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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훈 Mar 04. 2023

일본의 실패한할리우드침공 -콜럼비아픽쳐스/MCA

경과          


1989년 9월 일본의 전자제품 회사 소니가 코카콜라 소유의 영화제작사 ‘컬럼비아 픽쳐스’ 인수를 발표한다. 인수금액은 49억 달러로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코카콜라에 35.5억 달러를 현금으로 지불하고 14억 달러의 부채를 인수하는 조건이다. 소니는 콜럼비아 픽쳐스와 트라이스타 스튜디오와 미국 내 820개의 영화관을 보유하고 있는 콜럼비아 픽쳐스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독립경영을 약속한다. 하지만 독립경영 약속에도 불구하고 ‘콜럼비아’라는 이름 자체가 미국의 국가를 상징해 미국을 대표하는 영화사로 여겨졌던 콜럼비아 픽쳐스가 일본에 팔렸다는 이유만으로 미국민들이 받은 충격은 컸다. 매스미디어들도 일본 기업이 인수한 첫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일본 침공’이라는 제목으로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당시 뉴스위크지는 콜롬비아 픽쳐스의 횃불을 든 여인(콜럼비아의 상징)을 기모노를 입은 여인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배경 및 목적      


1924년 설립된 콜럼비아 픽쳐스는 1982년 코카콜라가 인수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코카콜라는 1987년 콜럼비아 픽쳐스와 트라이스타 픽쳐스를 통합해 콜럼비아 픽쳐스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지만 부채 문제로 인해 콜럼비아 픽쳐스 엔터테인먼트를 공개 매도한다.  


소니는 당시 전자기기 하드웨어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가전회사다. 소니는 비디오 표준 경쟁에서 소니의 베타맥스보다 화질이 떨어지는 VHS 방식에 패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베타맥스 방식이 화질과 품질이 더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회사들과 비디오 대여 체인점들이 싼 VHS를 선택해 표준화 경쟁에 패해 신제품의 성공에 콘텐츠 회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또 소니가 워크맨으로 세계를 제패해도 그 안에서 듣는 콘텐츠는 미국 팝송이고, 소니의 자랑인 트리니트론 TV와 비디오 플레이어에서도 미국 영화를 보는 상황을 바꿔보고자 했다. 1980년대 막대한 경제적 성공을 거둔 일본 기업들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를 사들이기 시작한다. 소니는 1987년 미국 6대 레코드 회사 중 하나인 CBS 레코드를 20억 달러에 인수하고 1989년에는 콜럼비아 픽쳐스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다. 


현재는 파나소닉으로 사명이 바뀐 마쓰시타도 1990년 MCA를 61억 달러에 사들인다. MCA는 <조스>, <ET>, <주라기공원>, <쉰들러 리스트> 등의 영화를 흥행시킨 유니버설 픽쳐스를 비롯해 세계적인 음반회사인 MCA레코드와 게펀 레코드. 푸트남 버클리 출판사 등을 소유한 초대형 미디어 그룹이었다.


거대 하드웨어 기업들은 하드웨어에 이용되는 콘텐츠라는 소프트웨어를 인수하는 시도를 해왔다. RCA가 NBC를 소유했었고, GE도 NBC를 인수해 콘텐츠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당시 개발된 ‘비디오 워크맨’은 ‘하드웨어’로, 컬럼비아의 영화 ‘람보’는 ‘소프트웨어’ 역할을 해내며 세상을 또다시 지배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 결과는 기대대로 되지 않았다.       


성과      


소니는 인수 초기 하드웨어 기반의 일본 기업이 할리우드에 진입한 비용을 톡톡히 치렀다. 소니는 먼저 공동대표로 <배트맨>과 <레인맨> 등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Guber-Peters Entertainment의 피터 거버(Peter Guber)와 욘 피터스(Jon Peters)를 고용했다. 그러나 그들이 워너 브라더스와 이전에 맺은 계약을 위반했다는 이슈가 터져 워너 브라더스에 수억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합의금을 지불하고 어렵게 거버와 피터스를 데려온다. 시작부터 예상치 못한 거액의 추가 비용이 들었는데 이후 두 공동 대표는 비싼 매니저들을 채용하고, 각자 개인 자가용 비행기를 구매한다. 또 스튜디오를 단장한다며 1억 7천5백만 달러를 쓴다. 

이들이 제작한 주요 영화들은 <미저리>, <터미네이터 2>, <원초적 본능>, <어퓨 굿맨>,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등이었고 흥행에 성공하는 성과를 낸다. 하지만 엄청난 제작비를 쓴 <라스트 액션 히어로>, <허드슨 호크>는 흥행에 실패해 큰 손실이 발생한다. 


이들은 좋은 프로듀서였는지 몰라도 큰 회사를 경영해본 적은 없어 비용을 통제하지 못했다. 당연히 영업이익은 급감했다. 연이은 흥행 부진으로 적자는 30억 달러를 넘어섰고 컬럼비아 산하 스튜디오들은 매각 대상이 됐다. 그림 7에서 보듯이 인수 2년 후인 1991년 영업비용은 합병 전보다 46%가 증가했다. 당연히 영업이익은 40% 감소한다. 93년에까지 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총매출까지 역성장으로 전환돼  소니는 1994년 32억 달러를 상각 해야만 했다. 콜롬비아 픽쳐스의 전체 인수대금에 맞먹는 비용이었다. 결국 소니는 거버와 피터스를 쫓아내야만 했다. 그리고 후임으로 전 CBS CEO인 하워드 스트링거를 영입해 겨우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간다.



일본은 80년대 최고의 호황을 누리며 세계 경제 2위의 대국으로 성장해 미국까지 위협할 만큼 성장했지만 플라자 합의 이후 20년간 지속된 경제 불황에 빠지게 된다. 주가와 부동산이 폭락하면서 영화산업을 지원해줘야 할 모기업 소니도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소니의 주가는 급성장해 콜럼비아 픽쳐스를 인수할 당시 4,131엔까지 올랐지만 3년 뒤 1992년에는 1,739엔으로 1/3토막이 난다.


비슷한 시기 인수한 마쓰시타도 양사의 경영진 간의 문화 차이와 가치관 차이로 갈등을 빚었다. 할리우드의 모험적인 경영방식을 일본의 가전기업 경영진들은 수용하지 못했고 감정적인 불화가 계속되었다. MCA의 경영진은 마쓰시타의 지원을 기대했지만 마쓰시타는 도전적 지원을 하지 못했고 일본의 경제 상황 악화까지 겹쳐 지원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결국 마쓰시타는 인수가와 비슷한 70억 달러에 캐나다 시그램사에 MCA를 매각한다. 당시 엔화 가치 상승으로 70%가량의 환차손이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실패한 인수와 매각이다.  


할리우드 침공의 선봉장에 섰던 소니와 마쓰시타는 문화가 다른 글로벌 기업을 인수한 후 사후관리에 실패해 할리우드 진입비용을 톡톡히 치렀다. 소니는 경영진 교체 후 인수 후 사후관리(PMI) 이슈를 적극적으로 대응해 안정적인 할리우드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마쓰시타는 인수기업을 매각하고 할리우드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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