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제작, 그 뒷 이야기
Producing...
흔히 제작이라고 하는 작업은 어떤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며 연출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것이 잘 되었느냐 잘 안되었느냐에 따라 같은 작업이라 할지라도 결과가 매우 엉뚱하게 나올 수 있다.(그럼 안 중요한 게 뭐가 있냐고 물으신다면 드릴 말씀은 없다) 매일 수많은 작품들이 기획되지만 그 중에서 실지로 작품으로 제작되는 것은 극소수 이다. 또한 그 작품의 성공을 어느 누구도 점 칠 수 없기 때문에 제작이라는 과정은 더욱 더 중요해진다.
과거부터 대중음악계에는 스타를 정점으로 하여 그에 빌(?)붙어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당시에는 기획이나 제작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으며 단지 그 스타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성공 여부가 결정 되곤 했다. 그러나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스타의 뒤에서 부스러기를 받아먹는데 만족했던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서 직접 스타를 만들어내고 그들의 작업에 간섭하기 시작했다. (매니지먼트랑은 다른 의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비틀즈의 프로듀서였던 죠지 마틴 이었다. 비틀즈의 음악적 역량을 극대화시키고, 멤버들 간의 갈등을 예술성으로 승화시키는데 성공한 그가 있었기 때문에 비틀즈는 성공할 수 있었고 빨리 해체 되지 않고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그가 없었더라면 비틀즈는 훨씬 더 빨리 해체 되었을 것이다.
음악에 있어서 프로듀싱이란 작업은 포장만 잘 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연주자 혹은 가수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단점은 숨기고 장점을 극대화 시키며, 때에 따라선 그들의 예술적 아집을 꺾고 시대적 조류에 순응시키기도 하며 밋밋한 음들을 입체감 있게 살려내고, 악기의 수나 녹음 트랙의 횟수 등을 결정해서 아예 음악의 맛을 확 바꿀 수 있는 고도의 재생산 작업인 것 이다.
레드 제플린과 딥 퍼플의 경우가 바로 프로듀싱의 차이를 나타내 준다고 필자는 말하고 싶다. 레드 제플린을 결성하기 전부터 이미 지미 페이지는 영국에서 만들어진 대중음악의 7-80%에서 세션을 담당했을 정도의 지명도를 가지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스튜디오 안에서의 음감(곡을 연주하는데 있어서 최적의 볼륨 상태라든가 하울링의 정도 등등)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들의 앨범에서 들을 수 있는 꽉 차여진 음감은 모두 그의 손과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와는 반대로 훌륭한 연주 실력과 음악성을 가지고 있는 딥 퍼플은 상대적으로 앨범에서의 음향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어딘가 붕 떠있고 안정되지 못한 소리가 난다. 그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스튜디오 앨범 보다 오히려 라이브 앨범에서 그들만의 색깔이 살아나고 있다. 편곡에서 오는 차이도 있겠지만 프로듀싱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신인뮤지션들이 훌륭한 프로듀서에 발탁 되느냐 여부가 그들의 성공여부를 직접적으로 좌우하고 있다. 그만큼 프로듀서의 능력에 따라 맛깔 나는 음악의 탄생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국내의 대중음악을 지향하는 젊은이들은 대개 직접 음악을 연주하는데 집중되어 있는데 앞으로는 사운드 메이킹이나 음반 제작등의 프로듀싱에도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뮤지션의 실력은 역시 라이브 연주에서 느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나는 불만이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주자들의 연주를 국내에서 들어보면 '헐~~~'이라는 탄식이 나올 정도로 엉망인 적도 있다. 우리나라의 음악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연주자들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그냥 스탑오버의 개념으로 연주하는 경우도 많다 한다. 세계적인 뮤지션이라 할 지라도 엉망인 공연에 대해 정당히 비평해야 그들도 우리나라 연주를 쉽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