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쓰는 편지 #1
원래 내일은 많이 기다렸던 날인데 지금은 아니야. 헤어지지 않았다면 우린 내일 미국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그런 내일이어서 많이 기다려졌는데, 내일이 되어도 너를 볼 수 없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 내일 내가 가야 했던 곳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었는데. 내일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나면 네 생각에 많이 우울해질 거 같아. 지금도 이게 꿈이 아닐까, 내일 자고 일어나면 우리가 헤어진 게 꿈이고 우린 미국에서 만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돼. 참 많이 보고 싶었던 너였는데 이제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 너를 볼 수 있는지 모른다는 게 너무 힘들다. 너도 나를 기다리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을 거 같네. 얼마나 지나야 나를 볼 수 있을까란 생각. 네가 이런 생각을 했을 거라고 떠오를 때마다 매일매일 나를 자책하게 되고, 내가 더 미워지는 거 같아. 너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만큼 너를 더 아껴주고, 위해주려고 했는데,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어. 그래서 더 후회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커지는 게 돼. 분명 내가 너한테 못해준 것도 많지만 잘해준 것도 많았을 거 같은데, 지금은 잘해줬던 게 하나도 생각이 안 나. 하나하나 전부다 못해준 것들만 생각이 나게 돼. 이제 여기서 딱 일 년이라는 시간을 더 보내야 하는데, 지금은 내가 일 년을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 년이 지난다 해도 네가 지금 나한테 가지고 있는 미움이나 실망감 같은 마음들이 사라질 수 있는지도 모르겠어. 그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너에게 다른 사람이 나타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들고, 나에 대한 좋았던 감정들까지 사라질까 봐 너무 걱정이 돼. 제발 좋았던 감정까지는 지우지 않고, 간직해줬으면 좋겠어. 만약 너와 내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우리가 이번에 못 갔던 미국을 함께 가고 싶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