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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Feb 03. 2021

폭탄은 지인이 해준 소개팅에서
더 많이 나온다

자만추는 입을 다물고 인만추를 응원해주세요!

4년 전, 직장 다닐 때 동료 여직원이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소개팅 어플을 깔았다고 공개적으로 말해서 당황한 적이 있다. '이걸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참 꼰대였지.)


기억을 더듬어보면, 아무나 가입할 수 없고 사진과 프로필을 업로드한 뒤 기존 회원으로부터 상위 점수를 받아야 가입 승인이 되는 앱이었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회식 자리에서 당당하게 말하는 그 친구 덕분에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그 친구의 나이는 나보다 6~7살 아래였고 생년의 앞자리가 달랐다. 당시에는 소개팅 앱을 한다는 사람이 주변에 별로 없었고 그걸 이용한다고 드러내서 이야기하는 경우는 더욱 드물어 놀랐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주변에 소개팅 앱을 통해 연애하고 결혼한 커플이 꽤 많아졌다. 듣자 하니 최근 전염병 시국으로 누굴 만나기조차 어려워지자 앱의 힘을 빌리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뭐, 결혼정보회사 조차도 특수를 맞았다는데 그보다 요금이 싸고 심지어 사람을 만나기 더 쉬운 소개팅 앱의 이용률은 당연히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출처 :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 영상 캡처


재밌는 건, 소개팅 앱을 대하는 주변인들의 시각이 ‘극과 극’이라는 거다. 싫다며 치를 떨거나 전 동료처럼 마치 원래 삶이었던 듯 아무렇지도 않게 이용하거나 둘 중 하나인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건 (내 주변만 그럴 수도 있다) 90년대 생 이후부터는 후자인 경우가 많고 80년대생 중후반 친구들 중에는 전자인 경우가 많다. 아예 소개팅 앱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부류를 빼고 말이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소개팅 앱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가끔 들어가는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소개팅 앱에서 누군가를 만났다는 후일담이 올라오면 아주 혼쭐을 내는 분위기다.


“동생 같아서 하는 말인데 앱 같은 거 하지 말고 정신 차려요.” “그런 후기는 좀 불편하네요.” 이런 댓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워낙 오래된 서비스라 고인물이 많아 그런지, 기혼자도 많고 연령대가 꽤 높아서 일어나는 일 같다. 또 다른 예로 지인의 지인은 소개팅 앱에 대해 듣자마자 “더럽다”며 “그런 걸 왜 해?”라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그게 왜 더러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고. “그냥 더럽다"라는 것. 요즘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와 인만추(인위적인 만남 추구)라는 신조어가 자주 쓰이는데, 이 부류는 무조건 ‘자만추’ 이지 않을까?



이런 일부의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소개팅 앱으로 누구를 만나는 일이 주변인에게 소개팅을 받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 같다. 앱스토어에 ‘소개팅 앱’이라고 치면 스크롤의 끝이 안 나올 정도로 많은 건 이용자가 그만큼 많다는 것 아니겠는가. 앱으로 만나서 최근 결혼까지 이른 친한 동생이 있다. 그 동생의 경우 소개팅 앱에 대해 처음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는 부류였다. “괜찮은 앱이 있다고 들어서 깔았고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라는 큰 서사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그 동생이 했던 명언이 있는데, “폭탄은 지인이 해준 소개팅에서 더 많이 나온다”라는 말. 주변에서 괜찮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으면 진작 결혼에 성공했어야 했다는 것, 인맥이 바닥났다면 소개팅 앱으로라도 적극적으로 찾는 편이 훨씬 낫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이상형인 남자를 만나 결혼해서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고 있다.


출처 : kbs joy <연애의 참견> 영상 캡처


이런 좋은 사례가 많아도 일부의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는 건 아마 소개팅 앱을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소개팅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조언은 ‘수많은 이성 중에 옥석을 가려내는 눈’을 기르는 것이라고 한다. 보는 눈을 기르려면 아무래도 많이 사용해보고 만나봐야 할 텐데, 그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니 분명 큰 노력이 필요하다. 유튜브에 검색해보면 ‘소개팅 앱에서 이상한 사람 거르는 법'이라는 주제로만 해도 영상이 정말 다양하다.


내 결론은 자만추가 인만추를 욕할 필요는 없다는 것. 인만추가 자만추를 욕하는 일은 없는데 왜 자만추는 인만추를 욕하는가. 다 각자의 선택이며 남의 인생 아니겠는가. 연애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는 게 왜 욕먹을 일인가. 소개팅 앱이 더럽다고 생각하는 쪽이라면 스스로 꼰대인지 의심해보자. 대신, 소개팅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늘 안전을 염두에 두고 이용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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