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의 변증법은 부처의
공사상을 능가하나?

-변증법과 공사상 그리고 무아-

by 이안

어느 맑은 날, 다른 차원의 광장에 부처님과 한 사내가 나타났다.

그는 자긍심에 찬 눈빛으로 부처님을 바라보았다.

이름은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헤겔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나는 변증법을 통해 세상의 진리를 포착했습니다.

모든 존재는 정과 반의 대립을 거쳐 종합으로 나아가고,

이 끊임없는 운동이 세계를 발전시킵니다.

당신이 말하는 무아와 공 또한 하나의 정(正) 일뿐,

결국 반(反)을 만나 새로운 합(合)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나의 철학은 당신의 깨달음을 포함하고도 넘어섭니다."


부처님은 조용히 헤겔을 바라보았다. 빛살처럼 부드러운 미소가 그의 입가에 번졌다.

"그대는 모든 것을 대립과 종합으로 바라보는구나.

세상을 움직이는 원리를 깊이 보았다.

그러나 대립을 넘어, 대립조차 일어나기 이전의 고요를 본 적이 있는가?"


헤겔은 당황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모든 것은 운동 속에 있습니다. 고

요조차 더 깊은 운동의 한 모습일 뿐입니다. 변화 없는 존재는 없습니다."


부처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 말은 옳다. 모든 것은 변한다. 그러나 변화를 관찰하는 그 마음은, 어찌 변하는가?"


헤겔은 잠시 침묵했다. 그는 자신의 사유를 되짚었다.

"의식 역시 변한다. 인식은 역사 속에서 발전한다. 변증법은 의식조차 설명한다."


부처님은 조용히 답했다.

"그대가 말하는 변증법은, 의식이 끊임없이 대립하고, 종합하여 발전하는 과정을 본다.

그러나 의식 그 자체를 내려놓을 때, 즉 주체와 객체를 넘어서는 순간을 그대는 경험한 적 있는가?"


헤겔은 약간 찡그렸다.

"의식 없는 인식이란 모순입니다."


부처님은 미소 지었다.

"모순이라 이름 붙이는 순간, 그대는 다시 구분을 짓는다.

정과 반, 합조차 일어나기 이전, 아무것도 구별 짓지 않는 자리,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는 자리, 오직 텅 빈 알아차림만 남는 그 자리.

거기서는 정반합도, 운동도, 심지어 존재와 비존재조차 분별되지 않는다."


헤겔은 침묵했다. 그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그렇다면, 모든 운동과 변증조차 공 속의 일시적 현상이라는 말입니까?"


부처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세상은 흐르고, 상호작용하며, 대립하고 통합된다.

그러나 그것은 거품이 물 위에 뜨는 것과 같다.

본질은 공허하고, 변하는 것 또한 한 순간이다.

그 흐름을 붙잡으려 하지 말고, 그 흐름을 보는 자가 되어야 한다."


헤겔은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평생을 걸쳐 쌓아 온 거대한 논리의 탑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나는 진리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려 했습니다.

모든 대립을 종합하여 절대정신에 도달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절대정신조차 하나의 환영입니까?"


부처님은 부드럽게 답했다.

"그대가 절대정신이라 부르는 것조차 이름 붙인 것이다.

이름이 붙는 순간, 그것은 한정된다. 진정한 깨달음은 이름을 넘어선다."


헤겔은 숨을 깊이 들이켰다. 그의 논리적 사고는 저항했다.

그러나 그의 존재 깊은 곳에서는 어떤 깨달음의 불씨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부처님은 조용히 말했다.

"그대의 모든 지식을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를 보라. 정도 없고, 반도 없고, 합도 없는,

다만 바람이 불고, 별이 빛나고, 마음이 움직이는 이 순간을 보라. 붙잡지 말고, 해석하지 말고,

다만 알아차리라."


헤겔은 눈을 감았다. 정반합의 세계가 천천히 무너지고,

끝없이 펼쳐진 고요한 공허가 그 앞에 열렸다.

그는 처음으로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논리로 포착하려 하지 않았다.


그때, 그는 알았다.

자신의 변증법조차, 부처님의 깨달음이라는

거대한 하늘 안에 떠 있는 작은 구름 조각에 불과했다는 것을.


헤겔은 부드럽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나는 이제야 처음으로 배웁니다."


별빛 아래, 부처님과 헤겔은 고요히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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