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 Money ain't a t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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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집은 은행이 사 주는 거고, 벤스 자동차는 캐피탈이 사 주는 거며, 로뤡스 시계는 카드 할부가 사 주는 겁니다. 모은 돈 보다 얼마나 돈을 당겨 쓸 수 있는지가 진정한 능력자가 아닐까요?'
애써 태연한 척 대답하고자 노력했지만 김 대표는 씩씩거리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구ㅇㅇ이 정곡을 찔렀기 때문이다.
'그리고 돈은 있다가도 없는 거예요. 그리고 자스민 덥리와 제이제트의 <Money Ain't a Thang> 노래 아시나요? 돈은 언제든지 벌 수 있어요. 반팔티 인센티브는 몇천 단위로 들어오거든요?'
구ㅇㅇ은 자신에게 어필하려고 하는 김대표가 귀엽기도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지고 있다. 우선 답답함은 뒤로하고 하나하나씩 이야기해 보자는 마인드로 말을 이어 나간다.
'오..! 그 노래는 어떻게 알아요? 그리고 자스민 덥리가 아니라 저메인 듀프리겠죠! 그리고 누가 제이제트라고 부르나요? 제이지죠! 친오빠가 한 때 래퍼할 뻔해서 힙합에 빠삭하답니다.'
김대표는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으려다 실패했다. 게다가 이 타이밍에 구ㅇㅇ은 마무리 펀치를 날려버린다.
'갑자기 이센스의 정규 3집 타이틀 곡 <저금통>의 가사가 생각나네요.'
"돈이 없는데 money ain't a thang? 개소리
구경도 못 해본 놈이 쿨한 척 개소리
막상 지한테 오면 제일 먼저
달려들 거면서 열받은 척 왜 했었어"
김대표는 중학생 시절 오락실에서 화면상 쓰러진 자신의 철권 캐릭터를 보면서, 숫자가 10에서 0까지 줄어들지만 돈이 없어 재도전을 못했던 당시 상황이 급 떠오른다.
구ㅇㅇ에게 리매치 신청을 하고 싶지만, 모은 돈이 있냐 없냐는 질문에 동문서답을 한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걸 알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돈이 없는 건 동일하다. 하지만 적어도 중학생 시절 실내화 가방을 뜨거운 오락실 바닥에 내려두고 더운 여름에 버튼을 두드리며 겪었던 패배는 가상세계 속에서였다.
그리고 그때만 해도 게임 잘하는 사람들에게 현생에서나 잘해라 라는 말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게임은 상당히 수준 높고 건전한 취미생활로 자리 잡아가고 있기도 하다. 요즘은 게임을 잘하려면 똑똑해야 하고 돈도 많아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김대표는 갑자기 진 상담사에게 항의하고 싶어 진다. 뭐 이런 여자랑 매칭을 시켜주었냐며 따지고 싶다. 그러기 전에 물어나 봐야겠다. 도대체 그러면 너님은 얼마나 모았냐고.
김대표는 대인배인척 답변한다. 마치 철권 매치에서 모든 기술을 막아낸 마냥 말이다.
'예전에 영어를 잘해 보려고 영어 스터디에 나갔을 때 알게 된 노래예요. '머니 엔 어 땡'. 역시나 저는 영어와는 거리가 머네요. 게다가 제이제트가 아니었군요. 괜찮습니다. 어차피 반팔티는 한국에서 따박따박 돈 벌 수 있는 회사거든요. 그리고 영어성적 없이도 대리 진급을 동기 중에서 가장 빠르게 한 축에 속해요.'
김대표는 체면을 살려보고자 했다. 그리고 이센스 펀치라인에 대응하고자 말을 이어간다.
'그리고 이센스 그 약쟁이 래퍼 가사는 알아서 뭐 하나요? 국힙 원탑이라고 하는데 대마하고 감옥 다녀오면 다 원탑 되나 봐요? 그리고 구ㅇㅇ님은 얼마나 모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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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ㅇㅇ도 진 상담사를 찾고 싶어 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센스가 국힙 원탑인 원인은 나중에 제 오빠에게 물어볼 기회가 있으면 직접 물어보세요. 오빠는 앨범 3장 다 있고 힙합의 역사 관련 책도 여러 권 읽었거든요.'
구ㅇㅇ은 슬슬 김대표가 짜증 나기 시작한다.
'얼마 모았는지 이야기 안 해 주실 건가 봐요? 그러면 모은 게 없다고 간주해도 되겠죠? 그럼 저는 답변은 해 드릴게요 얼마 모았는지.'
김대표의 안광은 마치 미국의 독립기념일 저녁 밤하늘에 터지는 불꽃놀이만큼 빛나고 있다.
'순자산으로 5억 원 모았어요.'
김대표는 갑자기 반발티의 인센티브 2~3천만 원이 엄청 작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김댕댕이가 망가뜨려 쓰러져 있는 바월스앤빌킨슨 스피커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이센스의 가사가 떠오른다.
"돈이 없는데 money ain't a thang? 개소리
구경도 못 해본 놈이 쿨한 척 개소리
막상 지한테 오면 제일 먼저
달려들 거면서 열받은 척 왜 했었어"
김대표는 쿨한 척 그만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구ㅇㅇ을 본다. 그리고 다급한 목소리로 말한다.
'구ㅇㅇ씨! 가지 마세요!'
구ㅇㅇ은 마지못해 답변한다.
'왜요? 그쪽이랑 이제 볼일 없는걸요? 말씀드렸지만 저는 30살 되기 전에 결혼하는 게 목표예요. 그래서 결정사에 온 거고요.'
김대표는 급하게 구ㅇㅇ을 붙잡는 손짓을 하면서 실제로 구ㅇㅇ에게 손을 대지는 않는다.
'혹시 아버지가 구ㅇㅇ씨 다니는 회사의 사장이세요?'
구ㅇㅇ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김대표를 바라본다.
'저 연봉 이제 한국 연봉 평균치를 벗어난 지 몇 년 안 지났거든요? 바보 같은 질문할 거면 시간 아까우니까 저는 이제 가보렵니다. 그쪽과 일 없어요.'
김대표는 너무나도 궁금하다. 도대체 중소기업 다니고 기업의 로열라인도 아닌 평사원이 도대체 28살의 나이로 5억 원을 어떻게 모았는지.
명문대에 한국 5대 중구에 위치한 반팔티 대기업이면 한국 탑클라스고, 돈도 당연히 자신이 더 많으리라고 생각을 했던 김대표이다.
김대표의 부모님이 주입한 가치관이 흔들리는 수준이 아니라 이제는 완전히 무너졌다. 보드게임 카페 하루 영업시간 내 젠가 타워가 쓰러진 횟수만큼이나 무너졌다. 그리고 김대표는 구ㅇㅇ에게 말을 이어간다.
'저에게 알려주세요. 어떻게 하면 돈을 모을 수 있는지. 쿨한 척 그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과외비를 내겠습니다. 결혼상대로 안 만나도 됩니다. 부탁입니다.'
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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