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과 생강으로 맛을 낸 오겹살 구이
간장과 미림 그리고 설탕을 섞어서 만든 국수장국용 간장을 한 국자, 그리고 다진 생강 반 스푼. 뜨거운 불판에 구워 먹으려고 샀던 오겹살이 조금 남아서 간장에 미리 재워두었다. 설탕이 들어 있는 간장이니 고기도 부드러워질 것이다.
냉장고에서 하룻밤 고기가 숙성되고, 저녁에 집에 오니 밥을 하기가 너무 귀찮아서 어쩔 수 없이 냉동 볶음밥 한 봉지를 꺼낸다. 간장에 재운 돼지고기는 갓 지은 흰쌀밥을 크게 한 숟가락 떠서 그 위에 큼지막한 고기 한 점을 얹어 왕하고 먹어야 하지만 요즘 냉동 볶음밥도 참 맛있다.
가볍게 참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을 뜨겁게 달구고 잘 재워진 돼지고기를 올려주고 바로 뚜껑을 닫아준다. 다닥다닥 소리와 함께 고기가 익기 시작하면 조금 더 두고 간장이 맛있게 타기 시작하면 한번 뒤집어 주고 다시 뚜껑을 닫아준다. 설탕과 미림을 머금은 간장은 열이 가해지면 보기 좋게 고기에 달라붙기 시작하며 윤기가 좌르르 흐르게 해 준다.
양배추를 채칼로 썰어주고 식초로 닦아준 방울토마토를 접시에 담는다. 오늘은 밥도 간이 되어있고 고기도 간간한 편이어서 드레싱을 생략해 주었다. 채를 썬 양배추 위에 잘 익은 돼지고기를 한입 크기로 송송 썰어 수북이 쌓아준다.
이쯤 되면 만능이라고 생각되는 메밀국수 장국 간장은 참 많은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돈가스에 자작하게 물과 간장을 섞어주고 거기 위에 계란을 풀어서 돈가스 덮밥을 만들 수도 있고. 오늘처럼 돼지고기를 재워두었다가 구워 먹어도 좋다. 가다랑어 육수와 다시마 육수를 차게 식혀서 메밀국수 장국 간장에 섞어서 냉 메밀국수를 해 먹어도 좋고. 진한 멸치육수에 간장을 섞어주어 따뜻한 가락국수 한 그릇을 먹어도 좋다.
원래는 양조간장만으로 만드는 장국용 간장이지만, 제주도에서 직접 구매한 각재기와 고등어가 들어간 어간장을 섞어주었기 때문에, 이 간장으로 생선조림을 해 먹으면 또 얼마나 맛있을까.
3ℓ 크기의 작은 항아리 가득 채워둔 간장이 반쯤 없어질 때면 다시 장국 간장을 만들어서 섞어주고 오래오래 두고 먹는 우리 집의 대물림 간장으로 만들어서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다.
#남편이밥해줬다 #내가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