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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딩하는 수학쌤 May 10. 2021

18. 현실을 수학으로 가져오기 : 수, 기호, 벡터

[제3악장. idylle- 수학에서 인공지능으로]

수와 식 : 현실의 값들을 표현하는 도구

수학을 공부할 때 주로 만나는 대상은 숫자, 문자, 기호들이다. 예를 들어 

 y=2000-200x

라는 수식을 만났다고 가정해보자. 여기에는 200, 2000과 같은 숫자가 있고, =, -라는 기호가 있으며, x, y라는 문자가 있다. 물론 이러한 기호와 문자가 나오는 순간 그다지 반갑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늘 수업에서 교사는 칠판과 함께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학생들의 얼굴을 살피기도 하니까.


 이러한 기호나 식을 문제 풀이를 위해 많이 만나보았겠지만 사실 이때 만나는 식들은 마치 우리가 피아노를 처음 배울 때 손가락 자리를 연습하기 위해 설명해놓은 악보 같은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연습이 아닌 수학에서는 수와 식, 그리고 기호를 통해 ‘무엇인가’를 표현하고자 한다. 마치 ‘운명 교향곡’에서 웅장한 관악기 소리를 통해 운명의 신이 노크하는 것을 알리려고 했던 베토벤과 같은 마음이다.




 위의 그림을 한 번 살펴보자. 자동차 그림과 함께 그림에 딸려있는 자동차의 정보들이 보인다. 만약 이 그림만으로도 눈에 보이지 않는 규칙이 파악이 된다면 수학에 대한 훌륭한 자질이 있다.


 일단 자동차를 사용한 시간이 0, 1년, 2년, 3년으로 구분이 되어있다. 그리고 각 자동차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책정이 되어있다. 오래될수록 자동차의 가격은 낮아지고 있다. 그것도 1년이 지날수록 200만 원 정도씩 줄어드는 패턴 같은 것들이 보인다.  좀 더 쉽게 보기 위해 한 번 자동차와 가격을 대응시켜보자


 새 자동차 - 2000만 원

 1년 된 자동차 - 1800만 원

 2년 된 자동차 - 1600만 원

 3년 된 자동차 - 1400만 원...


이렇게 나열을 하고 보니 조금 규칙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한 줄씩 나열해서 쓰려니 귀찮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표로 한 번 정리를 해보기로 했다.


위의 표현보다는 깔끔하지만 그래도 길다. 여기까지는 기록을 위한 수학이었는데, 수학자들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문자를 도입했다.


 “일단 자동차 사용 횟수가 1년, 2년, 3년 이렇게 증가하고 있으니까 몇 년 지났는지 알려주는 것으로 x를 하면 어때?”


 왜 굳이? 사실 위의 표만 가지고도 충분히 깔끔한 것 같은데. 왜냐면 뭔가 하나가 더 보이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날 때마다 200만 원씩 줄어들잖아.”


 그래서? 


 “그러면 줄어드는 돈을 세려면 x에다 200만 원을 곱하면 되잖아. 귀찮으니 만원 단위로 놓고 200x라고 하면 되겠네. 1년이 지나면 200만 원, 2년이 지나면 200만 원이 두 번 줄어드니 400만 원.”


 오! 여기에서 문자에 숫자를 곱하는 이유가 하나 발견되었다. 문자에 숫자를 곱하는 것은 비례하는 무엇인가를 찾았기 때문이다. 계속 수학자의 말을 들어보자.


 “원래 금액이 2000만 원이었어. 우리는 10000 단위로 세기로 했으니 처음의 자동차 금액을 2000이라고 놓으면 돼.”


 식에서 나타난 2000은 그냥 숫자가 아니라 ‘새 자동차의 가격’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2000에서 줄어드는 금액을 빼주면 2000-200x가 되겠지.”


 -라는 기호는 금액이 줄어든다는 현상을 설명하는 기호가 되는 것이었다. 여기에 마무리를 지으면 


 “그러면 자동차의 가격은 2000-200x가 되잖아. 이것을 y라고 두면 되겠네.”


놀랍다. 처음의 긴 4줄짜리의 글을 2행의 표로 줄였는데, 이것을 y=2000-200x라는 식으로 간단히 표현해버렸다. 




벡터 : 다양한 요인들을 쉽게 담아내는 도구


 자동차 가격을 좀 더 일반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위 자동차는 왜 1년에 200만 원씩 떨어질까? 

 그래서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이 자동차의 처음 출시 가격이 2000만 원인 것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종류의 자동차를 살펴보기로 했다. 출고가의 가격이 3000만 원인 자동차를 살펴봤더니 정말 1년이 지난 후 300만 원씩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러면 새 차의 가격이 a라고 했을 때 1년이 지난 후 떨어지는 가격은 10%에 해당하는  a/10이 된다. 그러면 출고가가 a만원인 자동차가 출고한 지 기간이 x 연도가 지난 자동차의 가격은 


이라는 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새 자동차의 가격을 a라고 표현하는 문자 하나를 더 추가했더니 자동차의 가격이 다른 종류의 자동차도 적용시키는 규칙이 만들어졌다. 이전에는 특정한 자동차였는데, 이제는 이 규칙에 해당하는 더 많은 상황을 설명하는 식이 만들어졌다. 이처럼 문자가 많아지면 우리를 괴롭히는 요소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담을 수 있는 현실의 값들이 많아지게 된다. 



 실제로 우리는 문자가 2개 이상이 나오는 식의 예를 수학 시간에 종종 봐왔다. 예를 들어 위 그림과 같이 밑면의 반지름이 r이고 높이가 h인 원기둥 모양의 물탱크가 있다고 하자. 그러면 이 물탱크에 물은 과연 얼마나 들어갈까? 이 물의 양은 물탱크의 밑면의 반지름에도 영향을 받고 높이에도 영향을 받는다. 잘 알고 있다시피 이 부피 V는 V=πr²h라는 공식이 존재한다. 즉 부피는 밑면의 반지름 r과 원기둥의 높이인 h라는 2개의 값에 영향을 받는 대상이다. 이처럼 2개의 값에 의해 영향을 받는 값은 자주 잘 다루지 않을 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것이 아니다. 


 자동차나 원통의 부피와 같이 영향을 주는 데이터를 한꺼번에 표현할 수는 없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두 개를 묶어주면 된다. 예를 들어 새 자동차의 가격이 3000만 원이고 3년 된 자동차라고 하면 (3000, 3)이라고 하면 된다. 원통의 밑면이 100이고 높이가 20이면 (100, 20)으로 표현하면 적절할 것 같다. 이처럼 자료를 여러 개 묶어놓으면 2개를 한꺼번에 다루기가 쉽다. 여기에 색깔도 영향을 줄 수 있으니 (3000, 3, white) 이렇게 또 하나의 요소를 더 줄 수도 있다. 하나 더 자동 변속인지 수동 변속 인지도 영향을 주므로 (3000, 3, white, auto) 이런 형태로 값들을 계속 추가해갈 수도 있다.


 이의 경우처럼 필요한 자료들을 순서쌍처럼 묶어놓은 것은 수학에서 다루는 ‘벡터’라는 것의 한 예시이다. 벡터라는 말을 들으면 과학 시간에 힘의 방향과 크기를 한꺼번에 나타내는 화살표가 먼저 떠오를 수도 있다. 아직 수학을 깊이 배우지 않은 경우에서는 그 정도의 이해와 이미지로도 충분하다.(고등학교 기하 과목에 가면 화살표와 순서쌍이 만나는 순간이 다가오기 때문에 굳이 미리 만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벡터'는 어떠한 값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소를 담기에 적절한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현실 세계의 값들을 주로 벡터의 형태로 받아와서 처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벡터들을 적절하게 가공하고 계산을 하는 과정을 통해 뭔가를 구해낸다. 인공지능은 우리가 계산에 익숙하기 위해 풀이하는 문항이나 식, 그 답이 맞았는지 등에는 큰 관심이 없다. 각 식에서 값이 가지고 있는 대상, 문자의 의미, 값과 문자를 연결하는 부호의 역할 등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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