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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Aug 08. 2017

작은 쓰임이 지속되기를

작은 쓰임이 지속되기를    


그들을 만나러 가기 전에 식재료를 준비하러 마트에 가야하고 조리 도구를 챙겨야 해야 한다. 이런 일들이 이제는 익숙해 질만도 한데 난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들은 어떤 요리를 해야 쉽게 할 수 있을까, 어떤 방법을 알려 주어야 해 먹을 수 있을까. 시험을 앞둔 수험생마냥 고민을 하면서 계획서를 작성한다.


이 재료는 너무 딱딱해서 뇌병변 친구들이 썰기가 쉽지 않아! 이 재료는 너무 물컹거려서 자폐성 친구가 보는 것조차도 힘들어 할 거야! 보기도 좋고 만지기도 좋은 식재료를 선택하는 고민은 항상 하는 일임에도 마음이 쓰인다.  

   

후라이 팬의 손잡이는 길어야 하고 집게의 입은 톱니모양이어야 하며 손잡이는 잡아도 뜨겁지 않아야 한다, 그들과 함께 이루어 내는 요리활동은 이렇게 시작이 된다. 식재료와 조리 도구가 그들이 살아내는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겠는가를 고민한다.    


장애인 그리고 그 가족들과 요리활동으로 만난 지 10년이라는 시간, 요리는 그들에게 가장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고 다양하게 쓰일 수 있었다. 그들에게 요리는 희망이고 행복이 되는 순간이지만, 식재료를 준비하고 만들고 나누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허허로운 가슴을 안고 돌아 온다.   

  

‘참 입맛이 쓴 순간을 글로 쓴다.’     


안간힘을 쓰면서 칼질을 하려는 뇌병변 친구, 온 사방을 휘젓고 다니다 만드는 순간에 제자리에 앉는 자폐친구. 하나, 둘... 다성(섯)을 넘기는 일이 어렵지만 열심히 세고 또 세어 주는 지적장애 친구,    

 

선.샌.님. 시.원.해 하면서 어깨를 꽉 잡는 친구, 어깨를 주물러 주는 게 아니라 공격성이 나타나려는 행동인데 ‘아구 시원하다’라는 한마디에 ‘선생님 시원해’ 라고 말하는 친구. ‘입가에 바르지 않고 먹어요.’하면  ‘예쁘게~’ 대답하지만 접시를 들고 핧으면서 먹는 친구,    

 

내가 하는 일은 그들을 기다려 주고, 알려주고, 다시 또 설명해 주고, 무한 반복의 말과 행동으로 같이 하는 것이다. 몸을 쓰는 일이 많을수록 힘을 든다. 말을 많이 할수록 마음이 쓰인다. 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날에는 물도 안 넘어 갈 정도로 입이 쓰다.    

 

난 그렇게 그들이 마음이 쓰인다. 이제는 쉰의 중반을 훌쩍 넘어 버린 나이지만 내가 가진 작은 재주와 역량이 그들에게 쓰임이 지속되기를 바랄 뿐......     


20170808 장애인과 요리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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