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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un 26. 2019

우리가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을까?

결혼 3년 차 신혼부부에게 찾아온 하나의 챌린지

“여보, 우리 강아지 키울까?”


남편의 말은 자못 도전적으로 들렸다. 생전 내 의견에 반박한 적은 없었지만,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문제에 있어선 매우 신중했던 그다. 그랬던 그가 먼저 강아지를 키우자는 말을 하다니. 이유를 물으니 ‘정말 귀엽잖아’란다. 사실 맞다. #댕댕이, #멍스타그램, #강아지그램 등 SNS 채널에서 예쁘고 귀여운 강아지가 참 많이 보인다. 그중 우리 부부가 처음 강아지에게 홀린 건 ‘짱절미’였다. 절미 주인이 위트 있게 운영하는 SNS 채널을 운영한 이후부터 우리 부부는 늘 강아지 얘기만 했다. 그 후 서로 랜선 이모와 이모부를 자처하며, 귀여운 강아지 사진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진지하게 ‘강아지’를 키워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부부는 반려견을 가족으로 들일 수 있을까.


출처 : 짱절미 인스타그램


귀엽다고 다 가족이 아니잖아


요즘은 반려동물을 들이기 전 주변에서 여러 소리를 듣게 된다. 귀엽다고 데려가서 키우다가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 혹은 교육하는 것을 포기하고, 강아지를 길에 유기하는 몹쓸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가 흔히 들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변에 펫 사업, 브리더 사업을 하는 분들을 만나보면 강아지, 어쩌면 견주들에게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이미 반려동물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합의를 이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부부는 그런 면에선 너무나 당연히 반려동물을 ‘가족’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니 괜찮았다. 하물며, 비용이 꽤 많이 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도 동의했다. 요즘 펫 보험도 생겨나는 추세인 건 어쩌면 주인들의 니즈를 대변하고 있다는 것 아닐까. 우리 부부는 어느샌가 어떤 강아지를 입양할 것인지 논의하기 시작했다. 


“비숑 프리제가 귀여운 것 같은데, 요즘 부쩍 실버 푸들도 귀여워 보여.”

“그런가? 털 안 날리려면 푸들이나 치와와 종이 좋다고들 하더라.”


본격적인 브리더를 알아보기 시작한 때였다. 남편은 집에 돌아와 회사 동료들과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왔단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게 몇 가지 있었어.”



신혼부부가 반려견을 키우기 전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할 게 있다?


반려견을 키울 때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슈는 ‘동물도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심하게는 우울증을 앓거나 견주와 떨어지는 것을 무서워하는 분리 불안 등의 이상 행동을 보인다고도 했다. 강아지를 키우는 주변인들을 생각해보니 이해가 갔다. 그들은 집에 혼자 남겨질 동물들이 걱정돼 퇴근하면 바로 집으로 향했다. 혹은 양해를 구해 집으로 지인을 초대하기도 했다. 다른 친구는 원래 남자친구와 각각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는데, 결혼한 뒤 집안 어른께서 데리고 가셨다고도 했다. 맞벌이 부부가 어떻게 강아지를 키울 수 있겠냐면서 말이다. 그래도 우리는 키울 수 있어. 가족이니까. 그 귀여운 눈빛을 보고 어떻게 미워질 수가 있지? 결혼 전 평생 한 번도 강아지를 키워본 적 없는 우리 부부는 강아지를 외롭지 않게 잘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남편이 며칠 전 이런 얘기를 했다.


“강아지를 키울 때, 비용 말고도 근본적으로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하는 게 있대.”

“그게 뭔데?”

“우리가 아직 아이가 없는 신혼부부라는 거야.”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순간 이해되지 않았다.


“키우는 건 말리지 않겠지만, 아이에게서 강아지나 고양이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면 어떻게 할 건데? 그건 사랑으로도 보듬기 어려울 거래. 처음에 검사도 안 하고 키웠다가 아이에게서 알레르기가 발병해서 강아지를 파양 한 경우도 있대.”

“아, 정말 그럴 수 있겠네.”


부끄럽지만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다. 



반려견 입양에 대해 무지했던 우리

남편의 말을 듣고 난 후에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우선 ‘아이’를 낳은 뒤, 아이에게도 반려견을 들일 지 의사를 묻고 결정하기로 했다. 후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반려견과 함께하고 있는지 궁금증이 생겨 ‘반려동물 키우기’를 인터넷 포털에 검색했다. 정말 많은 정보가 나왔다. 반려견과 함께 사는 가구부터 반려견과 함께 가기 좋은 곳, 반려견에게 좋은 음식까지 내용도 주제도 다양했다. 


강아지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수록 점점 더 민망해졌다. 세상에, 강아지를 ‘입양’한다는 의미를 어쩜 이렇게 가볍게 대했던 것일까. 고작 주변 지인이 알려준 알레르기 발현 가능성에 대해서만 주저했었는데. 반려견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데 너무 무지했다는 것을 스스로 반성했다. 물론, 우리 부부는 아직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 그들이 주는 무조건적이고 무한한 사랑을 함께 주고받고 싶다. 강아지를 키워본 적도 없는 가정에서 자랐지만, 어떤 부모든 인생에서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그렇게 대하려고 했다.


하지만, 우리야말로 단순히 강아지를 귀여워서 입양하려던 무지한 사람들은 아니었을까. 주변에서 강아지를 키우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입양처를 알아보는 사람에게 누군가 일갈했다. 


“20년간 함께 할 생각도 안 해놓고 어떻게 강아지를 입양하신 건가요?”


사랑과 확신 외에 재정과 시간, 질병 등 동물과 20년간 함께 할 미래를 그려본 게 아니라면, 반려동물 입양은 무턱대고 하는 게 아니다. 반려동물 입양은 정말 ‘가족’의 일원이 되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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