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새우튀김을 올린 달맞이 국수
집 근처 마트 지하에서 두 마리 오천 원짜리 엄청나게 큰 새우튀김을 산다. 보통은 바로 먹어야 맛있지만, 오늘은 식어도 괜찮다. 따듯한 국물에 푹 담가 먹으면 식어도 맛있을 테니.
미리 냉침해둔 육수에 오늘은 마트에서 산 가다랑어 진액을 조금 첨가하고, 직접 만들어둔 메밀국수 장국으로 간을 하였다. 며칠 전에 구워 먹으려 샀던 표고버섯을 가볍게 채를 썰어 국물에 추가해주고 팔팔 끓이기 시작한다.
가볍게 삶은 메밀국수를 가지런히 그릇에 옮겨 담아 김을 넓게 깔아주고, 그 위에 날계란을 톡. 육수가 팔팔 끓기 시작하면 날계란 위로 조심스럽게 부어준다. 육수만으로 계란이 익을 정도의 뜨거운, 입천장이 까질 거 같은 뜨거운 육수를 모두 부어주면 가볍게 대파 고명을 살포시 얹어주고 표고버섯도 가지런히 올려준다.
마지막으로 바삭바삭한 새우튀김을 그릇에 걸쳐주고 노른자를 톡 터트린다. 터트린 노른자가 국물에 너무 섞이지 않게 면을 잘 감아 한입 먹어준다. 그리고 국물 한입, 새우튀김을 국물에 푹 담가 한입. 바삭하게 한입.
일본에서는 달맞이 국수(月見蕎麦)라고 해서 따듯한 메밀국수 위에 김과 날계란을 올려주고 뜨거운 육수를 부어서 흰자는 구름에, 노른자는 보름달에, 그리고 김은 밤하늘에 빗대어 즐기는 국수가 있다. 어릴 때 서서 먹는 메밀 국숫집에 가면 정말 가끔 먹는 메뉴였는데, 그 당시에는 무슨 맛인지 잘 몰랐다. 요즘에는 따뜻한 국물의 메밀국수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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