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페이스북을 죽일 것들을 만들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만들 것입니다. 인터넷은 우호적인 곳이 아닙니다. 존재감을 유지하지 못하면 폐허를 남기는 사치조차 누릴 수 없다.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만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
2012년 4월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인수 합병한다고 발표한다. 한 해 전인 2011년에도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에 인수를 제안했지만 인스타그램은 서비스 확장에 주력하겠다며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1년 후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는 다시 한번 인수를 제안한다. 1년 전과는 달리 인스타그램의 공동창업자 겸 CEO인 캐빈 시스트롬(Kevin Systrom)은 제안을 수용하며 20억 달러를 요구하고 나선다. 마크 주커버그는 자신의 집으로 캐빈 시스트롬을 초청해 사흘간 열성적으로 설득해 10억 달러에 독립경영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인수에 합의한다. 2012년 8월 미국 FTC와 영국 공정거래청의 승인을 받았고 2012년 9월 6일 현금 3억 달러와 주식 2,300만 주를 지불하고 합병은 공식적으로 완료됐다.
인스타그램 창업자 캐빈 시스트롬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와 비슷하게 대학 시절 사진 서비스에 관심이 많아 사진 공유 서비스 버븐을 개발한다. 버븐(Burbn)의 초기 시절 공동 창업자 마이크 크리거(Mike Krieger)를 만나 사진 공유에만 초점을 맞춘 인스타그램(Instant+Telegram)으로 리뉴얼해 2010년 10월 애플의 앱스토어에 등록했다. 인스타그램은 1년 반 만에 이용자는 4천만을 돌파했고 하루 500만 장의 사진이 업로드되는 인기 앱으로 급성장했다.
인스타그램은 저스틴 비버와 같은 젊은 팝스타들이 사진을 업로드하기 시작하면서 서비스는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가입자가 600만 명에 불과했을 때 저스틴 비버가 사진을 업로드하자 10대 소녀팬들이 몰려들어 서버가 수시로 다운됐다. 인스타그램은 서버의 절반을 저스틴 비버의 계정에 할애할 정도였다.
이후 킴 카다시안, 테일러 스위프트, 리애나 등의 셀럽들과 선거 캠페인 중이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 후보까지 인스타그램에 가입하며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14년에는 양대 SNS였던 트위터의 이용자 수를 넘어선다. 유명 벤처 캐피털인 세퀘이어 캐피털(Sequoia Capital)은 700만 달러를 투자했고 트위터 CEO인 잭 도시(Jack Dorsey)도 엔젤 투자를 한다. 잭 도시는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하기 한 달 전 인스타그램에 지분 인수를 제안하기도 했다.
세퀘이어 캐피털은 애플, 야후, 구글, 유튜브 등에 투자해 유명해진 전설의 벤처투자 캐피털로 이후 엔비디아 페이팔, 링크드인,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수많은 유니콘 기업들에 투자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세쿼이어가 투자한 기업들의 가치는 나스닥 전체의 22%에 이른다고 한다. 주요 기업들의 투자가치를 평가하고 투자해 스타트업 기업가치 평가의 기초가 되고 세쿼에어가 투자하면 성공한다는 평판을 가지고 있는 벤처 캐피털이다. 왓츠앱에 이미 약 $60M(약 640억 원)을 투자해 10~20% 정도의 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인수로 약 $3B (3조 원)를 가져가게 된다.
페이스북은 급성장하는 인스타그램을 보며 위기감을 느낀다. 공식적으로는 인수 목적이 사진+위치기반+소셜의 조합으로 포스퀘어나 트위터에 대항하고 모바일 가입자 증대와 광고수익 증대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수 8년 후 공개된 마크 주커버그의 이메일에서 인스타그램을 제압하기 위해 인수했다는 내용이 밝혀져 충격을 줬다.
마크 주커버그의 이메일은 2020년 7월 미국 하원 사업위원회 반독점 소위원회가 개최한 공청회를 통해 대외에 공개됐다. CEO 마크 주커버그와 경영진이 주고받은 이메일에 의하면 인스타그램과 패스(Path) 같은 SNS가 급성장하고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이들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네트워크가 확립되어 있으며 대기업으로 성장할 경우 자사에 파괴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스타그램 등 서비스 인수 계획을 밝혔다. 주커버그는 M&A의 목적으로 잠재적 경쟁자 무력화와 서비스 통합이라고 밝히고 이들 잠재적 경쟁기업을 인수해 서비스를 존속시키면서 시간이 지나면 이들이 만든 소셜 생태계를 자사 핵심사업에 통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비즈니스의 걸림돌이 될 위협으로 간주해 인수 통해 경쟁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인수한 것이다.
인스타그램 창업자들을 3년간 밀착 취재한 사라 프라이어의 ‘노 필터’(No Filter)에 의하면 마크 주커버그는 2008년 트위터를 5억 달러에 인수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트위터가 거부했고 트위터는 페이스북의 주요 경쟁자로 성장했다. 반대로 2006년 야후가 성장 초기의 페이스북에게 10억 달러의 인수를 제안했으나 그때는 주커버그는 이를 거절하고 페이스북은 야후의 경쟁자로 성장했다. 인스타그램이 지금처럼 성장하면 조만간 페이스북의 경쟁자가 될 것을 직감한 것이다.
당시 인스타그램의 이용자는 2,500만으로 페이스북에 비하면 차이가 크고 수익은 한 푼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의 이용패턴 분석 결과 페이스북의 뉴스피드와 유사하고 광고를 접목할 경우 수익화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또한 급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서비스에 페이스북은 아직 제대로 대응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는데, 인스타그램은 모바일 중심으로 모바일 시대에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었다. 게다가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해 성장시킨 것처럼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할 경우 두 개의 성장엔진을 갖게 되는 것도 인수의 중요한 목적이었다.
한편 페이스북은 초기 트위터와 같은 텍스트 기반의 SNS로 빠르게 전 세계를 장악했다. 모바일 인터넷 속도의 발전과 함께 이미지 기반 SNS가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텍스트 기반 SNS에 이미지 공유 영역을 강화할 수도 있지만 텍스트 기반 SNS의 본질이 흐려질 우려가 있어 별도의 이미지 기반 SNS를 인수했다는 관점도 있다.
당시 인스타그램의 CEO인 시스트롬은 20억 달러를 제안한다. 마크 주커버그는 페이스북 기업가치의 1%를 지불하기로 계획하고 일사천리로 인수협상을 진행한다. 페이스북이 기업공개를 앞두고 실시한 자산평가 결과 페이스북의 기업가치는 1,000억 달러로 인스타그램 인수가를 10억 달러로 정한다. 인스타그램의 경영자들이 외부의 조언을 듣거나 이미 친분이 있는 트위터의 CEO 잭 도시의 인수 참여를 막기 위해 인수 협상은 주커버그의 집에서 진행됐고 전화로 인스타그램의 자산과 기술 평가가 진행됐다. 딜은 3일 만에 성사됐다.
인수대금의 지불도 인스타그램은 현금을 요구했지만 페이스북은 향후 기업공개를 통해 주식시장에 상장되고 페이스북이 더 성장함에 따라 인수 가치도 증가할 수 있다고 설득한다. 시스트롬은 이를 받아들였고 페이스북의 주가는 상장 시 30달러에서 약 2년 만에 70달러를 넘어서며 두 배 넘게 증가한다. 시스트롬이 주식으로 받은 약 7억 달러 가치의 2,100만 주는 두배가 넘게 올랐고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10배 넘게 증가했을 것이다.
한편 인스타그램의 경영자들 사이에서는 인수에 대해 이견이 발생한다. 불과 한 달 전 트위터의 제안을 거절하고 며칠 전 벤처 캐피털로부터 5천만 달러를 투자받아 돈이 급하지도 않고 더 성장시킨 뒤 인스타그램을 매각할 경우 50억 달러도 받을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하지만 시스트롬은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의 카피 서비스를 내놓고 직접 경쟁하게 될 상황을 우려했다. 당시 직원수가 13명밖에 안되고 기술력도 부족했던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 엔지니어링팀의 기술과 인프라를 이용할 경우 빠른 시간 내에 성장할 수 있고 무엇보다 독립적인 경영을 보장받는 점도 인수의 큰 이유였다.
인스타그램 인수는 구글의 유튜브 못지않은 성공적인 M&A 사례로 꼽힌다. 성공의 결과들은 수많은 수치로 증명된다. 인스타그램의 주요 성과 지표들은 다음과 같다.
월간 이용자는 10억 명 이상으로 전 세계 6위 앱이다.
매일 9억 5천만 개의 사진이 업로드된다.
서비스 시작 이후 4조 개의 사진이 공유됐다.
2020년 광고수익은 138억 달러다(약 16조 원)
50만 명의 인플루언서가 활동 중이다.
39%의 브랜드가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20%의 예산을 집행한다.
인스타그램의 기업가치는 10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된다.(Bloomberg intelligence)
출처: 비지니스오브앱스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는 매우 훌륭한 전략적 M&A로 평가받지만 인수가에 대해서는 비싸다는 평가도 많았다. 벤처 투자 기관이 산정한 기업가치는 5억 달러로 페이스북이 두 배나 비싼 가격에 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인수 당시 기업공개를 위해 기업가치 평가를 시행했고 페이스북의 기업가치가 1,000억 달러라는 사실에 놀랐다. 페이스북과 유사한 서비스와 잠재 광고수익을 산정한 결과 반드시 인스타그램을 인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10억 달러가 비싼 인수가 일 수는 있지만 페이스북의 1%에 인스타그램을 구매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한편 당시 인스타그램의 가입자는 3천3백만 명으로 인수가는 가입자당 약 30달러 수준이다. 소셜미디어 서비스의 가입자 가치와 관련해 2014년 CNN은 링크드 인은 153달러, 트위터는 140달러, 페이스북은 123달러로 평가했다. 이들 서비스와 비교하면 인스타그램의 인수가는 매우 저렴하다.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의 인수 후 불과 1년도 안 돼 이용자 1억 명을 돌파하고 2년 차에 2억 명으로 급성장한다. 마크 주커버그의 직감이 맞았던 것이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의 사용자 증가에 베팅한 것이고 이 베팅은 불과 6년에 약 100배의 가치로 돌아온다.
인수 당시 인스타그램의 이용자는 3천 만이고 페이스북은 9억 명이 넘어 두 회사 간의 차이는 30배도 넘었다. 하지만 인수 후 2016년까지 6년간 페이스북이 연간 21%씩 성장하는 동안 인스타그램은 연간 190%씩 급성장한다. 또한 당시 대표적인 SNS 서비스이자 인수 경쟁자였던 트위터를 2014년 말 따라잡고 경쟁 서비스와의 격차를 크게 벌린다. 현재 페이스북 다음 SNS 서비스는 인스타그램이다. 초기 경쟁하던 마이스페이스닷컴, 트위터, 야후가 인수한 텀블러, Vine 등의 서비스는 이미 큰 격차로 따돌려 사실상 SNS는 페이스북이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이스북과 경쟁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는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인데 모두 페이스북 패밀리다. SNS는 페이스북의 제국인 것이다.
한편 인스타그램의 이용자는 10억 명으로 페이스북의 25억 명과는 차이가 크지만 인스타그램은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는 최고의 서비스다. 인스타그램은 단순한 사진 공유 SNS가 아닌 비즈니스의 기준이 되는 서비스다. 모든 비즈니스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카페, 식당 등의 소비자 기반의 사업들은 인스타그램의 핫 플레이스가 되기 위해 매장의 인테리어와 서비스, 음식의 플레이팅 등을 인스타그램 감성에 맞춰 바꾼다. 수십만 명의 인플루언서들은 인스타그램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마케팅과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와 독립경영은 실리콘밸리 기술기업 M&A의 한 선례가 된다. 다수의 미디어 기업들은 인수한 기업들을 내부화하고 인사 등을 통해 지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등을 독립 경영시킨 이후 트위터는 Vine과 Periscope를, 구글은 Nest, 아마존도 Whole foods를 인수 후 독립경영시킨다. 스타트업의 성공과 대기업 내에서의 독립경영이 가능해져 기술기업의 M&A를 활성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음 장에서는 또 다른 페이스북 패밀리인 글로벌 1등 메신저 왓츠앱 인수에 대해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