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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훈 Sep 01. 2017

재송신10년 전쟁

1.  지상파 재송신, 플랫폼의 생존이 달렸다. 

  

2002년 3월 1일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이 팡파르 속에 개국했다. HD방송, 돌비 5.1 음향, T커머스, 데이터방송이 가능한 디지털 위성방송은 2002년 개국 당시 84개 비디오 채널, 60개 오디오 채널 등 144개 채널로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출범한다. 지상파 방송과 1995년 시작된 케이블이 양분하고 있던 방송시장에 위성방송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방송은 본격적인 경쟁구도가 시작됐다.   


2002년 3월 1일 스카이라이프의 개국식. 김대중대통령까지 참석할 정도로 많은 관심과 팡파르속에  위성방송이 출범하였다.  


    하지만 개국과 함께 당시 가장 경쟁력 있는 지상파 채널인 MBC와 SBS를 방송할 수 없었다. 2001년 당시 지상파 방송의 점유율은 무려 79%에 달해 지상파 방송의 재송신 그 자체가 플랫폼 주요 경쟁력인 상황에서 가장 인기 있는 두 개 채널 없이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기존 플랫폼 사업자인 케이블 TV에 비해 경쟁 열위 상태에서 시장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MBC와 SBS 재송신 문제는 무려 개국 이후 2년간  해결되지 못했고 그 결과는 자명했다. 70만에 달했던 예약 가입자의 25%만 실제 가입하는데 그쳤다. 가입자들은 MBC와 SBS가 서비스되기를 기다리다 지쳐 이탈했고 스카이라이프는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장밋빛 전망은 사라지고 서비스의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았다.      


왜 스카이라이프는 케이블은 방송을 하는 MBC와 SBS를 방송할 수 없었을까? 


문제는 지상파 방송 재송신 정책이었다. 당시 위성방송은 의무재송신 채널(KBS와 EBS)이 아닌 지상파 방송 채널을 재송신을 할 경우 방송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위성방송은 특성상 전국 재송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특정 권역 방송을 전국 재송신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인해 의무재송신 채널을 제외한 지상파 방송을 재송신하기 위해서는 사전 승인을 받게 했다. 케이블의 경우 기본적으로 지역 사업자로 70여 개의 권역에서 방송되는 지상파방송을 서비스한다. 부산 지역 케이블 SO는 부산 MBC, 민방인 KNN을 방송하는 것이다. 


그런데 스카이라이프는 서울 MBC 방송을 부산, 광주에서 방송하는 역외 재송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시 스카이라이프는 사업계획 당시 권역별 재송신을 준비하지 않고 시작했고 시작과 동시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문제의 핵심인 권역별 재송신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상파 방송사의 운영 체재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지상파 방송사의 플랫폼 네트워크 체제는 3가지다. KBS의 직할 체재, MBC의 계열 체재, SBS의 가맹 체재다. KBS만 단일 법인이다. 당시 MBC는 서울 MBC와 19개 지역 MBC가 개별 법인이고, SBS는 서울방송(SBS)과 지역 민방 9개 사가 가맹 계약관계로 맺어져 있다. 각 지역 방송사는 지역 권역별로 방송허가를 받아 해당 권역 내에서는 해당 방송만 송출할 수 있다. 지역 방송사들은 서울 MBC와 SBS로부터 주요 드라마, 예능, 메인 뉴스  등 약 70~80%의 프로그램을 제공받고 나머지는 지역뉴스와 지역 프로그램들을 제작, 편성해 방송한다. 각각 독립법인이지만 중앙 지상파 방송사은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시청자를 확장하고 지역 방송사는 중앙 지상파 방송의 압도적인 프로그램 경쟁력을 기반으로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보하는 공생관계인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김정기 방송위원장은 스카이라이프 개국 전인 2002년 1월 스카이라이프의 MBC와 SBS의 전국 재송신을 허가한다고 발언한다. 당시 방송법에서 위성방송에 재송신을 규정하지 않고 있어 방송위원회는 ‘방송채널정책 운용방안’을 발표해 위성방송의 지상파 권역 외 재송신을 2년간 불허하고, 종합유선방송의 권역 외 재송신은 경인방송에 한해 일부 허용하는 결정을 내린다. 개국 2년 후 MBC와 SBS의 전국 재송신 즉 역외 재송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19개 지역 MBC와 9개 지역민방은 위성방송이 지역방송 사업구도 전반을 무너뜨리고 존립을 위협한다며 크게 반발한다. 지역 방송사들은 지역주의 이념의 구현을 내세우고 권역 외 재송신 문제를 생존의 문제로 내세워 강경한 저지 투쟁을 벌인다. 지역 방송사들은 조직적인 시위와 지역 국회의원들을 압박해 2002년 김원웅 의원 외 108명의 의원이 서명한 방송법 개정안이 발의된다. 방송법은 ‘KBS 2TV 의무 재송신 제외’, ‘위성방송사업자의 의무 재송신 이외 채널 재송신 시 방송위 승인’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 방송위원회의 정책을 국회가 방송법 개정을 통해 뒤엎은 것이다. 


이로 인해 스카이라이프는 권역별 재송신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KBS2, MBC, SBS 지상파 3개 채널을 재송신을 할 수 없게 된다. 시청자 대다수가 원하는 3개의 지상파 방송 채널을 재송신하지 못하게 되면서 스카이라이프는 사업의 존폐에 직면하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2년 방송법 개정에서 의무 재송신 조항을 '방송'에서 '채널'로 구체화함에 따라 방송위원회는 KBS1만을 의무재송신 채널로 고시한다. KBS2 채널은 자연스럽게 의무재송신 채널에서 제외된다. 기존 방송법에 따라 KBS 1, 2 채널을 재송신해 오던 스카이라이프는 방송법 위반 상태가 된다. 


KBS2 채널까지 제외하게 되면 스카이라이프는 경쟁력이 더욱 떨어지게 되기 때문에 법 위반을 알면서도 채널 공급을 중단하지 못한다. 스카이라이프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2004년 10월 재송신 승인이 있기까지 KBS2 채널을 불법 재송신하고 이로 인해 23 차례에 걸쳐 4억 4500만 원의 과태로 처분까지 받게 된다(김정태, 2013). 


스카아라이프는 지역방송협의회와 2년에 걸친 협상 끝에 권역별 이행 약정을 체결한다. 


스카이라이프는 만고의 노력 끝에 2004년 12월 14일 지역방송협의회와 '권역별 이행 약정'을 체결하고 대전 MBC와 대전방송을 시작으로 지상파 권역별 시험방송을 개시한다. 2005년 2월 방송위원회로부터 권역별 재송신 승인을 받고 MBC와 SBS 시험방송을 개시하게 된다. 스카이라이프는 2004년 지역방송협의회와 ‘위성방송의 권역별 재송신을 위한 이행 약정서’를 체결하고 다음 해 2005년 ‘권역별 동시 재송신 표준약정서’를 체결함으로써 최초로 지상파 재송신 계약을 체결하고 재송신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 이때 재송신료는 수신료 납부액의 일정 비율을 28개 지역 방송 연합에 배분해주는 방식으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약을 계기로 지상파방송은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된다. 그리고 이후 방송분쟁에서 가장 치열한 재송신 분쟁이 10년 넘게 벌어지게 된다.      


한편 스카이라이프는 2002년 개국 이후 가입자는 30만에 그치고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2005년 지상파 방송 재송신을 시작하고 이후 2006년 말부터 흑자로 전환된다. 2007년에는 가입자 200만을 돌파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 지상파 재송신이 결국 위성방송을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방송통신위원회,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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