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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이 된다면(3)

'사랑의 불시착' 통일국가 프로젝트(feat. 윤세리와 리정혁)

처음에는 일부 부서의 성격에 따라 학생들이 특정 부서에 몰리기도 하고 혹은 거의 없을 수도 있겠다고 걱정했다.

고등학교는 학생부에 기록되는 내용이 대입에 연결되기 때문에 정말 자신이 희망하는 것보다 진학을 고려하여 유리한 쪽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에 적절한 교사의 말 한마디가 매우 중요하다.


'어떤 부서에 속해 있고 어떤 역할을 맡았는가 보다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주어진 역할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가 중요하다.'


학생들은 의외로 말을 잘 알아들었다. 법이나 의료와 관련된 부서에 학생들이 몰릴 경우 제비 뽑기를 해서 한 교실에 수용가능한 인원을 배정하도록 조절해야 할 수도 있겠다고 걱정했지만, 대부분의 부서가 20~30명 정도로 결정이 되었고 학생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프로젝트에 임했다.





첫 회의시간은 다소 긴장된 분위기였다.

3개 학년이 모두 섞여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선후배의 눈치를 살피느라 바쁘다.


학생들은 자신의 희망대로 원하는 부서에 가입을 하였고, 한 교실 안에 북한 주민과 남한 주민이 자연스레 섞여있었다.

그들은 철저히 북한 사람과 남한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의견을 말해야 했다. 


지리적으로 2층은 남한 땅, 3층은 북한 땅이다.

북한 입장의 학생들은 3층이 자신들의 본래 터전이었고 남한 학생들은 2층이 그러하다.

학생들은 자신이 북한주민이냐 남한 주민이냐에 따라 2, 3층에서의 행동이 달랐다. 그들은 내 땅, 내 고향이 있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북한의 지하자원을 보호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었다. 각자의 역할에 모두 충실한 분위기였다.


대통령은 각 부서(교실)를 돌며 회의 분위기와 내용을 살피고 앞으로의 정책 방향에 대해 고민한다. 주민들이 어려움은 없는지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은 없는지 알고 싶어했고 기꺼이 도우려 했다.


각 부서에는 담당선생님이 배치되어 있다.

그들은 학생들이 질문할 때 도움을 주고 불편한 점들을 봐두었다가 교사회의 시간에 건의하였다.

그리고 학생들의 활동이 조금씩 느슨해지는 순간에 적절히 나서서 추가 미션을 내리기도 한다.


추가미션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남한에서 북한까지 이르는 고속도로와 KTX를 구축해야 한다. 어떤 지역에 도로와 철도를 세울 것인지, 그리고 휴게소와 역을 배치할 것인지 타당한 이유와 함께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라.(국토교통부)'

'3층 2-1 교실(북한 땅)에서 북한주민과 남한 주민의 갈등으로 주민 폭동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원인을 분석하여 대책을 마련하고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라.(법무부 경찰청)'

'2032년 올림픽을 대한민국에서 개최하려고 한다.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올림픽 위원회의 허가를 받을 것인지 계획서를 제출하라.(문화체육부)'


학생들은 미션이 내려질 때마다 회의를 하고 역할을 정하여 자료를 조사하고 부서 내부에서 1차 발표를 진행한다. 최종 안건을 제출하기 전에 혐의와 토의를 거쳐 더 좋은 대안은 없는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생님이 제시하는 추가 미션 외에 학생들은 국가의 발전을 도모하고 국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각 부서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안건을 제시하기도 하고, '북한말' 골든벨 퀴즈와 같은 깜짝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그들은 각자 원하는 이상적인 국가를 만들고자 '우리나라당', '열린마음당', '하나로당' 등과 같은 이름의 정당을 신설하여 활동하기도 하였다.


이 외에도 학생들은 남북한 통일 국가의 새로운 국기를 그리고 '우리'라는 이름의 화폐를 주조하였다. 올림픽 개최 시 사용할 마스코트를 제작하였으며 남북한 문화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 활동, 언어갈등 시 대처요령, 자연재해 대비법, 북한의 토지에 적합한 건축공법을 연구하기도 하였다. 

또한, 남북한 단일어의 필요성을 느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통언어 표기 방안을 제안하거나 관련 자격증 제도를 제안하기도 하였다. 


많은 학생들이 여기서 멈추기 않고 관련 내용을 추가 탐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구 과학시간에 북한의 지형조사하여 발표하거나 정치와 법시간에 다양한 정치 체제를 비교하기도 하였다. 남북한의 의료 평등 실천을 위해 고민하는 친구도 있었으며, 화폐를 통일할 경우 기존의 재산정도를 어떻게 계산하여 재분배할 것인지 그리고 남북한이 물가 차이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제시한 학생들도 있었다. 


학생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꿈을 꾸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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