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인테리어 업체에서 견적을 받고 예상보다 큰 금액에 놀랐던 저는 나머지 업체에서도 실측을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다른 업체들은 추석이 지나야 공사는 가능하지만 그전에 실측은 가능하다고 했거든요.
두 번째 업체는 실측 다음날 평면도와 투시도, 그리고 견적서까지 메일로 보내주었습니다.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투시도가 있으니 평면도만 보는 것보다 훨씬 와닿았어요. 첫 번째 업체보다 견적도 훨씬 저렴했습니다. 천만원 이상 차이가 났어요.
하지만 인테리어가 뭔가 공장에서 찍어 나온듯한 획일적인 느낌이라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장님께서 본인만의 스타일이 있으셔서 제가 원하는 바를 이야기해도 잘 안 들어주셨어요.. 쉽게 말하면 '알아서 잘해줄 테니 그냥 믿고 맡겨봐' 이런 느낌이랄까?ㅎㅎ 물론 경험이 많으니 알아서 해주시겠지만, 제가 일하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니만큼 소통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좀 아쉬웠습니다.
세 번째 업체는 지인에게 추천받은 곳이었는데요. 일단 사장님의 외모에서 장인의 포스가 느껴져서 믿음이 갔습니다. 뜬금없이 무슨 말이냐,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진짜 그랬습니다ㅎㅎ 원래 곱슬인지 펌을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웨이브진 단발머리에 모자를 쓰고 실측 장비를 들고 오시는 모습에서 느낌이 왔습니다.
이곳은 실측을 하고 이틀 뒤에 도면과 견적서를 보내줬습니다. 완성된 모습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3D 도면이라 좋았어요. 견적은 두 번째 업체보다는 조금 비쌌지만 에어컨과 간판까지 포함된 가격이므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 업체는 간판을 제외한 금액이었기 때문이죠. 역시 추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업체로 마음이 조금 기울었어요.
마지막 네 번째 업체는 두 번째, 세 번째 업체와 비슷한 시기에 실측은 했으나 실측 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기다리다 지친 제가 언제쯤 도면과 견적서를 받아볼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추석이라 좀 늦어진다는 말만 반복했어요.
타 업체와 달리 전문성을 위해 디자인팀이 따로 있어서 정확한 일정을 말하기는 힘들고, 디자인이 완성되는 대로 미팅을 잡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얼마나 전문적으로 잘할지는 모르겠지만, 피드백이 너무 늦고 일정도 가늠할 수가 없어서 저로서는 답답할 따름이었습니다. 추석 전에 계약을 해야 추석이 지나고 바로 공사를 시작할 수 있으므로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결국 이 업체에게는 일정이 안 맞으니 취소해달라고 말했습니다.
3군데 업체에서 실측을 받고 최종적으로 결정한 곳이 어딘지는 다들 아시겠죠?ㅎㅎ
네, 바로 장인의 포스가 느껴지는 사장님이 실측하러 오셨던 세 번째 업체입니다. 지인이 추천했던 곳이기도 하고요. 사장님께 전화로 제가 원하는 사항을 몇 가지 더 말씀드렸더니, 그 부분을 반영해서 수정된 도면을 가져오겠다고 하셨습니다.
약국 인테리어를 하면서 제가 염두에 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크지 않은 평수인만큼 최대한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할 것
2. 일반약, 건강기능식품 진열장은 넉넉하게 만들 것
3. 앉아서 상담할 수 있는 공간 만들기
4. 작더라도 창고 공간 확보하기
5. 식사할 수 있는 공간 만들기
요즘은 10평 이하의 약국도 많아서 처음에는 12평 정도면 혼자 하기에는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인테리어를 하려고 보니, 제가 원하는 것을 다 반영하기 위해서는 좀 더 크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전문약, 일반약, 건강기능식품뿐만 아니라 부외품까지 다양하게 취급하는 약국의 특성상 진열장이 많이 필요하고 재고를 보관할 공간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깊이 있는 상담을 원하는 경우 긴 시간 서서 이야기하는 것이 항상 아쉬웠기 때문에, 앉아서 상담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고 싶었어요. 편하게 앉아서 식사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했습니다. 예전에 아르바이트했던 약국 중 한 곳은 공간이 협소해서 서서 밥을 먹는 곳도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최대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동선을 고려하여 자동문 위치를 조금 바꾸고, 진열장을 추가로 넣기로 했습니다. 작지만 창고 공간을 만들어 별도로 문을 달고, 카운터 일부를 분할해서 상담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고요. 조제실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작은 테이블과 의자도 넣어주시기로 했습니다. (알찬 공간 활용을 위한 노력..ㅎㅎ) 다행히 사장님께서 제가 원하는 부분을 잘 들어주셔서 가능한 일이었죠.
며칠 뒤 사장님과 다시 만나 수정된 도면을 확인하고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계약금으로 천만원을 입금하고 나니 큰 일을 하나 해결한 것 같아서 후련했어요.
다시 받은 도면, 여기서 약간만 더 수정해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아, 거금 천만원은 물론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입니다ㅎㅎ 인테리어 이야기가 끝나면 대출 이야기도 써볼게요!
여기서부터는 약국 인테리어를 준비하시는 분들을 위한 소소한 팁입니다.
도면, 견적도 중요하지만 소통이 잘 되는 업체를 고르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본인이 원하는 부분을 이야기했을 때 이건 할 필요가 없다, 또는 이 정도 공간에는 도저히 할 수가 없다,라고 잘라 말하는 업체보다는,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업체를 선택해야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테리어 견적이 어디까지 포함된 금액인지 확실히 알아보세요. 저도 처음에는 약국 전문 업체에 맡기면 필요한 건 다 해주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업체마다 포함되는 범위가 달랐습니다. 저 같은 경우 첫 번째 업체는 에어컨과 간판은 별도라고 말했고, 두 번째 업체는 에어컨은 포함되지만 간판은 별도였습니다. 제가 선택한 세 번째 업체는 에어컨, 간판까지 다 포함된 금액이었지만요. 첫 번째, 두 번째 업체는 필요한 경우 제휴 간판 업체와 연결은 해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금액만 보고 '여기가 제일 싸니 여기서 해야겠다'라고 결정해서는 안됩니다. 견적서의 세부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고 어디까지 포함된 금액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 대금 지급은 어떻게 하는지, 공사는 언제까지 마무리해주는지 확인해야 됩니다. 보통 견적서 상의 금액에 10프로의 부가세가 추가된 금액이 최종적으로 지급해야 되는 돈입니다. 이 금액은 한꺼번에 주는 것이 아니라 계약금, 중도금, 잔금의 형태로 나눠서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계약금으로 천만원을 입금하고 나머지 금액은 공사가 끝난 후 지급했습니다. 사장님께서 서로 번거로우니 중도금은 생략하자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공사 일정을 제대로 맞춰주지 않으면 오픈하는데 지장이 생기므로 계약서 상에 명확히 기재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이것 때문에 법정 소송까지 간 사례도 있다고 하니 확실하게 해두는 것이 좋겠죠.
마지막으로 하자 보수, 즉 AS 부분도 꼭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AS를 받을 일 자체가 없다면 가장 좋겠지만 미래의 일은 알 수 없는거니까요. 따라서 만약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빠르게 해결해주는 업체인지 확인해보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되도록 가까이 있는 업체가 좋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