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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Dec 16. 2020

브라이덜 샤워 할까? 말까?

브라이덜 샤워를 하기 전 생각해 보면 좋을 것들

올해의 유일한 연말 모임이 취소됐다. 일 년에 두세 번쯤 모여 안부를 묻고 여행도 가곤 하던 동기 모임인데, 코로나로 밤 아홉 시 이후 음식점과 술집과 카페가 문을 닫는 사태를 맞아 모두의 안전을 위한 선택을 했다. 지방에 거주 중이라 날 잡고 모이지 않으면 친구들 얼굴 보기 힘든 나로선 아쉬운 일이다. 연말 쯔음이면 꼭 만나 가장 젊은 날의 모습을 남기겠다며 모두의 얼굴이 담긴 ‘인증샷’을 찍었는데, 2020년은 마치 없었던 해처럼 지나가게 생겼다. 


그러고 보면 ‘~하기 전 마지막’이라는 말은 별 것 아닌 일도 대단한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힘이 있는 듯하다. 해가 바뀐다고 못 볼 사이도 아닌데 ‘올해가 가기 전 마지막’이라면서 열심히 모이고 사진을 찍으니 말이다. ‘브라이덜 샤워’라는 국적불명의 생소한 서양 문화가 몇 년 새 이만큼 자리 잡은 건 모임에 대한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결혼 후에는 배우자와 가정의 우선순위가 높아지고 외출이나 외박도 배우자와 조율이 필요한 만큼 '결혼 전 마지막'으로 갖는 친구들과의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이왕 모이는 거 예쁘게 차려입는 게 좋고 맛있는 것도 먹어야 하고, 사진도 물론 찍어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모든 브라이덜 샤워가 그 이름처럼 '친구들의 우정이 비처럼 쏟아지는'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이 되는 건 아니다. 특히, 친구들끼리 결혼 시기가 다르면 미묘한 상황이 발생하기 쉽다. 처음 한두 번쯤은 친구의 결혼이 신기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해서 적극적으로 브라이덜 샤워에 동참하다가 하나 둘 유부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 그런 열정도 자연히 식어가 결혼 시기가 늦은 친구를 서운하게 만든다. 반대로 일찍 결혼한 친구 때는 다들 얼떨떨해서 브라이덜 샤워 없이 지나쳤다가 그 후 주자부터 브라이덜 샤워를 하면서 처음 결혼한 친구가 서운함을 느끼기도 한다.


친구들 간에 브라이덜 샤워에 대한 생각이 다를 때도 문제다. SNS에는 특급호텔 스위트룸을 빌리고 룸서비스를 시키고 신부는 물론 친구들까지 드레스에, 샵에서 받은 헤어 메이크업으로 꾸미고 스냅 작가를 따로 섭외해 사진을 찍는 호화로운 브라이덜 샤워도 꽤 보인다. 설령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한 공간과 음식, 의상을 준비하는 데는 당연히 돈이 든다. 브라이덜 샤워를 준비하고 비용을 부담하는 데 있어 ‘보통 이렇다~’하고 정해진 게 없어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이 다르면 서로 서운함을 느끼기 쉽고 갈등의 씨앗이 되어 버린다. 


우정을 돈독히 하려다 감정만 상했다는 사례들을 접해서인지 브라이덜 샤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굳이 필요가 있나’ 싶었다. 그런데 가장 친한 친구가 결혼 준비를 시작하자 마음이 손바닥 뒤집듯 달라졌다.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는 친구를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 ‘결혼 전 마지막’으로 친구와 오붓한 시간을 갖고 싶은 마음이 몽골몽골 솟아났다. 



친구 몰래 숙소와 생화 케이크, ‘Bride to be' 풍선을 알아보던 차에 이런 마음이 하늘에 닿았는지 호텔 예약사이트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에서 10만 숙박권에 당첨됐다. 덕분에 큰 비용 들이지 않고도 예쁘게 준비할 수 있었다. 그 날 찍은 사진 속 우리도 물론 좋은 추억으로 남겠지만, 밤이 깊도록 나눈 대화들이야 말로 사진 몇 장에 담을 수 없을 만큼 따뜻하고 특별했다. 앞으로 많은 것들이 달라지더라도 계속 이렇게 좋은 사이로 지내자는 무언의 약속을 나눈 느낌이었다. 


동시에 나는 브라이덜 샤워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풍선을 불고 배경을 붙이고 상을 꾸미고 또 정리하고 하는 과정에 꽤나 긴 시간 노동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친구들에게도 브라이덜 샤워를 함께한 추억은 이번으로 충분할 것 같다고 말해 두었다. 내가 마음과 시간을 썼다고 해서 그대로 돌려받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다짐이 무색하게 친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계획을 세워 서프라이즈 파티를 열어 주었다. 내가 전한 작은 마음이 더 큰 행복으로 돌아왔고 돌려받을 생각이 없었기에 더욱 놀라고 행복했다. 


안타깝게도 잠잠해지기를 바랐던 코로나가 최근 기승을 부리면서 결혼식을 무사히 치를 수 있을지조차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신부도 친구도 브라이덜 샤워에 대해서는 언급하기가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감염병 예방이 시급한 상황이니 머리로는 이해가 되어도 ‘결혼 전 마지막’으로 소중한 사람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다는 건 아쉽고 서운할 수밖에 없다. 결혼 후 많은 것들이 달라지더라도 좋은 사이로 지낼 수 있음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서로의 아쉬움을 배려하고 다독이는 것으로 우정을 나누는 건 어떨까. 내가 전한 마음은 언젠가 기대하지 않았던 더 큰 기쁨으로 돌아오게 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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