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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oljstyle Jun 12. 2024

캐치패션 CMO로 일했던 2년간의 회고 (프롤로그)

커리어에 대한 기록? Personal Brand? 그것도 있지만

2024년 3월, 스마일벤처스는 투자 유치 불발로 인한 운전자본 부족으로 폐업을 하였고 이에 따라 캐치패션 서비스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오늘부터  2022년 2월부터 2024년 2월 29일까지 글로벌 럭셔리 패션 어그리게이터, 캐치패션을 운영하는 스마일벤처스에서 일했던 2년간의 경험을 회고하고자 한다.


 본 회고는 CMO로써 일했던 2년간을 되돌아보며 부족했던 점을 개선하려는 개인적인 목적이 주이지만,

이 글을 읽는 간접 체험을 통해 스타트업 CMO로 일하고 있거나 희망하는 마케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업무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바람도 있다.


 그리고 서로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타의로 헤어지게 되었으나,

캐치패션 동료들과 함께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웹 한 공간에나마 남겨두고 싶기도 했다.   


프롤로그 - 캐치패션에 합류하기 전까지의 커리어 여정


1-1 마케팅 사관학교라 불렸던

나는 첫 직장 CJ제일제당에서 10년을 브랜드매니저로써 일했다.


요즈음은 잘 모르겠지만(…)  당시에 CJ제일제당은 마케팅 사관학교라고 불릴 정도로 업계에 인재들을 양성하는 곳이었다.  마케터에게 체계적인 교육, 폭넓은 업무 범위와 강력한 권한을 주었으며  구성원들의 자부심 또한 대단한 곳이었다.


*당시 CJ의 마케터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마케팅 업무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P&L을 극대화하기 위한 Value Chian 전반의 관리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있었기에 마케터보다는 브랜드매니저라는 호칭을 사용하였다.


학부 시절부터 꿈꿨던 그곳에서 냉동식품, 레토르트, 디저트, 음료 마케팅 등 상온, 저온, 냉동 마케팅을 두루 경험하며 40여 개가 넘는 신제품을 출시했다.


그 어렵다는 인하우스 신규 공장 투자를 4건이나 이루어 내고 (이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FMCG마케터는 잘 알 것이다)  내가 기획, 출시한 제품으로 TVC를 포함한 광고 캠페인도 10회 이상 집행했다.


대리 과장 승진 시 모두 특진을 하고 2016년부터는 많은 브랜드 매니저가 희망하는 비비고 브랜드를 맡아, 비비고의 글로벌 브랜드 리뉴얼을 수행하고 국내 브랜드 전략, IMC를 총괄하였다.

*CJ시절의 쁘띠첼, 비비고 브랜드 리뉴얼을 포함한 마케팅  경험은 따로 정리하려 한다.

꽤 성공적인 커리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비비고까지 담당하고 큰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나니 급격한 매너리즘이 몰려왔다. 그러던 와중 2017 동아비즈니스포럼에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석학들의 강연에 충격을 받아, 퇴사를 결심했다.


만두광고의 시즐을 고민하다 참석했는데  AI가 바꿀 미래 세계를 이야기하더라.


다가오는 미래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1-2 안정감에서 설렘으로.

CJ제일제당 퇴사 후 CJ부사장 출신 대표님이 운영하시는 AI스타트업에 마케팅, 운영 총괄(CMO)로 스타트업 라이프를 시작하였다.


못생긴 삼성 노트북을 쓰다가 Macbook을 쓰니 좋았고

매일 재킷에 구두를 신다 후드에 스니커즈로 출근하니 젊어진 느낌이 들었다.

CJ제일제당 과장대신 AI스타트업의 CMO라는 명함도 cool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업무는 만만치 않았다.

만두, 육개장을 팔던 내가, IT업계에서 처음 일했을 때 느꼈던 막막함과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일단 MAC에서 한영 전환은 어떻게 하는지 폰에서 네이버로 검색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노션? 슬랙? 컨플루언스? GA? Firebase? Apps Flyer? 외계어가 따로 없었다.


그래도 얼마 지나지 않아 훌륭하신 대표님과 친절한 동료들에게 도움을 받고, 몇 권의 책과 유튜브로 독학하고 다양한 마케팅 스터디를 쫓아다니며 조금씩 스타트업 업계에 적응할 수 있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의 앱 수주를 받아 몇 개나 출시하고 자체 앱도 만들어 출시 2개월 만에 100만 이상의 다운로드도 이루어 냈다.


연봉도 꽤 높았고 스톡옵션도 있었고 시리즈 B투자도 좋은 VALUE로 유치하였지만 거의 독학으로 배운 웹, 앱 마케팅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고 싶은 욕구가 점점 커져갔다.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IT마케터 커리어가 사상누각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래서 플랫폼마케팅이 체계적으로 자리 잡힌, 소위 유니콘 회사에 입사하고 싶어 2년 만에 퇴사를 결심하였다.




1-3 야야야 야놀자.

자기 객관화를 해보자.


IT마케팅 전반에 대한 지식은 아직 부족했기 때문에 유니콘급 회사에서는 전 회사와 같은 높은 직급을 수행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브랜드마케팅은 자신 있었기 때문에, 당시에 공고가 올라온 야놀자 브랜드 마케팅의 팀장으로 지원했고 운이 좋게 합류하게 되었다.


연봉이 30%나 낮았지만 마케팅 대학원을 간다고 생각하니 억울하진 않았다.


2019년 야놀자에 입사한 후 정말 신나게 일했다.

사실 그때까지 마케팅의 많은 기능을 수행했지만 브랜드 마케팅을 가장 좋아했기 때문이다.


브랜딩에만 집중할 수 있고 많은 예산이 있으며, 전 국민이 기대하는 야놀자의 브랜딩을 리드하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


초특가 정신 캠페인에 이어 쌓이면 돈이니, 야놀자 테크놀로지 캠페인까지 3년간 크고 작은 캠페인을 수행하였고 야놀자 앱의 폭발적인 유입 증대와 경쟁사와의 M/S와 TOM도 거의 경쟁 종식 수준으로 벌려 놓았다.

*야놀자 시절 마케팅 경험도 따로 정리해 보려 한다.

*요즈음에는 경쟁사의 캠페인이 너무 잘 나와서 그런지, 야놀자가 조금 힘겨워 보인다.

또한 회사는 당시 소프트뱅크로부터 2조 투자도 유치했기에 사내 분위기도 참 좋았고 나의 연봉도 거의 50%나 껑충 뛰어 있었다. 물론 과정에서 야놀자 입사의 목적이었던 IT업에 대한 충분한 지식도 쌓을 수 있었다.




1-4 Start-up Golden Era

2021년 하반기는 그야말로 스타트업이 후끈했던 시기.

Covid19가 휩쓸었던 시기, 미국 금리 인상 직전, 시장에 유동성은 넘쳤고 유니콘 기업이 줄줄이 탄생하였으며 너도 나도 대규모의 광고를 통해 유저를 폭발적으로 상승시켜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하였다.

트래픽 = 기업가치로 평가하던 시기로써 성공적인 캠페인을 통해 인지도 및 트래픽을 폭발적으로 이르 킬 수 있는 실력 있는 브랜드마케터에 대한 가치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시기였던 것 같다.


나 또한 야놀자가 워낙 잘 되던 시기이기여서 그런지 많은 스타트업에서 CMO Job Offer가 들어왔다.

다양한 제안 중 눈에 띄는 제안이 있었는데 두 군데 모두  당시 핫했던 럭셔리 이커머스 회사였고 그중 하나가 캐치패션을 운영하던 스마일벤처스였다.


야놀자에서 자리를 잘 잡고 있었지만 CMO를 하다가 브랜딩만 담당하는 팀장으로 일하니 더 넓은 업무 범위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할 때이기도 했고,

패션 디자이너로 일을 하신 어머님의 영향인지, 어렸을 적부터 워낙 옷 입는 것에 관심이 많았고 당시에 매치스패션, 파페치, 마이테레사 등의 해외 직구를 통해 럭셔리 패션 상품을 많이 구매하고 있던 나였기에  이 두 회사는 인터뷰를 보기로 하였다.


첫 번째 인터뷰 본 회사는 A사였는데 당시 캐치패션 보다 훨씬 더 높은 인지도 MAU, 거래액을 기록하고 있었다. 회사의 위세답게 테헤란로 최신식의 건물에 위치하고 있었다,


안내를 받아 대표실로 들어갔는데 직원들은 업계 평균 이하의 닭장같이 좁은 책상에서 일하고 있는 반면 대표실은 값비싼 인테리어로 중무장한 아방궁 같았다.

약속한 시간보다 15분이 넘어 나타난 대표는 인터뷰 내내 핸드폰으로 문자를 주고받았다.


여러 가지 Clue가 인재에 대한 욕심과 구성원에 대한 배려가 없어 보여서 다음 프로세스를 진행하지 않기로 하였다.

다음날 바로 스마일벤처스 인터뷰가 잡혀 사무실이 있는 논현동 가구거리로 향했다.   


일단 직주 접근성 합격(10분 거리)

대표가 먼저 인터뷰 장소에 기다리고 있고 예의를 갖추고 집중해서 인터뷰 한 점 합격

사무실이 일반적인 사무실 스타일이 아니라 브루클린 로프트 스타일 인테리어에  강아지가 뛰어다니고 최신 팝이 흘러나오고 있었던 점 합격

무엇보다 병행수입 구조로 인해 가품 가능성이 있었던 A사에 비해  플랫폼의 Supply의 구조가 가품의 가능성을 상당히 차단했던 점이 좋았고  

A사보다 훨씬 작은 언더독이었기 때문에 내가 더 성장시킬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딱 이틀을 고민하고 2022년 2월부터 스마일벤처스에 입사하기로 결정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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