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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Feb 26. 2021

새 식구가 들어왔어요

변화를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김 부장, 오늘 팀에 새 식구도 왔는데 식사나 같이 할까요?"

 "그러시죠. 여럿은 힘드니까 박 부장까지 넷이서 가면 되겠네요"



재작년 4월 함께 일하던 이 과장이 퇴사하고 난 후 팀 인력에 처음 변화가 생겼다. 그것도 퇴사자가 아닌 신규 입사자가 들어왔다. 조직 생활을 하면서 변화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하지만 어떤 조직이든 간에 변화는 불가피한 흐름이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 과정이다. 특히나 오래된 조직일수록 이런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건 시대착오적인 발상의 시작일 수 있다. 결국 변화에 민감하다는 건 변화를 오롯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다른 식의 해석이다. 따라서 이런 변화를 반갑게 맞이하기는 어렵더라도 무던히 수긍하려고 애쓰고, 받아들이는 것 또한 현명한 조직 생활의 수순이고, 절차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난 여러 차례 이직하는 동안 변화에 민감해하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왔었다. 그런 여러 가지 변화들 중에는 회사의 생존을 결정지을 수 있는 전략, 정책의 변화도 있고, 직원들의 사기나 회사의 기상을 높일 수 있는 복지정책의 변화, 인센티브 제도 개편 등과 같은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변화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 변화들 중에 조직 생활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변화는 구성원의 변화이다. 좁게는 조직 구성원의 부서 전배라던가, 결원이 난 부서원의 충원과 같이 새롭게 회사에 식구가 생기는 일부터, 회사 사업 방향의 변화로 새롭게 추가되업무에 맞춰 새로운 부서나 팀신설되기까지 구성원 변화의 방향은 다양하다.  


이런 변화들 중에 내가 이직한 회사들은 새롭게 들어온 사람에 대해 민감해하는 사람들이 유독 많았다. 경력직으로 입사한 어떤 회사에서는 팀원들이 자신들의 커리어와 전혀 다른 기술력에 나이까지 자신들보다 조금 많은 나를 처음에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것 같았다. 그간 변화가 없었던 팀 구성원으로 팀 자체는 어느 정도 안정감 있게 운영되고 있었고, 구성원들의 직급도 균형감 있게 배치가 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맞춤형 조직에 결원으로 인한 인력 충원이 아닌 사업 확장 등의 이유로 충원을 하는 것이었으니 좋은 시선으로 환영받는 입사는 어려웠을 것이다. 또 새롭게 들어오는 한 사람으로 인해 균형감 있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조직에 혹시나 좋지 않은 영향이 있지 않을까, 적지 않은 나이도 어느 정도 걸림돌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다양한 이유들이 구성원들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불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사람의 본심이 마음으로 느껴지면 이런 민감했던 마음은 풀어지고, 어느새 같은 울타리 속의 구성원으로 녹아드는 게 일반적이다. 나 또한 그들과 함께 야근하고, 고객사에 나가서 고생하면서 이런 시간들이 반복되자 그들에게도 그리고 내게도 동질적인 소속감이 생겼다. 사선을 넘나들지는 않았지만 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전우애와 같은 끈끈한 무언가가 생겨났다. 그렇게 난 조직에 녹아들었고, 그렇게 그들의 동의로 팀 리더로까지 자리를 옮기며 긴 시간을 함께 했었다.


그런 반면에 지금 다니는 회사는 처음부터 팀 리더 자리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이직을 했다. 하지만 입사하고 나서 신설되는 부서의 팀장 자리임을 알게 되었고, 기존 팀들의 협조를 받아 조직을 구성하려 하였으나 변화에 민감해하는 여러 부서의 팀 리더들 때문에 조직 구성부터 잡음이 많이 일었다. 어렵게, 어렵게 조직을 꾸려서 수년을 운영했으나 대외적인 문제들로 부서는 없어졌고, 난 보직해임까지 되면서 타 부서로 전배 되었다. 부서는 전배 되었지만 그간 어느 정도 가깝게 지내온 부서로의 전배라 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나의 큰 오해였고, 착각이었다. 옮겨간 부서에서도 몇몇은 내가 탐탁지 않아했고, 결정적으로 팀 리더는 더욱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전배 된 부서에서 난 2년을 버티고 자발적으로 부서 전배를 요청했고, 결국 지금의 자리에까지 옮겨오게 되었다.


이번 주에 새롭게 팀으로 입사한 직원은 내가 지금 있는 팀에 오기 몇 년 전에 기존 인력들과 함께 일하던 팀원이었고,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가 다시 친정 같은 회사로 복귀한 경우이다. 새로운 식구에 대해 경계하거나, 민감해하는 팀원들은 없는 듯 하지만 수년 전 함께 일했던 직원이라서 그런지 며칠 만에 부서에 녹아든 느낌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변화에 무조건적인 부담이나, 경계보다는 새롭게 변화되는 선한 영향력이나 변화되지 않던 따분함과 무료함에 조금은 신선한 바람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필요한 시기이다. 단순하게 사람의 변화뿐만 아니라 제도적인 변화일 수도, 정책적인 변화일 수도 있는 여러 가지 변화에 가지고 있는 멘탈(Mental)까지 스스로 흔드는 위험한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변화는 어느 곳이나 당연히 일어나는 것이니까. 변화는 당신이 있는 곳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란 걸 인지해야 할 때이다.



지난주 우리 집에도 새로운 식구가 들어왔다. 딱 1년 만이다. 10년 가까이 열대어를 키웠지만 최근 1~2년 동안은 애정도, 관심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이런 내 마음을 스스로 들여다보고는 조금 변화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하던 중 수조에 새 식구를 받기로 결정했다. 지난 주말 아내, 딸아이와 함께 근처 화훼단지 내 열대어 판매하는 곳을 방문했고, 이모저모 따져가며 지금 있는 열대어들과 합사가 가능한 예쁜 녀석들을 모시고 왔다. 물 온도를 잘 맞춰서 여러 차례 물맞댐 후 새 식구를 합사 했고, 다행히도 적응하지 못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넌 한 마리를 제외한 9마리의 열대어는 기존 열대어 식구들과 잘 어우러져 생활하고 있다. 이렇게 수조에 변화를 주고 났더니 수조 안에 열대어들도 활발해진 느낌이고, 물생활에 관심이 떨어졌던 내 마음도 이젠 하루에도 여러 차례 수조 안의 열대어를 보며 '물멍'하며 힐링하곤 한다.


영희 씨, 새 식구 들이길 정말 잘한 거 같아요. 오늘 얘들 밥은 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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