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고스 란티모스가 보여주는 역사의 사건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The Favourite, 2018)

by 이재경

우리나라에서 영국의 역사는 생소할지도 모른다. 영국이라는 나라는 먼 나라이기도 하고, 역사적으로 접점이 많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최근에는 미디어와 문화의 발전 통해 직, 간접적으로 소식을 알기가 쉬워졌고 드라마 및 영화 같은 영상물을 디지털로 접할 수 있는 시대이기에 과거의 어느 시절과는 사뭇 다를지도 모른다. 이전부터 영국의 역사들을 보여준 훌륭한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며 어떤 것들은 비로소 아카데미 수상을 통해 알려진 계기도 존재한다. 올 해 올리비아 콜먼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가 그랬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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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올리비아 콜먼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그녀를 오래동안 주목해서 본 배우였다. 성차별에 생각이 없는 독특한 경찰의 모습,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사건을 받아들이는 형사를 연기한 그녀를 기억한다면 훌륭한 배우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는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엠마 스톤. 그녀가 연기한 애비게일 메셤이라는 캐릭터의 행동이 영화 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영화 속 대부분의 장면은 그녀의 행동과 대사로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어떤 장면들은 영화 후반부를 흔들 정도로 중요하다. 그리고 그녀가 '여왕의 여자'로 되기까지 모습이 영화에서 주요하게 보여진다. 권력을 다투는 주변인들과 음모들에는 항상 그녀가 있다. 영화 속에 영향을 주는 주요 캐릭터를 연기한 엠마 스톤의 연기력은 개인적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아카데미에서 수상받지는 못했다. 물론 이 해에는 베리 젠킨스의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와 스파이크 리의 <블랙클랜스맨>이라는 막강한 작품들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다시 돌아가자면, 엠마 스톤이 사실상 스토리 중심을 끌고가는 덕분이라고 여기지만, 이 영화에 등장한 모든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하다. 올리비아 콜먼은 말기의 어린 아이처럼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괜한 질투를 하는 철 없는 앤 여왕을 말기의 모습까지 섬세하고 효과적으로 묘사를 했다. 그리고 레이철 바이스는 <더 랍스터> 이후 요르고스 란티모스 작품에 다시 등장하여 강렬한 인상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는 <더 랍스터>, <킬링 디어>의 감독 요르고르 란티모스의 블랙코미디 시대극으로 1700년대 영국 앤 여왕의 개인사를 그렸다. 당시 영국은 프랑스와 전쟁을 치르는 중이었고 왕실 내에서는 이에 영향을 주려는 당의 음모와 철 없어보이는 앤 여왕의 모습이 비추어진 사건들을 볼 수 있다. 영화 속의 대화와 분위기, 자연스러운 조명의 연출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작품 특유의 조용하면서 주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잘 묘사해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최근 작품들과 비교해서 보자면, <더 랍스터>나 <킬링 디어> 같이 장면의 상징을 은유하거나 무거운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존재하듯 이 영화에서도 각 챕터 별로 깔려있는 제목과 대화의 의미 심장함을 즐기면서 영화를 볼 수 있다. 다만 나는 일단 <더 랍스터>를 이 영화보다는 재미있게 보았던 것 같다. 다만 주된 의견은 역사 속의 인물과 해프닝을 마치 우리나라의 막장 드라마를 보듯이 즐길 수 있다는 것. 당신이 이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 속의 캐릭터를 어느 정도까지 감정적으로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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