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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쓰는 직장인 조준영입니다.
필자가 평소 좋아하는 래퍼 에미넴의 로니 삼촌 (Uncle Ronnie)은 <마샬 매더스 LP>라는 앨범의 Stan 노래에 등장합니다. 아래와 같은 가사로 말이죠:
"I read about your Uncle Ronnie too, I'm sorry
나 또한 로니 삼촌에 대해 읽어보았고, 참 유감이야
I had a friend kill himself over some bitch who didn't want him
나도 친구가 있었는데 짝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아 자살했어"
가지고 싶은 무언가가 있었지만 끝내 갖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린 로니 삼촌은 죽기 전, 에미넴이 유년 시절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괴롭힘을 당하던 때에 친구 및 멘토와 같은 역할을 하였습니다.
로니는 에미넴에게 랩/힙합 음악을 소개하는 데 있어 아주 큰 역할을 했었죠. 어릴 때 아버지는 집을 나가버리고, 마약 중독자였던 어머니와 살면서 이사를 자주 했고, 유독 마르고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에미넴의 어릴 적 성향 덕에 괴롭힘을 자주 당하는 와중, 로니는 에미넴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에 에미넴은 로니가 죽고 나서 그를 기리는 목걸이를 자주 착용하며, 몸에는 그를 기념하는 문신도 새겼습니다. 아래 에미넴의 왼팔을 자세히 보면 "RONNIE RIP"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Stan이라는 노래에서 에미넴은 Stan이라는 에미넴의 광팬에 빙의해서 가사를 쓰고 랩을 합니다. 그러니까 에미넴은 자신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가상의 팬인 Stan이라는 남성을 통해 로니 삼촌에 대해 스토리텔링을 진행합니다.
Stan이라는 노래는 4개의 벌스로 구성되어 있고, 첫 3개의 벌스는 Stan의 입장에서 에미넴이 랩을 합니다. 즉, 상기 기재한 Stan 노래에 등장하는 로니 삼촌 관련 가사는 Stan이 에미넴에게 먼저 언급합니다. 에미넴의 광팬인 Stan은 로니 삼촌을 잃은 에미넴의 마음을 팬으로서 이해한다고 에미넴에게 편지를 썼지요.
하지만 과연 Stan은 에미넴의 아픔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아니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사를 다시 살펴보면, Stan은 에미넴에게 삼촌의 소식이 유감이라고 하고 나서, 에미넴이 로니를 잃고 느낄 상실감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유감이라는 말 바로 다음에, Stan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인도 친구가 있었는데 로니처럼 여자의 마음을 얻지 못해 자살했다고 말이죠. 즉, 에미넴이 인터뷰에서까지도 언급할 정도로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던 인물에 대해서는 고작 한 줄 조차 언급을 하지 않고 바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Stan입니다.
사람들이 Stan의 로니 삼촌 언급에 대해서는 많이 다루지 않지만, 필자는 이 첫 벌스에서 특히 Stan이라는 노래가 왜 명곡인지를 잘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에미넴의 상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고 나서, 자신이 에미넴의 최고의 팬이라고 이야기하는 Stan에 대해 에미넴은 어떠한 생각을 했을까요?
아무래도 자신의 아픔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우리는 통상 중~고등학생 때에 친구도 많았으면 좋겠고, 잘 나가고 싶고, 인기 있고 싶어 합니다. 학창 시절 소위 왕따였던 에미넴에게 멘토이자 친구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에미넴의 마음을 온전히 헤아리지 못하는 Stan을 가사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이에 필자는 첫 번째 벌스가 특히나 더 천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만 읽어볼까요?:
I read about your Uncle Ronnie too, I'm sorry
나 또한 로니 삼촌에 대해 읽어보았고, 참 유감이야
I had a friend kill himself over some bitch who didn't want him
나도 친구가 있었는데 짝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아 자살했어
I know you prob'ly hear this every day, but I'm your biggest fan
아마 이런 걸 매일 듣겠지만, 나는 너의 가장 큰 팬이야
I even got the underground shit that you did with Skam
네가 Skam이랑 작업했던 무명 언더그라운드 작품도 난 가지고 있어
I got a room full of your posters and your pictures, man
내 방에 네 포스터와 사진이 가득해
I like the shit you did with Rawkus too, that shit was phat
네가 Rawkus랑 작업했던 작품도 존나 미쳤더라
Anyways, I hope you get this, man, hit me back
이 편지를 받았으면 하고 답장을 해 줘
Just to chat, truly yours, your biggest fan, this is Stan
그냥 이야기하고 싶어, 진심을 담아, 네 최고의 팬 Stan이
Stan은 벌스 1의 끝에 에미넴에게 편지를 보내면 답장을 희망한다고 기재하였습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답장이 오지 않자 Stan은 벌스 3의 끝에서 목숨을 끊어 버립니다. 죽을 거면 혼자 죽을 것이지, 자신의 여자친구 그리고 여자친구가 임신한 자신의 딸까지 함께 저승으로 데려갑니다.
마치 에미넴의 삼촌 로니가 짝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생긴 마음의 병으로 인해 자살했듯, Stan도 에미넴의 관심을 받지 못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해 버린 겁니다. 이 곡을 통해 에미넴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끝은 비참하다일까요?
에미넴이 Stan을 쓴 원인은 크게 2가지이고, 사실 크게 심오한 메시지는 없습니다. 첫 번째는 에미넴의 메인 스트림 앨범 1집인 <The Slim Shady LP>에서 나오는 폭력적인 가사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에미넴에게 충격적인 편지를 보낸 팬들에게 보낸 메시지입니다. 두 번째는 에미넴이 실력이 부족하다는 비평가들을 "바보처럼 느껴지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즉 에미넴은 평론가들의 인정을 받고 싶어 했네요.
로니 삼촌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여자 때문에 자살했고, Stan은 자신의 편지를 무시하고 답장하지 않는 에미넴 때문에 자살했고, 에미넴은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가사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위해 Stan을 작사했습니다.
결국 로니, Stan 그리고 에미넴도 자신이 원하는 걸 얻지 못했습니다. 로니는 사랑을 얻지 못했고, Stan은 관심을 받지 못했고, 에미넴은 1집에 대한 존경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필자는 이 글을 왜 썼을까요? Stan을 작사할 만큼 위대한 에미넴도 얻지 못하는 게 있기에, 이 세상은 본래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니 흘러가는 대로 즐겁게 살자는 의미에서 작성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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