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다름이 아니라.. 독서 교과서에 비문학 지문이 있는데, 이런 지문은 처음이라서요. 인공지능 관련 지문인데 퍼셉트론? 신경망 이론? 지도 학습? 심층 학습? 무슨 말인지는 대충은 알겠는데 문제 내기는 좀 조심스럽네요. 제가 제대로 이해를 못한채 문제를 만들 수는 없으니까요.”
세상에 국어 선생님만한 극한 직업은 없는 것 같다. 각종 비문학 지문의 해당 내용들을 제대로 이해해야 시험 문제를 제대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살펴보니 이런 내용이었다. 세상에.. 내용이 좀 고등학생들에게 과한 것 아닌가 싶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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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인 인공 신경망 모델인 퍼셉트론을 활용한 ‘기계 학습’이 기술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그것이 대부분의 컴퓨터에 활용되지는 않았다. 퍼셉트론의 한계 때문이다. 퍼셉트론은 보통의 컴퓨터나 인간이 쉽게 푸는 기본적인 논리 문제조차 제대로 풀지 못했으며, 퍼셉트론으로 학습할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층 퍼셉트론’이 제안되었다.
(중략)
심층 학습은 비지도 학습 방법을 사용한 사전 훈련 과정으로 데이터를 손질해 인공 신경망 최적화를 수행한다. 특징 추출부터 학습까지 알고리즘에 포함한 것이 심층 학습의 특징이다. 심층 학습은 연산 과정에 여러 층을 두어 컴퓨터 스스로 정보를 잘게 조각내어 작은 판단을 내리고, 그것을 종합해 결과를 내놓는다. 즉 심층 학습은 다층 구조의 신경망을 기반으로 하는 기계 학습의 한 분야로, 다량의 데이터에서 높은 수준의 추상화 모델을 구축하는 기법이다.. (후략)”
- 출처 :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 북카라반, 2016. (고교 독서 교과서 중)
"아, 인공지능에 관한 내용이네요. 지문 내용 한 번 차근차근 제가 한 번 설명드릴게요."
내용이 이 정도로 수준이 높고 어렵다보니 국어 선생님들이 수업을 위해 학습 공동체를 만들어 공부해야 할 상황이었다. 내가 인공지능을 공부하고 있다는 소식에 국어 선생님들이 지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물어보시며 확인을 하셨다. 이 후 문제 출제와 문항 검토, 선택형 보기까지 시험 기간 내내 감수를 하는 경험을 했다.
왜 인공지능의 어려운 내용인 지문이 고등학교 독서 교과서에 소개가 되었을까? 이제는 인공지능에 대한 내용이 상식이 되어야할 만큼 보편적인 관심사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 장에서는 ‘인공지능이란?’이라는 주제로 차근차근 설명을 해보고자 한다.
잠깐만, 도대체 인공지능이 뭐야?
인공지능은 사람만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판단, 생각, 학습 등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기술을 말한다.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최근에서야 두각을 나타내어서 그렇지 1990년 전후로도 꽤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실제 1991년의 세탁기도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를 붙인 채 홍보했는데, 기존의 세탁기가 물의 양, 빨래 시간 등을 사람이 일일이 정해줘야 했던 것과는 달리 빨래를 넣고 ‘버튼만 누르면’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이 정도 기능에 ‘인공지능’이라는 말을 붙이진 않는다.
인공지능 금성 OK세탁기 (1991)
이처럼 '이러한 것이 인공지능이다.'라고 하는 인식과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라는 말을 처음 세상에 꺼낸 사람은 누구였을까? 공식적인 용어는 인공지능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빈 민스키가 다트머스 회의에서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을 처음으로 했던 사람은 앨런 튜링이 아니었을까 싶다. 앨런 튜링은
"기계도 생각하는 거 아냐?"
라고 하는 그(The) 최초의 물음을 앨런 튜링이 1955년에 던졌다. 그는 제 3자가 대화를 보면서 그 대답을 한 주체가 사람인지 인공지능인지를 구분하는 '튜링 테스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튜링 테스트보다는 튜링이 도대체 무엇을 했길래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기계도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독일군이 개발한 암호 기기 Enigma.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이 에니그마를 해독하기 위한 앨런 튜링의 이야기이다.
1900년대 초에 독일군은 에니그마(Enigma)라는 암호기기를 발명했다. 이 기기는 사람이 만드는 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복잡한 단계를 거쳐 암호를 생성했다. 에니그마 이전에는 사람이 특정한 암호 기법에 따라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암호를 만들었다. 하지만 무선 통신 시대가 되면서 누구나 도청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암호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야 했다. 이에 독일군은 여러 가지 기계적인 장치를 이용해서 암호를 생성하고 해독할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해낸 것이다. 에니그마는 전쟁을 거치면서 점점 개량 되었는데, 가장 나중에 만들어진 에니그마의 경우 해독을 하려면 무려 159,000,000,000,000,000,000가지의 경우를 살펴봐야 할 정도가 되었다. 이렇게 복잡한 암호를 사람의 손으로 깨뜨리기란 불가능해졌다.
게다가 무선 통신 시대가 도래한 이 후암호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라디오나 무선 통신을 통해 전달되는 암호문은 적국에서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에니그마를 통해 엄청나게 복잡한 알고리즘을 통해 만들어진 암호문을 사람이 해독하는 것은거의 불가능했다. 암호를 해독하는데 필수적인 키워드는 매일마다 바뀌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하루 안에 사람 손으로 암호 해독을 위한 키워드를 찾고 에니그마의 조합을 찾아 해독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봄브(영화 중 크리스토퍼)를 살펴보는 앨런 튜링. 실제 요즘의 컴퓨터와는 다르지만 기계로 기계를 이긴다, 생각대로 움직이게 한다는 생각은 혁명적이었다.
너무나 경우의 수가 많은 암호문이 매일 생성하는 방법까지 바뀌는 암호를 사람의 힘으로 해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엘런 튜링은 이를 대응하기 위해 사람의 생각을 반영할 수 있고, 엄청난 속도의 계산 능력을 가진 기계가 필요했다. 그는 오랜 연구 끝에 시시각각 다양하게 변화하는 암호에 대응해서 작동 방법을 변경할 수 있는 봄브(Bomb)라는 암호 해독기를 만들어냈다. 봄브는 단순히 버튼 누르면 계산 결과를 보여주는 계산기 수준에 머무르지 않았고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다르게 작동했다. 비록 봄브는 지금의 눈으로 보면제약된 기능만 수행하는 기계였다. 하지만 봄브의 등장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생각을 구현해주는 기계’가 탄생을 의미했음을 의미했다.
이후 2차 대전에서 에니그마의 실패를 맛 본 독일군은 이전보다 더 복잡한 암호 기기인 로렌츠를 개발했고, 튜링은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콜로서스라는 기기로 대응했다. 콜로서스는 초당 약 5000개의 단어를 비교할 수 있었는데 이 속도를 바탕으로 로렌츠 암호를 해독해냈다. 콜로서스는 수학 논리에 따라 프로그램을 입력하고 그 알고리즘에 따라 계산 및 처리를 할 수 있는 최초의 컴퓨터였다. 아쉽게도 영국의 보안 정책에 따라 콜로서스는 폐기되었고 설계도도 사라졌으며 그러한 기계가 존재했다는 사실도1975년에서야 밝혀졌다. 그어는 사이 콜로서스보다 2년 후 개발된 애니악이 최초의 컴퓨터라는 칭호를 받게 되었다.
아마도 튜링은 봄브, 콜로서스를 개발하고 다루면서 기계가 사람이 시키는 대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을 것이다. 마치 내 말과 지시를 이해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 같고'기계가 생각까지 해줄 수 있는가?'를 고민했을 것이다. 그래서 1955년에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튜링 테스트를 내어놓았다.그리고 이 질문은 후대 64년 후 유진 구스트만이 최초로 이 테스트를 통과할 때까지 수많은 인공지능 연구자들의 숙제가 되었고, 인공지능 발전의 씨앗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