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파밍, 홈가드닝에 빠지다.
결혼 전에는 아침 일찍부터 늘 데리러 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데이트하자던 남편. 아침잠이 없는 나조차도 늦잠이 그리워질 정도였다. 주말마다 아침 일찍 만나 하루를 가득 채우며 함께 시간을 보냈기에 원래부터 밖에서 보내는 시간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결혼하고 나니 소파와 합체되어 떨어질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던가.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1년이 넘어가면서 밖으로 나갈 일이 더욱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편안해 보이는 남편을 보며 다시 한번 생각했다. 나를 능가하는 집돌이가 나타났다고.
본인은 집 꾸미기에 대한 여러 채널을 운영할 정도로 집을 좋아한다. 집에서 나가는 순간부터 핸드폰의 배터리가 방전되듯 점점 체력이 떨어지는 편이라 애초에 외출을 즐기지 않는 편이다. 원래도 집돌이, 집순이인 데다가 코로나 때문에 외출이 더 어려워지면서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게 되었다. 그 안에서 우리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도 생겼다.
홈파밍, 홈가드닝에 빠지다.
아무리 집을 좋아해도 집에 오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어 질 때가 있는 법. 집돌이, 집순이인 우리는 요즘 스스로를 ‘도시농부’라고 부르면서 홈파밍(home-farming)을 하고 있다.
베란다나 테라스에서 텃밭을 가꾸는 것인데, 직접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키우고 재배까지 하니 그 매력이 엄청나다. 작년 늦봄에는 테라스에서 깻잎과 상추를, 올해 초봄에는 팽이버섯을 수확했다. 모두 특별하게 계절을 타지 않고 언제든 쉽게 재배하고 수확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렇게 직접 키운 재료들로 요리하고 식사를 하는 일상은 참으로 신혼부부스러우면서도 노련한 중년 부부스러운 아이러니함이 있다.
홈가드닝(home-gardening)도 즐기고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베란다를 가득 채워 식물을 키우던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식물 키우는 걸 굉장히 즐기는 편이다.
지금은 15종 정도의 식물을 돌보는 중이다. 처음에는 온전히 나만의 취미였지만 남편과 함께 홈파밍을 시작하고 점점 새 잎이 돋아나고 화분을 가득 채우는 변화를 보면서 남편도 자연스레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은 화분이나 식물을 사기 위해 화원으로 나서는 외출을 기꺼이 할 만큼 둘 다 즐기고 있다. 유일하게 집을 나서게 만드는 취미랄까.
홈파밍과 홈가드닝은 부부가 집에서 함께할 수 있는 좋은 취미다. 확실히 혼자 하는 것보다 둘이 함께하는 것이 더 즐겁고, 외출을 하면서 오는 피로감 대신 매일 관찰하면서 채워지는 심리적인 만족감이 있다. 또한 언제든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생겨 서로 간에 유대감도 높아지는 것 같다.
물론 집순이, 집돌이 부부라고 해서 이런 취미가 무조건 잘 맞는 건 아닐 것이다. 본인들의 관심사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함께할 수 있는 취미를 찾는 것이 좀 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방법이 아닐까.
오늘도 우리는 반려 식물들의 상태를 살피며 아침을 시작하고,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