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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 Apr 21. 2016

FM대로 살지 않아도 괜찮아

100이면 100 다른 인생에 FM이 어딨니

  나의 초년기는 해야 할 때에 할 것을 한, 정도(正道)를 충실히 걸어온 삶이라 할 수 있다. 나름 일탈을 꿈꾸며 즐거이 보냈던 나날들인데 돌이켜보니 굴곡 없이 무난하고도 무던하여 지극히 평범하기 그지없다. 요즘은 창의적인 1인 기업이랄지, 세계일주를 위해 퇴사를 하고 전재산을 털어 떠난달지, 그런 사람들의 과감하고도 모험 가득한 도전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꿈꾸기만 했을 뿐 실천하지 못했던 것들이라 상대적으로 그저 내 삶이 밋밋하게 느껴진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과업을 충실하게 수행했건만, 때가 되면 늘 일가친척을 비롯하여 길가던 사람마저도 오지랖 넓게 인생 설계를 해댔다. 공부 열심히 해야지, 취업 준비해야지, 이젠 결혼해야지, 아이 낳아야지, 첫 아이를 낳고 나니 동생 봐야지, 했다. 재미있는 건 그 모든 걸 다하고 나니 어딜 가도 칭찬을 듣는다. 아이들 손을 잡고 길을 걷다 보면 "이렇게 둘이오? 200점이네.", "야가 누나고 야가 동생이여? 잘했네, 잘했어." 다들 잘했단다.




  아니나 다를까, 학생일 때에는 스무 살에 꼭 대학에 가야 하는 줄 알았다. 대학 졸업 후에는 반드시 취직을 해서 직장을 가져야 하는 줄 알았다. 직업을 갖고 나니 서른 살 전에 결혼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어찌하다 보니 20대 마지막을 보내는 해에 연애한 남자와 결혼을 했고, 한동안은 스스로 세운 가족계획대로 아이를 두 명 낳아야겠다는 의무감에 시달렸다. 출산을 하고 나니 아이들을 온전한 인간으로 잘 키워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넘쳐 육아가 인생 최대의 과제가 되었다. 이 틀에서 벗어나면 사회의 마이너 인생이 되는 줄 알았다.


  이제는 안다. 내가 밟아온 길만이 정답인 건 아니다. 스무 살에 대학을 가지 않는 선택을 해도 하늘은 무너지지 않는다. 대학 졸업 후에 어딘가에 고용되지 않더라도 다양하게 돈을 버는 방법들이 있다.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아도, 중요하다고 가치를 두는 다른 것에 집중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인생 전반기의 과업을 달성했다는 마음에서였는지, 둘째 아이를 낳고 숙제가 끝났다는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은 나에게 맞는 자전거를 구하고 타는 방법을 익히느라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했다면 앞으로는 잘 굴러가는 자전거의 발판을 열심히 돌리면 될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래서 10대부터 꿈꿔왔던, 그저 꿈으로 간직해왔던 일들을 다시 시작했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실행해나가고 있다. 분명 머지않은 미래에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거라 굳게 믿는다.


  언젠가 들었던 교육 강의에서 강연자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부모의 역할은 자녀에게 Best Way를 제시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에 실패했을 때에 즉각적으로 Back-up Plan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강의의 핵심은 이게 아니었는데, 이 말이 꽤나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다.


  아이들이 A처럼 살아가길 원한다면 얼마든지 그 방법을 알려주고 지원해줄 것이다. 혹은 A에서 실패하여 B라는 길로 가게 되거나 C라는 방식으로 살아가길 바란 대도, 역시 아낌없이 지지하고 지원해주는 부모가 되기를 원한다. 지금 처한 환경이 전부가 아니라고, 넓은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그래도 하늘이 무너지는 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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