 믿어온 '가짜 확신'들과 작별했다.


안개는 걷히고, 나는 이제야 호흡의 주도권을 되찾았다.






당신의 뇌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 한 걸음 물러서서 그 이야기를 하는 과잉보호하는 경호원인 (뇌)를 관찰하십시오. '아, 내 뇌가 지금 불안 시나리오를 쓰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리는 그 순간, 당신은 생물학적 기계의 반응에서 벗어나 선택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 」

" 당신의 선량한 마음이나 단단한 확신이, 오히려 진실을 가로막는 눈가리개가 되었던 적은 없었나요? 오늘 당신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그 일 뒤에, 아직 읽지 못한 어떤 '맥락'이 숨어있을까요?"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