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저의 근황이 궁금하셨을 분들을 위해 잠시 알려드리자면(궁금했다고 해주세요..ㅎㅎ) 9월 25일에 약국 인테리어가 마무리되었고, 열심히 약을 주문하고 약장을 채워 넣어 9월 30일에 무사히 약국을 오픈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민트색을 포인트 색상으로 넣은 인테리어입니다ㅎㅎ
오픈하고 나서도 한동안은 매일같이 오는 택배 박스를 뜯어서 가격표 찍고 진열하고 약국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오픈한 지 2주쯤 되니까 이제 겨우 여유가 좀 생겼어요. 약 종류는 어찌나 많던지, 나름 이것저것 주문한다고 했는데도 빠진 게 있더라고요. 손님이 와서 찾으면 그제야 아, 그게 없구나 깨닫고 주문하는 일상의 반복입니다..ㅎㅎ
근무약사로 오랫동안 일했지만 개국약사는 근무약사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근무약사는 말하자면 일종의 회사원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정해진 업무만 하면 되고 근무 시간만 채우면 아무 걱정 없이 퇴근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개국약사가 되고 나니 약 주문부터 전산 업무, 조제, 복약지도, 일반약 판매, 재고 관리, 가격 책정, 약 진열, POP 만들기, 청소까지 모두 제 몫입니다. 그래서 제때 퇴근을 못하는 날도 많아요. 어차피 제가 해야 될 일이니까 하나라도 더 해놓고 가려는 생각에 자진해서 연장 근무를 하는 거죠. 그래도 제 약국이라서 그런지 연장 근무가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요. 이게 바로 사장님과 직원의 차이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ㅎㅎ
엄마와 이모가 반찬가게를 시작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볼 때도 자영업자가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해보니 정말 힘들다는 게 온몸으로 느껴졌어요. 개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체중이 무려 4kg나 빠진 게 그 증거입니다. 열심히 운동할 때는 고작 1kg 빼기도 힘들었는데 말이죠. 이것저것 신경 쓰느라 입맛이 없어서 끼니도 제대로 안 챙겨 먹고, 생각이 많아서 밤에 잠도 못 자니까 저절로 살이 빠졌습니다. 아, 물론 요즘은 다시 밥도 잘 먹고 피곤하니까 잠도 잘잡니다. 완전히 적응하고 나면 체중도 다시 원상 복귀되겠죠. (원래보다 더 찌지는 않아야 될 텐데 말입니다..ㅎㅎ)
지난주 금요일은 제가 약국 오픈한 지 딱 일주일 되는 날이었는데요. 아침부터 브런치 알람이 자꾸 울려서 무슨 일인가 하고 들어가 봤더니 글쎄, 브런치 메인에 제 브런치북이 올라가 있더라고요.
브런치에게 감사를..ㅎㅎ
덕분에 정말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어주셨고 구독자도 많이 늘었습니다. 브런치북 라이킷도 하루 만에 40개 넘게 받았어요.
제 글을 읽고라이킷하고 구독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평탄하던 그래프에 급경사가 생겼습니다!
마치 브런치에게서 개업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약국 오픈 준비하느라 바빠서 한동안 글을 못썼는데 다시 열심히 글을 써야겠다는 의지가 불끈 솟았어요!
<약국 근무 일기>는 제가 근무약사로 일할 때의 경험과 생각을 담은 브런치북인데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좋아해 주셔서, 앞으로 개국약사로 일하며 <약국 근무 일기 2>를 써봐야겠다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습니다.
오늘은 생존 신고 겸 감사의 마음을 담은 짧은 글로 마무리하고, 앞으로 개국 과정을 담은 글을 하나씩 올려보려고 합니다. 여유가 되면 앞에서 말한 것처럼 개국약사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를 묶어 <약국 근무 일기 2>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물론 글 쓸 시간이 없을 만큼 손님이 많이 와서 약국이 잘 되면 더 좋겠지만... 신규 약국이라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아무래도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 오늘도 혼자 음악 틀어놓고 약국에서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니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