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수정 20
소리를 질러요.
장애인과 수업을 하다보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내 몸의 상태에 따라 그들과의 활동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내 몸이 건강할 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던 상황이 내 몸이 피곤하고 지쳐 있을 때는 아이들이 내는 작은 소리와 반복되는 행동에 민감해져 몸이 에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나의 피곤함과는 상관없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민감한 신체 반응을 경험한다. 홍이(가명)가 의미 없는 소리를 지르는 날이 반복적으로 이어지지만, 몸이 예민한 날에는 나도 두 손으로 내 귀를 막고 두 눈을 꼭 감은 채 상황을 외면하고 싶어진다. 영유아 성장발달 과정을 살펴보면 생후 7개월이 되면 아기가 소리를 지르는 시기라고 한다. 언어 발달 이전에 다양한 이유로 소리는 지르는데 이는 의사표현의 수단으로 소리의 감각을 깨달으면서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소리 지르기는 영유아의 정상적인 발달 과정이므로 반응을 해주고 다양한 자극으로 도움을 주고 가르칠 수 있기 때문에 양육자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만 2세가 되면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이다. 신체적인 감각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감정과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소리를 지르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에는 마음과 달리 언어 발달이 덜 된 시기이기에 갑자기 일어나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간혹 부모 중에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있다면 아이는 부모의 행동관찰에 의한 모방학습이 이루어진 것이다. 아동의 소리 지르기는 분노와 좌절, 짜증을 발산하는 부정적인 표현인지,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한 호소인지, 언어 구사력의 미숙함으로 인한 의사표현의 방법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만 5세 이후에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습관적으로 소리를 지른다면 부모와 전문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 영유아의 소리 지르기는 정상적인 발달 과정이다.
장애아동이 소리를 지를 경우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아동에게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지도해야 한다. 아동이 습관적으로 소리를 지르더라도 주변인이 깜짝 놀라서 덩달아 같이 소리를 지르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또한 관심 끌기와 선호 물건을 획득하기 위해 소리를 지르는 아동이 원하는 상황에 대해 즉각 해소해 주는 것보다 서툴더라도 차분하게 요구 사항을 표현할 때 관심을 가져 준다. 왜 소리를 지르면 안 되는지에 대해 반복적으로 설명하고 규칙을 정해 두고 잘못 된 행동에 대해 일관성 있게 지도한다. 물론 소리 지르는 아이를 진정시키고 때를 기다려 반복하여 설명하고 차분하게 지도하는 게 어려운 부분이다. 아이가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소리를 지를 때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무반응으로 대처하는 것이 좋다. 소리를 지르고 떼를 쓰면 다 이루어진다는 잘못 된 생각과 잘못 된 행동에 대해 설명하고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단호하게 대처한다. 보호자는 항상 아이의 표현을 들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아이가 소리 지르기를 중단하고 차분한 상태에서 표현한다면 즉각 긍정 반응을 보여 주어야 한다. 부모가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고 차분히 기다리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부모의 행동에 따라 아이의 행동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이의 소리 지르는 행동으로 가족모임이나 외식은 어렵다. 물론 소리 지르는 것 뿐 만아니라 돌아다니고 흔드는 행동, 손으로 만지는 행동 등으로 타인에게 폐를 끼친다는 생각도 들지만, 일단은 주위의 시선과 관심이 창피하다는 마음 때문이 크다. 장애인의 소리 지르기는 자기표현의 수단이기도 하다. 홍(가명)은 주위환경에 신경을 쓰고 안절부절못하는 부모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소리를 지르는 아이이다. 분위기를 망치는 소리 지르기는 홍의 유일한 의사소통의 수단이기도 하다. 소리 지르기는 새로운 환경이 낯설거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어려운 과제가 주어졌을 때, 끝까지 과제 수행을 해야 할 때, 기분이 불쾌하고 몸 상태가 나쁠 때를 나타난다. 이렇게 다양한 표현의 소리 지르기에서 홍의 소리 지르기의 의미는 공부가 싫다는 표현이다. 매주 똑같은 시간에 같은 선생님을 만나는 일이 하루 이틀도 아닌데 매 주 싫다는 의미로 잊지 않고 표현한다. 내가 홍이였다면 학교를 마치고 바로 치료실을 전전하는 일이 엄청 지루하고 짜증나는 일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 반대로 내가 홍의 보호자였다면,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데려가 한두 시간은 편안하게 쉬도록 했을 것이다. 이 뭔 호강에 겨운 소리를 하냐고 핀잔을 들을 이야기이다. 누구라도 홍이를 한 시간만 함께 있어 보면 한 시간이라도 더 치료 수업을 받아 퇴행이 되지 않도록 해야 된다고 힘주어 말할 것이다. 홍의 소리 지르기를 줄이기 위해 전문가를 찾고 치료실을 오고 가는 일을 반복했다면, 분위기를 바꿔 보는 방법도 시도해 봤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아이와의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혹은 정확한 표현을 못한다는 이유로 그들의 생각을 물어 보고 답을 들어 본 적이 있었던가? 아이의 의사표현의 어려움을 대신하여 보호자가 말하고 미루어 짐작하여 행동하는 것은 아닌가? 학교를 마치고 치료실을 뺑뺑이 도는 반복적인 생활을 하고 싶은 게 아이 마음일까? 우리 모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을 해 보자. 이것저것 다 해 볼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은 부모이기에 자녀가 변화를 거부하지만 부모는 시도 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