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Volunteer)
모든 것을 접어두고 요리를 배우기 위해 캐나다로 출국한 Jay는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2012년 4월 2일 요리사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보통 수업은 9시에 시작되지만 Jay는 Production Kitchen에서 Volunteer를 하기 위해 8시 전에 학교에 나가 떨리는 마음으로 주방의 문을 열었다.
앞선 글에 언급했지만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난 Production Kitchen의 Chef Shirley에게 Volunteer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고 흔쾌히 허락했었다.
학교의 지하 1층에는 Production Kitchen이 있는데 이곳의 중요한 역할은 수업에 필요한 재료들을 주문하고 납품받아 관리하며, 셰프의 데모 수업과 학생들의 실습에 필요한 재료들을 필요한 만큼 박스에 담아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또한 학교에 고용되어 있는 직원(셰프 및 레스토랑 직원)들의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만들어 제공했으며, 가끔 야간에는 학생들의 수업 장소로도 사용되기도 한다.
요리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던 Jay는 이곳에서의 경험이 무척 도움이 되었는데 우선 냉장고와 냉동실 및 창고에 있는 온갖 식재료를 눈으로 보고 맛볼 수 있었고, 특히 어렵게 느껴졌던 생소한 허브들을 구별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처음 몇 주 동안은 이 같은 수업에 필요한 재료 준비를 위해 바쁘게 보냈는데, 먼저 셰프를 위한 데모 수업에 사용되는 모든 재료는 준비(Prep.) 가 되어 있어야 했다.
예를 들면 야채들은 모두 껍질을 제거하고, 가루 및 액체류와 같은 다른 재료들은 교재에 나온 대로 정해진 양을 계량해서 일회용기에 포장했다.
나중엔 셰프들이 직접 Jay에게 어떻게 준비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는데 그럴 때는 수업에 사용될 재료들을 미리 조리하기도 했으며, 최대한 정성 들여 준비했었다.
왜냐하면 Jay가 듣는 수업의 재료 준비도 직접 했기 때문에 부족한 것이 있거나 잘못되어 있으면 그대로 Jay에게 돌아왔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학생 수업에 필요한 재료를 준비하는 작업이었다.
(필요한 양 X 학생 수) 만큼의 재료를 박스에 원상태로 넣어 준비했는데 정확히 계량할 필요는 없었으나, 재료들의 양이 많아서 무겁기도 했고 하기 싫은 작업 중의 하나였다.
단, 고가의 재료들은 나름 정확히 계량해서 주었기 때문에 셰프의 신임을 얻은 기억이 있다.
다른 학생들에 비해 피곤하긴 했지만 재료를 만져보고 손질하며 얻은 소중한 경험 덕분에 언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수업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수업에 필요한 재료 준비를 몇 주 동안 하며 주방 일에 익숙해질 무렵 직원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Jacqueline 아줌마와 같이 일을 하게 되었는데, 처음엔 Jay가 만든 음식을 셰프들이 먹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주로 아침식사는 페이스트리(Croissants, Chocolatines, Raisin Breads, Filouze, Apple turnover 등)와 머핀을 구워 과일과 함께 2층에 위치한 직원식당에 비치했고 점심에는 Salads, Fish and Chips, Stir fried vegetable, Roasted beef, Chicken, Rice 등 다양한 메뉴를 제공했다.
점심 식사 후에는 Salads, Sandwich를 만들어 저녁시간에 근무하는 셰프들과,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위해 냉장고를 채워 놓는 게 주요 업무였다.
때로는 한국 음식(김밥, 부침개, 불고기, 소시지 빵, 모카 번)을 만들기도 했는데 사람들의 반응을 궁금해하며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
그중에서 특히 소시지 빵은 셰프의 입맛에도 맞았는지 얼굴만 마주치면 언제 만드는지 알려달라고 할 정도였다.
최근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에 유명한 요리사인 고든 램지가 나오는 "Kitchen Nightmares"가 있는데 대부분 식당에서 음식을 맛보고 혹평을 쏟아내지만 딱 한번 "Momma Cherri's"레스토랑에서 접시를 비운적이 있다. 그때 고든 램지를 밥 먹였다고 주인이 흥분해서 소리치던 모습이 인상 깊었는데, Jay 역시 직접 만든 음식을 맛 본 셰프들의 반응을 보며 속으로 희열을 느끼곤 했다.
한 번은 Jay가 Egg-salad Sandwich를 만드는 도중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기도 해서 호기심에 가져온 맛소금으로 간(Seasoning)을 한 적이 있는데, 나름 유명하다는 Chef Walter가 맛을 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나이스 시즈닝(Seasoning)이라고 극찬을 한 웃지 못할 기억이 있다. 다른 셰프들도 맛있다고 칭찬해 주는데, 혹 그중에 절대미각을 가진 누군가 MSG 맛을 알아낼까 걱정했으나 결국 괜한 걱정이었다.
맛소금의 위대함을 프렌치 셰프를 통해서 증명했다.
나중엔 맛소금을 종종 사용해서 셰프들을 놀라게 하곤 했었는데 가끔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고향의 맛 다시다를 시도해보지 못한 게 조금 후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