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진면목을 보았다.
숲은 오레곤의 것처럼 때론 포근하면서도 때론 울창하기도 했으며, 산세는 그 웅장함이 하이시에라의 것과 어깨를 견줄 만큼 수려하면서도 장엄했다. 절경들이 가히 장관이었다. '리틀 하이 시에라'라는 별칭에 걸맞게 수많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지나야 했지만, 힘이 드는 것 보다는 걸으며 마주하게 되는 워싱턴의 경치에 매료되어 매 순간을 즐길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우리와 달리 42는 오늘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는지 우리가 야영을 하는 곳으로 오지 않았다. 낮에 42를 잠깐 만날 수 있었는데, 그는 어제 우리가 머물었던 곳에서 5km 더 진행한 곳에서 야영을 했다고 했다. 우리가 어디서 야영을 하고 있는지 몰랐고, 그냥 조금 더 걷고 싶어서 그랬다는 그와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었다. 조심스럽게 혹시 안 좋은 일이 있냐고 물어보았지만, 그는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고 그저 길을 걷다 자고 싶은 곳에서 잔 것뿐이라고 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그의 대답에 조금은 서운함이 느껴졌지만, 그의 길을 그가 걷는 것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그저 트레일을 함께하는 친구로서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아쉬움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점심을 먹고 길을 나선 후에 만난 갈림길에서 나와 와일드맨이 잠깐 착각해서 길을 잘못 들었었는데, 우리가 잘못 들었던 길을 42도 똑같이 잘못 걸어 다시 돌아오는데만 두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했다. 길을 잘못들은 본인의 행동에 화가 난 것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모르지만 오늘도 함께 할 수 없는 42가 계속 신경 쓰이는 건 다들 마찬가지였다. 대신 42의 빈자리를 덴마크에서 온 17세 소녀 파이어 크래커가 대신 했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키와 덩치가 해피아워보다는 더 컸다. 성격도 활발해 다른 하이커들과 잘 어울렸는데, 처음에 그녀의 나이를 들었을 때는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 적어도 20대 중반은 되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경험이 있는 그녀는 학교를 휴학하고 조금 더 익사이팅한 모험을 즐기고 싶어 이 길을 걷고 있다고 했다. 그런 그녀의 열정과 패기가 참으로 멋있어 보였다.
비록 밤을 함께 지낼 순 없었지만, 날이 밝으면 다시 길에서 42를 만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길에서 다시 만난 그는 때론 말이 없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흥이 많은 42의 모습 그대로였다. 오늘은 아침에 출발하기 전 와일드맨이 큰일을 보러 간 사이, 파이어 크래커와 썬더버니가 와일드맨의 배낭에 족히 3kg은 되어 보이는 큰 돌을 몰래 집어넣었다. 배낭을 멘 그는 조금 이상하단 생각을 했지만 별다른 의심 없이 점심을 먹을 곳까지 걸어왔는데, 점심을 먹기 위해 배낭을 열고 짐을 꺼내는 순간 나타난 돌을 발견하고는 이내 괴성을 지르고 말았다. 깔깔거리는 걸로 모자라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는 썬더버니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상황을 판단한 42도 그제야 함께 웃으며 와일드맨을 바보라며 놀리기 시작했다. 함께 즐기는 42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점심을 먹을 때도, 먹고 나서 다시 길을 나선 후에도 오늘이 끝날 때까지 와일드맨은 투덜거렸다. 전직 미 해병대 출신의 그가 하루 종일 투덜거리며 길을 걷는 모습이 웃기기도, 귀엽기도 했다. 하늘만이 그의 기분을 알아주는지 저녁이 될 즈음에는 싸늘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눈 섞인 비를 맞으며 호수가 보이는 곳에 텐트를 쳤다. 42가 함께하니 오늘은 위키가 힘이 달렸는지 뒤쳐져 우리와 함께 할 수 없었다. 내리는 비 때문에 각자의 텐트 안에서 저녁을 먹었지만, 쉴 새 없이 떠드는 썬더버니의 목소리 덕분에 심심하지가 않았다.
간밤에 계속 내린 비 때문에 엄청 추웠다. 다행히 새벽에 비가 그치긴 했지만, 아침에 일어나 보니 텐트 플라이가 다 얼었을 정도로 매서운 추위가 몸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얇은 다운재킷만으로는 추위를 이겨낼 수 없을듯해 잘 때만 입는 내복을 그대로 입은 채 하나 둘 겉옷을 껴입었다. 'Stevens pass'까지는 17km 남짓한 거리라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도착하기 위해 배낭을 꾸리고는 미친 듯이 달렸다. 추위 때문에 체온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Stevens pass에 도착할 즈음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불어오는 바람에 섞인 눈을 그대로 맞으며 걷다 보니 얼굴에 감각이 없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재킷에 달린 후드를 푹 눌러쓰고 최대한 눈 섞인 바람을 피해가며 힘든 걸음을 계속했다. 다행히 내리막길이라 체력적으로는 그리 힘들지 않았지만, 얼어있는 손가락과 발가락으로 전해오는 통증이 나를 힘들게 했다. 장갑을 두 개나 끼고 있었지만, 무게 때문에 가벼운 장갑만 준비했던 터라 매서운 워싱턴 구간의 추위에는 무용지물이었다. 웬만하면 껴입은 옷 때문에 땀이 날만도 했지만, 해도 구름에 가려있고 내리막길을 걸어서인지 땀도 나질 않았다. 그만큼 매서운 추위가 'Stevens pass'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우리를 괴롭혔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도착한 'Stevens lodge'에서 친구들을 기다리며 따뜻한 커피를 한잔 했다. 오늘은 그토록 좋아하던 커피의 향 보다도 뜨거운 커피 잔이 더 반가웠다. 곧이어 와일드맨과 42, 해피아워까지 도착했지만 썬더버니와 위키가 오지 않았다. 커피를 한잔 더 하면서 한참을 기다렸지만 그들은 오지 않았고, 더 기다릴 수 없어 하이커 박스가 놓인 곳에 메모를 남기고 나서려는 찰나에 썬더버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 곳에 도착해서는 우리가 있는 'Stevens lodge'를 지나쳐 그대로 히치하이킹을 해서는 'Dinsmore'로 가는 중이라고 했다. 'Dinsmore'는 인근에 있는 트레일 엔젤 하우스였는데, 우리도 그곳에서 보급품을 찾아야 했기에 썬더버니에게 먼저 가있으라는 말을 남기고 히치하이킹을 하기 위해 도로로 향했다.
사진으로만 봤던 'Dinsmore'는 아늑한 곳이었다. 하이커들을 위해 창고를 개조해서는 여러 명이 묵을 수 있도록 침대와 소파를 두었다. 벽에는 해마다 PCTA에서 제작해 하이커들에게 나눠주는 반다나가 연도별로 걸려있었고, 얼마 전 만났던 김기준 씨가 그린 달마도도 한쪽에 걸려있었다. 먼저 도착해 샤워를 마치고 나온 썬더버니와 함께 보급품을 찾기 위해 트레일 엔젤이 묵고 있는 집으러 향했다. 지인이 보낸 소포와 선배님이 보낸 보급품 두 개가 있어야 했는데 선배님이 보내기로 한 보급품이 도착하지 않았다. 뭔가 이상해 선배님께 여쭤봤지만 분명히 보냈다고 하셨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근처 마을에 있는 우체국에 가서 확인을 해보기로 했다.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Skykomisi'란 작은 마을로 우리는 다시 이동을 했다. 어차피 오늘이 위키의 생일이었기에 우린 그를 위한 파티를 하기 위해 'Dinsmore'가 아닌 이 마을에서 묵기로 했었다. 우체국에서 내 이름으로 온 보급품이 있는지 확인해봤지만, 뭐가 잘못된 건지 아니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건지 보급품을 찾을 수가 없었다. 비록 보급품은 찾을 수 없었지만, 지인이 보내준 소포에 라면이 들어있어서 식량을 준비하는 데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Dinsmore'는 작은 마을이었다. 큰 강이 마을을 지나고 있었고 마을 중앙에는 기차가 다니는 철도가 놓여 있었다. 작은 마을이라 모텔이 하나밖에 없었는데, 그 모텔은 기차가 다니는 철도와 아주 근접해 있었다. 갑자기 캘리포니아 주의 'Tehachapi' 비행장에 있는 무료 캠핑장에서의 악몽이 생각났다. 다른 옵션이 없었기에 우린 그 모텔을 잡고는 짐을 풀었다. 사실 말이 모텔이지 호스텔에 가까웠는데, 인당 30불 정도로 한방에 네 명이 잘 수 있도록 2층 침대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짐을 풀고 오늘의 주인공인 위키를 기다리며 치킨이 맛있다는 동네 펍으로 향했다. 소문대로 그곳의 치킨은 맛이 있었다. 한국의 옛날 통닭처럼 튀겨져 여러 소스를 찍어 먹게끔 나왔는데, 양도 적지 않아 아주 훌륭했다. 한참을 다트도 던지고 음악도 들으며 펍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위키는 오지 않았다. 우린 그가 걱정이 돼서 방으로 돌아가 위키에게 전화를 해보았지만 연결이 안 되었고, 그의 엄마인 피그 테일에게 연락을 해보니 다행히도 그가 'Stevens pass'에 도착해 이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를 위한 작은 파티를 준비했다. 보드카에 싸구려 위스키, 맥주 등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위키를 위해 못된 형들이 마련한 선물들로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이윽고 도착한 위키는 같은 하이커인 우리가 봐도 너무 불쌍할 정도로 거지꼴을 하고 있었다. 그간의 길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그의 몰골이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 그를 씻지도 못하게 하고는 바로 자리에 앉혀놓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비록 케이크 하나 없는 조촐한 생일파티였지만, 오랜 시간을 트레일에서 함께했던 가족들이 마련한 깜짝 파티에 결국 위키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 눈물이 고마움 때문인지, 아니면 그가 한 고생 때문인 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참을 고개 숙여 흐느끼는 그의 모습에 우리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내 숙연했던 분위기를 정리하고는 파티를 즐기기 시작했다. 위키도 기분이 좋아졌는지 엄마와 화상통화를 하면서 우리가 만들어 준 자리를 자랑했다. 먹을만한 것도 없는 조촐한 파티였지만 분위기만은 여느 파티 못지않았고, 그 분위기는 펍으로까지 이어졌다. 펍에 있던 모든 하이커들이 위키의 생일을 축하했고, 함께 길을 걷는 하이커들과 함께 긴 시간 진행된 파티는 결국 위키가 술에 취해 한쪽 바닥에 쓰러져 잠이 든 걸로 끝이 났다. 잊지 못할 또 하나의 추억이었다.
분주한 아침이 밝았다.
새벽에 위키와 같은 방을 쓰던 썬더버니의 요란한 소리가 들렸는데, 과한 술로 침대에 그대로 오바이트를 한 위키 때문에 우리 방으로 피신을 왔다. 덕분에 이른 아침을 시작할 수 있었고, 위키는 아침부터 오바이트가 묻은 침대보를 빠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술이 덜 깬 채로 침대보를 빠는 모습이 얼마나 웃기던지 우리는 한참을 그 앞에서 웃으며 위키를 구경했다. 그런 위키를 향해 얄밉게 42가 한마디 했다.
"어른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야~ 위키"
위키의 생일파티로 버라이어티 했던 'Skykomisi'에서의 추억을 간직하고는 다시 트레일로 향했다. 사람이 많아 나와 와일드맨, 썬더버니가 먼저 히치하이킹을 해서 트레일로 복귀했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은 트레일을 좀 더 오랜시간 즐기고 싶어 최대한 천천히 길을 걸었다. 숲 속의 촉촉한 길을 걷고 있으니, 어제 춥다고 그냥 달리기만 했던 그 길이 생각났다. 한걸음 한걸음이 아까운 그 길을 왜 그리 빨리 지나쳤을까? 당시는 그럴 수밖에 없었는데, 또 지나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지 말자' 스스로를 다독이며 오늘 마주하는 트레일의 아름다움을 음미했다. 점심도 잊은 채 한참을 길을 걷다 갑자기 허기가 느껴져 점심시간이 지난 걸 알았다. 따로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후다닥 라면을 끓였다. 지난 마을에서 이번 보급품을 받지 못해 다음 보급지까지는 라면으로만 해결해야 했다. 다행히 친구들이 나눠 준 믹스넛과 행동식 덕분에 큰 걱정은 없었지만, 라면만으로 열량을 보충할 수 있을지가 문제였다.
식사 후 다시 길을 걷는데 와일드맨과 해피아워가 나를 지나쳐갔다. 곧 날이 저물듯해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있으라고 하고는 천천히 그들을 뒤따랐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었을 때쯤 친구들이 자리 잡고 있는 텐트 사이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제일 먼저 출발한 썬더버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걸 보니 그녀는 조금 더 길을 걷고 싶었나 보다. 나도 오늘은 정말 천천히 걸었는데, 42와 위키도 나와 같은 생각으로 천천히 걷고 있는 건지 내가 도착하고도 한참 뒤에야 도착을 했다. 텐트 사이트 한쪽에 만들어져 있는 파이어링에 나무를 모아 불을 지피고는 그 주위로 둘러앉아 다 같이 저녁을 만들어 먹었다. 오래간만에 모닥불을 피워서인지 그 따뜻함과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그 분위기에 취해 지인이 보내준 소주를 꺼내 위키를 향해 속삭였다.
"한잔 더할래 위키?"
"오~ 케이, 장난해? 이제 다시는 입에도 대고 싶지 않아"
짓궂은 형의 장난에 잔뜩 인상을 찌푸린 위키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한참을 웃었다.
"다 그러면서 배우는 거야 하하"
오늘따라 유난히 환하게 떠있는 달이 밤하늘과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텐트로 들어가고 난 뒤에도 한동안 추운 줄도 모르고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 친구들과 함께하며 느낀 가족 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갑자기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그리워졌다.
간밤에 비가 오더니 하루 종일 비가 오다 말다를 반복했다. 그 때문에 길이 너무 미끄러워 수차례 넘어지기도 했다. 젖은 텐트를 그대로 배낭에 넣은 탓에 무겁기도 했고, 미끄러운 길 때문에 걷는 것도 힘들어 체력소모가 많이 되었다. 게다가 숲길을 지나서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이라 내리는 비를 막아줄 나무 한그루 없었고, 다리를 타고 흐르는 빗물에 양말과 신발까지 다 젖어 신발 안에서 질척거리는 그 느낌이 별로 좋지는 않았다. 다행히 점심을 먹을 때 잠깐 하늘이 개어 찰나를 놓치지 않고 젖은 장비를 펼치고 양말까지 벗어 말리기 시작했다. 워싱턴 구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풍경을 우린 'Garage sale time'이라 불렀다. 거의 매일 비가 오다시피 하기에 젖어 있는 장비들을 구름이 걷혀 해가 나있는 시간을 이용해 트레일 옆에 펼쳐두고 말리는 게 일상이었다. 그 모습이 마치 Garage sale의 모습과 같아 우리끼리 하는 농담이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에겐 정말 필요한 시간이었고, 만약 해가 조금이라도 나지 않는 날에는 어쩔 수 없이 젖은 텐트를 대충 옷으로 닦고 잘 수밖에 없었다. 비가 내리는 것도 마냥 나쁘지는 않았다. 비가 내리는 숲 길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대신 장시간 비에 노출되고 지금처럼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에서 바람까지 불어올 때는, 추위 때문에 몸이 서서히 굳어지는 게 느껴질 정도로 위험하기도 했다.
썬더버니가 어디까지 간 건지 오늘도 볼 수가 없었다. 대신 사막에서 봤던 말리부를 오늘 만나게 되었다. 담배가 떨어져 고생할 때 나를 구해주었던 분과 함께 다녔던 말리부를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 시애틀이 집인 말리부는 PCT를 시작하기 전 시애틀에서 샌디에고까지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했고, 그 여행을 끝내자마자 자전거를 집으로 보내고 멕시코 국경까지 내려가 걷기 시작했다고 했다. 나이도 나와 비슷하고 이미 결혼까지 한 친구였는데, 이런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낼 수 있다는 것과 그 체력이 정말 대단했다. 오래간만에 만난 옛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금세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나뿐 아니라 다른 친구들과도 다 알고 지냈던 말리부였기에 할 얘기가 많았지만, 체력소모가 많았던 하루라 그런지 다들 피곤해서 내일을 기약하기로 했다.
아... 이제 이 길도 250km만 걸으면 끝이 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