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는 불굴의 정신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모비 딕]의 선장 에이허브,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 『로빈슨 크루소』의 주인공, 그리고 불굴의 신념으로 살다 간 고 노무현 대통령을 등장시켜, 인간 의지의 본질에 대해 치열하게 성찰하는 대화를 구성하겠습니다.
불굴 – 인간 의지에 대한 네 개의 목소리
등장인물
에이허브 선장 (『모비 딕』)
산티아고 (『노인과 바다』)
로빈슨 크루소 (『로빈슨 크루소』)
노무현 전 대통령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가상의 섬. 한쪽엔 고래 뼈, 다른 쪽엔 오래된 낚싯대와 나무 오두막, 그리고 한편에는 청와대의 작은 조각이 세워져 있다. 이 네 사람은 서로를 처음 보는 듯, 그러나 오래 알고 지낸 듯 말을 건넨다.
에이허브:
“나는 고래를 쫓았다. 단지 다리를 잃은 복수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 안에 도사리고 있던 질문, ‘왜 신은 인간을 시험하는가’에 대한 저항이었지.”
산티아고:
“난 바다와 싸우지 않았다. 그저 내 인생을 다시 한번 증명하고 싶었을 뿐이다.
나는 물고기를 잡으려 했고, 그것은 나 자신을 붙잡으려는 일이었다.”
크루소:
“고립은 육체보다 정신을 먼저 갉아먹지. 나는 시간을 견디는 법을 배웠다.
매일을 구조받지 못한 날로 받아들이고, 다시 살아내야 했다.”
노무현:
“나는 권력이 두려웠다. 그러나 불의한 권력을 외면할 수 없었기에,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대통령이 되어서도 내가 누구였는지 잊지 않으려 했지. 변호사였던 시절,
노점상 아주머니의 눈빛이 항상 내 마음을 붙들고 있었거든.”
산티아고:
“당신들 모두 무엇과 싸우고 있었던 거요?
에이허브는 바다의 괴물과, 크루소는 고독과, 대통령께선 제도와…”
에이허브:
“나는 사실 나 자신과 싸우고 있었소. 고래는 거대한 허상이었다.
나의 집착이 만들어낸 괴물일 뿐. 그게 나를 위대하게 만든 걸까, 아니면 파멸시켰을까.”
노무현:
“많은 이가 묻지요. 끝내 무너지게 될 것을 알면서도 왜 멈추지 않았느냐고.
나는 ‘포기하면 편하다’는 말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불가능한 싸움이어도 싸우는 것이 사람을 사람답게 한다고 믿었습니다.”
크루소:
“그렇다면 결국, 의지는 집착과 다르다는 말인가?”
산티아고:
“그 차이는 얇은 종이 한 장이오. 나도 알고 있었지. 내가 잡은 그 물고기를 절대 지킬 수 없을 거란 걸.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바다로 나갔소. 그건 자존이었다.
삶이 나를 떠밀어도, 나도 삶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디뎠던 것이오.”
노무현:
“하지만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죠. ‘포기하지 마, 더 가져, 더 올라가.’
그건 투지가 아니라 탐욕일 수 있어요. 의지는 내가 누구인지 잊지 않기 위한 고집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청빈을 선택한 겁니다.”
에이허브:
“나는 탐욕과 투지를 구분하지 못했다.
내 배를 몰고 바다를 찢어 헤집으며, 사실은 내 안의 분노에 휘둘렸지. 산티아고, 자네는 후회가 없는가?”
산티아고:
“아니오. 난 졌지만, 부끄럽지 않았소.
내 의지는 나를 끝까지 사람답게 붙잡아주었으니까. 물고기를 잃었지만, 나 자신은 되찾았소.”
크루소:
“그 말, 깊이 와닿는구려. 나는 무인도에서 집을 지었고, 달력을 만들고,
빵을 굽는 법을 스스로 익혔소. 그 모든 시간이 허무할 수 있지만…
무너지는 문명 속에서도 나를 사람으로 지키려 했던 노력은 값졌다고 믿고 싶소.”
노무현:
“나는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온 뒤에도 한결같고 싶었어요. 권위 대신 인간 노무현으로 살고 싶었지요. 그러나 세상은 그 자유를 가볍게 여기지 않더군요. 마지막에는 많은 짐을 남기고 떠나게 되었지요. 그렇다고 해서 내가 걸어온 길이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에이허브:
“당신의 죽음은, 내가 고래를 쫓다 침몰한 것과 다르군요.
나는 집착에 무너졌지만, 당신은 끝까지 인간으로 남고자 했지.”
산티아고:
“그래서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에겐 어떤 의지가 필요한가?
무너져도 다시 일어서는 고독한 투지인가, 아니면 방향을 알고 멈출 줄 아는 지혜인가?”
마지막 장면.
노을 진 하늘 아래, 네 인물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크루소는 다시 모래 위에 날짜를 새기고,
산티아고는 물고기 뼈를 품고 뗏목에 앉는다.
에이허브는 나침반을 꺼내지만 이번엔 북극성이 아닌 자신의 심장을 바라본다.
그리고 노무현은 이 세 사람을 향해 담담히 말한다.
“진심이 있었다면, 그 길은 외롭지 않았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