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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그림의 브뤼헐] 8편. 농민의 춤

인간의 본능적 에너지, 축제의 리듬

by 이안

1. 서두 — 춤추는 인간, 살아 있는 리듬


거칠고 활기찬 음악이 울린다. 남녀가 서로 팔을 휘두르며 원을 그린다. 땅은 흔들리고,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브뤼헐의〈농민의 춤〉은 단순한 축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 존재의 본능적 리듬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왕도, 성직자도 없는 이 공간에서 인간은 가장 원초적인 자유를 누린다. 춤은 노동과 일상의 무게에서 벗어난 순간이며, 동시에 삶이 가진 근원적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행위다.


2. 회화의 내면 — 신체의 질서, 사회의 질서


〈농민의 결혼식〉이 공동체의 질서를 그린다면,〈농민의 춤〉은 그 질서 속에서 솟아오르는 생명의 에너지를 그린다. 인물들은 질서 정연하지 않다. 그러나 그 혼란 속에는 자연의 리듬이 있다. 몸짓마다 다른 박자가 있지만, 전체는 하나의 리듬으로 이어진다. 브뤼헐은 인간의 신체를 사회의 구조처럼 배열한다. 각자의 움직임은 자유롭지만, 서로의 균형을 깨지 않는다. 혼돈과 질서, 자유와 구속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 안에서 브뤼헐은

“삶의 진정한 생동감은
조화가 깨어지지 않는 자유 속에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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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르 브뤼헐(대), 농민의 춤 (The Peasant Dance), 1568년경, 목판에 유채,

119 × 157 cm, 빈 미술사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 소장


3. 색채와 구성 — 흙빛의 축제, 리듬의 색


〈농민의 춤〉의 화면은 따뜻한 갈색과 붉은색으로 가득하다. 땅의 색, 인간의 살결, 술의 향이 한데 섞인다. 브뤼헐은 밝은 색으로 흥을 자극하지 않는다. 오히려 흙빛의 리듬을 통해 현실적 생명력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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