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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Dec 18. 2020

부부예능이 절친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

결혼하면서 세계관은 좁아지고 지인들은 멀어졌다

친구들을 만나면 이성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였던 때가 있었다. 만나서 헤어질 때까지 남자 이야기로 시작해서 남자 이야기로 끝났던 일상은 20대 내내 이어졌다. 그때는 주변에 대부분이 연애를 하고 있었고 그만큼 이별도 잦았다. 서로 나눌 이야기가 넘쳐나 하루 종일 이성 이야기를 해도 질리지 않을 만큼 참 재미있었다. 마치 이성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졌다.



어느덧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니 이제는 주변에 연애다운 연애를 하는 사람도 적고 연애를 하고 있다고 한들 시시콜콜 공유하는 친구도 없어졌다. 게다가 연애보다 일이 더 중요하고 타인보다 자신을 다듬고 가꾸는 게 더 중요한 때가 됐다. 연애에 목메는 사람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트렌드 하지 못한 이로 여겨지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20대 때 요란하게 연애했던 친구들이 결혼하고 가장 먼저 입을 닫았다. ‘남자 친구’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있어도 ‘남편’에 관해 시시콜콜 이야기하는 친구는 정말 드물다. 


어차피 평생 한 이불 덮고 살아가야 하는 사이인데, 그에 대해서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바깥에 떠들고 다녀서 득이 될 건 없다. 가정이라는 성을 위해 입을 먼저 닫는 것은 올바른 처신이자 어른다운 행동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결혼 이후로 외부와의 교류를 확 줄이는 사람도 많은데, 가정에 충실한다는 이유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는 하나 개인으로 보자면 세계관이 좁아진다는 의미와도 같다. 어른이 된다는 건, 아니 늙어간다는 건 스스로 정서적 고립 속으로 빠져들기 쉽다.


출처 : 채널A <애로부부> 영상 캡처


요즘 방송에서 부부 리얼리티 예능을 보면 수위가 높다 못해 적나라한 수준인데, 이게 또 인기가 높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부부 예능의 원조인 SBS<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과 TV조선 <아내의 맛>, JTBC<1호가 될 순 없어>, 채널A<애로부부> 등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주변의 가까운 지인보다 훨씬 솔직 담백하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심지어 ‘애로부부’는 ‘속터뷰’라는 코너를 통해 은밀한 부부 관계까지 속 시원하게 털어놓는다. 20년 지기 친구와도 나눌 수 없을 정도로 수위가 적나라하다. 과거에는 연예인의 일상은 화려할 것만 같이 느껴졌고 실제로도 그렇게 표현되곤 했다. 요즘 대세는 리얼리티라더니, 지지고 볶는 일상이 연예인도 우리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이 재밌게 느껴진다. 더구나 결혼 후 베일에 가려지기 일쑤인 타인의 일상을 방송을 통해 리얼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게 일부분 관음증을 자극하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실제로는 가까운 지인의 생활은 멀고 연예인들의 일상은 가깝게 느껴지는 게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더 외로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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