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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cgirl Sep 28. 2016

우리도 몰랐다.

시작에 앞서


2012년 가을부터 2014년 여름까지 짝꿍과 함께 걸었던 지구 한 바퀴 반, 스무 달, 614일의 기록을 조심스럽게 펼쳐보려고 합니다.


여행 중 가족과 친구들에게 생생한 느낌을 전달하고자 조용히 블로그에 글과 사진을 올렸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틈틈이 그때를 추억하면서 블로그와 일기장, 여기저기 되는대로 적어두었던 글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아주 천천히요.


아니 그런데!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글들을 시간이 흘러 다시 읽어보니 너무 재미있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우리의 이야기라서 그랬겠지요.


흔히 사람들이 ‘세계여행’에서 떠올리는 화려한 여행기는 아닙니다. 수려한 글을 쓸 줄도 모르고, 여행 또한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멋진 풍경보다 더 궁금했던 것은 긴 여행의 리듬이었습니다. 여행 중에도 마찬가지였어요. 쏟아지는 여행 정보, 나에게는 없었던 스펙터클한 사건들에는 마음이 가지 않았습니다. 사진 속 그 여행지에 이르기까지 여행자로 살아가는 길 위의 시간들, 감동적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여행이 길어지면서 힘들고 짜증이 울컥울컥 올라오는 순간들의 이야기에 더 많이 위로받곤 했습니다. 


그래서 이 평범한 사람이, 담담하게 떠올린 길 위의 단상들이 삶에 지친 누군가, 여행을 꿈꾸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긴 여행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우리의 여정이 작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대충 일 년 한 바퀴 돌고 오자고 했던 여행에 반 바퀴가 더해지고 스무 달이 될 줄은 우리도 몰랐습니다. 첫 여행지는 남미, 그다음은 되는 대로!라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어느새 그 자리에 있을 뿐이었죠.


우리가 걷고 달린 순서대로 글을 연재할 생각입니다.


Part 1.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 라틴 아메리카

Part 2. 우리의 (없는 줄 알았던) 젊은 패기를 재발견하다 - 북아메리카 로드트립과 체리 픽킹

Part 3. 정말 그렇게까지 길어질 줄 몰랐던 캠핑 -  유럽

Part 4.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슬럼프 - 아프리카

Part 5. 가까워서 몰랐던 매력 - 아시아

Part 6. 바람이 데려다줘서 한 번 더 - 라틴 아메리카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적어놓고 보니 아무것도 모르고 떠났던 우리가 수많은 길과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왔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네요. 다른 것도 다 몰랐지만, 여행을 시작했던 라틴 아메리카로 다시 돌아가게 될 줄은 진짜! 절대! 네버! 몰랐거든요. 남다른 이유나 강렬한 사건이 없어도, 때로는 바보 같아도 우리 모두의 여행이 재미나고 빛날 수 있는 건 그래서겠죠. 지금 이곳의 삶 또한 마찬가지고요.


결국엔 이 연재도 나와 우리를 위한 것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부디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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