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편지

모두가 선망한다는 ‘직장’을 간다는 것

by Felix Park

K,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좋아할지 싫어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저의 이야기가 담긴 이 편지를 읽으면서, 당신 또한 이러한 편지를 당신이 아끼는 사람에게 보내는 형식으로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편지는 당신에게 들려드리는 나의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나 스스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돌아보기 위한 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제가 첫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부터 시작됩니다.


벌써 6년 전 일이지만 모두가 선망하던 회사에 최종 합격하던 순간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합격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도 기뻐하셨던 어머니와 나름의 표현으로 기쁨과 안도를 동시에 보여주시던 아버지의 모습을. 그분들은 제가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하던 순간, 당신들의 자녀가 이제 사회에서 자신의 밥그릇 정도는 챙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


경제는 외환위기가 벌어진 이래 언제나 어려웠고, 청년 실업이라고 명명된 구직난은 처음에는 일시적인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불편한 진실의 일부에 불과한 문제로 모두에게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사람들은 현재의 젊은 세대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자신들을 키운 부모 세대보다 더 가난하게 삶을 마감하지 않겠냐는 불안감을 현실로 인정하기 시작하는 시대의 초입이었습니다.


photo-1579227114400-4752dc0a7506?ixlib=rb-1.2.1&ixid=eyJhcHBfaWQiOjEyMDd9&auto=format&fit=crop&w=1000&q=80 모두가 선망하는 직장에 간다는 것은 모두가 원하는 경제적 안정성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지배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제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첫 ‘직장’은 부모 세대만큼의 사회적 지위와 부를 안정적으로 계승할 수 있다고 인식되는 곳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모두가 선망하는 직장이었습니다. (지금도 그곳은 신규 채용을 진행하면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각종 갑질을 하거나 채용 비리 관련 뉴스 등에는 항상 연루되어 자주 보도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제 와서 그곳에서의 시간을 돌아보면, 특별히 재력이 있는 집안 환경도, 남들만큼 빼어난 학벌을 지니지 않은 제가 그곳에 합격하여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은 어쩌면 현재의 저로 성장하기 위한 하나의 발판이지 않았겠느냐라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모두가 선망하는 직장’이라는 의미는 달리 말하면 현재의 사회 시스템 안에서 철저하게 ‘기득권’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물론 같은 조직에서 일하던 혹은 지금도 그 조직에 남아서 일하는 지인들이라고 해서 모두 저처럼 느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그곳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 얼마나 특권인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조직에서 얻을 수 있는 선행 정보 혹은 사회의 선도적인 변화를 자신과 상관없는 남의 일로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지금도 그곳에서 배운 기본적인 사고 프로세스와 행동 양식이 제가 어떤 식으로 세상이 변해가는지를 기득권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역지사지의 장치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대형 조직에서의 첫 사회생활은 처음에는 설렘을 이후에는 성장을 위한 과감한 결단을 독려하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물론 당신은 그 이후 저의 행적을 잘 알고 조직을 뛰쳐나온 저를 본격적으로 만났기에 그 배경을 이미 알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글로써 한 번 더 반복해서 설명하는 것을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추후 당신에게 위에서 언급한 직장에서의 긍정적인 경험과 교훈이 아닌 부정적인 경험과 교훈에 관해 쓰고 제가 조금씩 다시 자신의 ‘꿈’을 쫓기 시작하는 이야기를 풀고자 하니까요. 그럼 그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시길 바라며 첫 번째 편지를 이만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