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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딩러 Jun 21. 2020

일본에서 회사원을 관둘 수 없는 5가지 이유

회사원 장려하는 나라, 일본

매달 정해진 날에 꼬박꼬박 월급이 나온다는 것.

회사원의 가장 매력적인 점이자 회사원 중독(?)을 끊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본에서 회사원을 한다는 건, 그 외에도 프리미엄이 몇 가지 있다.


일본에서 인사과 급여팀(Payroll) 및 사회보험 담당으로 일하며 갈수록 확신하게 된 점은 '일본은 회사원을 장려하는 나라'라는 것.


월급이 적어도, 회사 내 인간관계가 힘들어도, 모든 게 치사하고 더럽고 관두고 싶어 질 때도, 쉽게 회사원 타이틀을 포기할 수 없는 그 이유 몇 가지. 아래에 소개해본다.




1. 기본적으로 정년 보장이 (진짜로) 된다.


한국의 안정적인 ‘공무원’은 정년보장이라는 점에선 일본의 ‘회사원’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일본 기업은 60세 정년을 지키고 있고 실제로도 60세 정년퇴직이 가능하다. 정년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이용하면 65세~70세(회사 규정에 따름)까지 계속해서 일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년 이후 재고용된 경우 급여가 일정 비율 이상 삭감된 경우에는 고용보험에서 보조금도 나온다.


내가 소속된 회사는 외국계 기업이라 능력주의가 우선시되며 정년이 100% 확실하게 보장되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매달 몇 명씩 정년퇴직, 재고용자는 꾸준히 나온다.



2. 회사원에게는 연금 제도가 하나 더 추가된다.


전 국민이 납부하는 국민연금이지만, 회사원은 1단계 기초 국민연금에서 무려 플러스 원!

한 종류 더 가입하게 된다.

바로 2단계에 있는 후생연금제도厚生年金制度이다. 그러니 납부 기간 조건을 채우면 기초연금에 더해져 후생연금도 받을 수 있다.

참고로 3단계에 있는 사적연금은 5번에서 다루지만 회사원에게 유리한 연금 제도이다.



3. ‘국민’ 건강보험료 금액은 상상 그 이상. 특히 부양가족이 있는 사람이면 더더욱.


회사원이라면 부양가족이 몇 명이 있더라도 상관없이 건강보험료는 동일하다. 본인의 연봉에 따라 건강보험료가 달라질 뿐. 아이들, 부모님 등 부양가족으로 인정받는다면(요구하는 조건, 서류는 까다롭다) 보험료 부담 없이 0원에 가입 가능. 그리고 본인과 회사가 건강보험료를 절반 나눠서 부담한다.


회사를 관두고 국민건강보험(회사원이 아닌 사람이 가입하는 일반 건강보험제도)에 가입하게 된다면?

회사와 절반 나눠 부담했던 보험료에서 회사 부담금이 없어지므로 보험료는 2배가 되고, '부양가족'이라는 개념은 없어진다. 모두가 피보험자가 되므로 가족 인원수 당 보험료는 부과된다.



4. 아파서 쉬더라도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다.

아이를 낳으면 건강보험과 고용보험이 수입을 보장해준다.


국가의 사회보장 안전망 안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 철저하게 든다.

교통사고, 자궁근종, 맹장 수술, 우울증 등.. 어떠한 이유로 일을 못하게 되었을 때, 회사를 쉬게 되었을 때, 월급이 나오지 않는다면 건강보험제도에서 수입을 보장해준다. 최대 2년간 월급의 2/3를 지급해준다.

뿐만 아니다. 수술을 하게 되었을 때, 수술비가 일정 금액을 넘는 경우에는 수술비를 일부 지원해준다.

이래서 일본에는 실비보험이 없는 걸까?


개인적으로 매력적으로 느낀 것은 아이를 낳으면 건강보험제도에서 보너스(일시금), 수당, 그리고 고용보험에서도 수당이 나오는 것. 물론, 산전산후 휴가, 육아휴직 중 건강보험료는 면제다.

참고로 건강보험제도의 보너스(일시금) 금액은 아이 한 명당 42만 엔 정도. 한화 약 475만 원이다.

(일본이 한국에 비해 출산에 드는 비용, 입원비 등이 만만찮게 들기에 이 정도 보너스에도 입원비 내기엔 부족하다곤 한다.)



5. 기업형 확정 거출 연금제도에 가입할 수 있다.


역사가 오래된 연금제도는 아니지만, 확정 거출 연금제도(確定拠出年金)라고 매달 월급 혹은 상여금(보너스)에서 일정 금액을 사적 연금에 저축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저축이라기보다는 자금 운용이라 선택하는 투자상품에 따라서는 손익이 발생하기도 한다.

가입대상은 전 국민이지만, 회사원이라면 제도 운용 수수료가 면제된다. 그리고 월급에서 거출금액을 제한 뒤에 세금 계산을 하기 때문에 과세대상금액이 줄어들어 절세 효과가 있다. 악명 높은 일본 세금에서 절세 대책은 필수인데, 회사원이라면 이 제도 가입을 검토해볼 만하다. 물론 단점도 몇 개 있으니 가입하기 전에 주의할 필요는 있다. 또한 모든 회사에서 기업형 확정 거출 연금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이직하기 전 회사 복리후생을 꼼꼼히 봐야 한다.




일본 회사원 생활을 찬양하는 글처럼 보일 수 있지만, 모든 것에 명암이 존재하듯 부정적인 면에 대해 나열하자면 또 끝도 없다.


외국인인 내가 보기에 일본은, 무서울 정도로 개인이  ‘회사원’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도록 안정감에 취하게 만드는 것 같다.


대학생 때 선배들과 함께 창업을 했을 때, 나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 나도 사회안전망에 들어와 있으니 안심하게 되고 퇴사, 자영업을 잠깐 생각하더라도 회사원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기에는 망설여진다.



가장 두려운 것은 내가 언젠가 이 감각조차 잊고 이 생활에 안주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직장인으로서 회사만 경험했지만, 학교라고 해서 분위기가 180도 다를 것 같진 않다고 추측해본다.

일본의 많은 회사들이 도전정신을 기업 이념으로 내세우고 인재들을 찾지만 이러한 사회 분위기, 제도에서 생각해보면 그들의 인재상에 맞는 사원을 채용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이디어가 있다면 스타트업에 뛰어들고, 몇 년 전 퇴사 붐이 왔을 땐 용기 있게 퇴사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회사원들이 있는, 한국의 열정적인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그러기에 한국의 젊은이들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고 한국 채용이 유행하듯 번진 건 당연한 걸지도.


*추신

한국 회사원은 어떤가요? 잘 모르기에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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