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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cgirl Oct 02. 2016

D93. 에콰도르에도 아마존이 있다

Part1.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라틴 아메리카_에콰도르


"에콰도르에도 아마존이 있대!"


다른 여행자들과 이야기 나누는 걸 즐기는 나는 자연스레 새로운 정보들을 얻어오곤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Y는 옆에서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경우가 더 많은데, 속으로는 '아... 가야 할 곳이 또 생겼구나.' 생각하며 한숨을 삼키는 때가 많다고 한다. Y는 여행 전 남미 루트를 만들어왔다. 물론 계획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나 때문에 그 루트대로 움직일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러나 놀랍게도 우리는 그 루트를 충실히 따라가고 있다. 중간중간 추가되는 곳이 조금 늘었을 뿐이다(라고 나는 주장한다).


남미의 지도를 펴놓고 주변 나라들과 비교해보면 에콰도르는 정말 작은 나라지만, 직접 와보니 산과 호수, 바다와 섬, 그리고 정글까지 없는 게 없다. 동쪽으로 콜롬비아와 페루와 맞닿은 국경지대는 아마존의 상류. 페루나 브라질의 아마존보다 덜 본격적(?)이면서 적은 시간을 들여 갈 수 있으니 아마존에 간다면 지금이 가장 쉬운 기회라고 그를 꼬셨다.


갈라파고스에서 나온 지 하루 만에 비행기를 타고 버스를 타고 다시 보트로 갈아타 쿠야베노 보호구역(Cuyabeno Wildlife Reserve)에 진입했다. 습한 정글의 기운이 온몸을 감싸고 동화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파아란 나비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말로만 듣던 아나콘다는 쿨쿨 잠을 자고 있다. 머리 위로는 원숭이들이 호잇 호잇. 바다사자들이 헤엄치던 섬에서 타잔이 튀어나올 것 같은 정글이라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정글 초입 한 구석에 자리한 친환경 로지에서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하긴 하지만 늘 전력이 부족하다.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 이외에는 개인적으로 전기를 쓸 수 없고 그마저도 비가 내리거나 해가 없는 날은 어렵다. 우리가 머문 롯지는 여행객이 사용한 물을 모두 정화해서 강으로 내보내는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들은 그냥 내보내기 때문에 친환경 숙소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가이드 루이스는 에콰도르가 작지만 가장 많은 정글 생명체들이 밀집된 지역이라고 설명한다. 브라질 정부가 아마존을 파괴하는 바람에 그곳 동물들이 점점 이쪽으로 이주해 오고 있는 까닭이다.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페루, 브라질의 아마존을 여행하며 가이드를 하고 있다는 그는 18살에 에콰도르와 페루 전쟁에 참전했었다고 한다. 덕분에 아마존 부족 출신이지만 스페인어, 영어, 그리고 독일어까지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대단한 건 매서운 눈과 예민한 귀로 멀리서도 어떤 새와 동물이 있는지 다 알아차리고 우리를 데려가는 능력이다. 망원경보다 훨씬 먼 곳까지 내다보는 그의 맨 눈은 어둠 속에 숨어있는 것들까지 샅샅이 찾아내고야 만다. 바스락거리는 우리의 발자국 소리를 지워내고 저 멀리 동물의 울음소리를 듣는가 하면, 우리의 낚싯바늘에는 꿈쩍도 안 하는 피라냐를 슥슥 잡아낸다. 도시에서 둔해질 대로 둔해진 우리의 감각으로는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다. 그가 옆에 없으면 정글에서 우리는 눈 뜬 장님이나 다름없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옆에 가도 거들떠보지 않던 갈라파고스의 동물들과 달리 정글의 동물들은 인기척만 들리면 도망을 가 버린다. 조심조심 움직여보지만 보고 싶은 신비로운 동물들은 금세 모습을 감추고 피하고 싶은 벌레들만 득실거린다. 보통의 눈으로는 찾을 수 없는 보호색, 강한 독성의 보호물질, 위장술, 이리저리 가지를 뻗어 마치 걷는 것처럼 자리를 옮기는 나무, 다른 나무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식물. 나무 한 그루, 개미 한 마리까지도 치열한 정글의 생태계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각자의 독특한 생존 방식을 가지고 있다. 아마존이 경계하는 건 비단 사람만은 아닌 것 같다.


치열한 세상,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고 있었을까. 독이나 힘은 없어도 괜찮다. 기왕이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파란 나비나 짝을 지어 헤엄치는 분홍 돌고래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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