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는 필요 없어
된장찌개니까 된장찌개 맛이 나지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보이는 게 온통 초록색이다.
바람도, 햇살도 집에 있을 때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차 창문을 열고 창 밖에 오른손을 내밀었다.
덥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의 바람이 손을 타고 흐르듯 지나갔다.
얼마나 달렸을까. 케이와 나는 도로 한 쪽에 보이는 가게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시골밥상, 이름만 들어도 맛집 느낌이 났다. 황토로 지어진 듯한 단층 가게였고 가게 앞에 크고 작은 장독대와 이름을 알 수 없는 꽃과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두부전골 2인분을 주문하자 밑반찬들이 먼저 나왔다. 가지볶음, 잔멸치 볶음, 참나물무침, 콩나물무침, 고사리까지. 하나하나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반찬들이었다.
결혼하고 음식을 해야 하는 주부들은 남이 해주는 음식이 제일 맛있어진다.
하다못해 물도 남이 따라주는 물이 맛있다는 얘기다.
음식을 해 본 사람은 안다.
재료를 사 와서 씻고 다듬고 칼로 썰고 조리하면서 간을 맞추고 볶고 끓이고. 분주하게 움직이며 시간을 들여도 결국 완성되는 음식의 개수는 많지 않다. 밥과 함께 먹을 반찬 1~2가지, 국 1가지. 그렇게 차려낸 식사를 먹는 데는 차린만큼의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1~2시간 준비해서 만든 식사도 30~40분도 되지 않아 다소 허무할 정도로 금세 끝나곤 한다.
음식을 만든 사람에게 맛에 대해 좋게 표현을 해주는 대상이 없다면 그간의 노력과 시간이 더 허무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두부전골과 같이 나온 작은 된장찌개 뚝배기를 보니 문득 해물 된장찌개 생각이 났다.
유명한 집된장을 구매해서 조갯살과 꽃게를 넣어 해물 된장 찌개를 끓인 적이 있다.
다시마와 말린 새우로 육수를 내고 호박과 감자를 자르고. 유난히 공을 들였고 시간이 많이 걸렸던 음식이었다.
내가 만들었지만 맛을 보면서 음~ 하고 놀라워할 만큼 맛있었다.
양손에 주방장갑을 낀 채 비장의 해물 된장찌개 뚝배기를 식탁 위 냄비받침에 올려놓고 뚜껑을 열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된장찌개에 숟가락을 넣어 맛을 본 남편의 표정을 살폈다.
-어때? 맛있어?
-맛? 된장찌개니까 된장찌개 맛이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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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도 맛있고 된장찌개도 진짜 맛있는데?
맛있다는 표현을 하며 눈이 동그래진 케이를 보는데 남편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