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귀환–
시민이 대법관을 심판하다

“그날 우리는 다시 촛불을 들었다”

by 이안

(배경음: 묵직한 북소리, 하늘에서 흐르는 듯한 찬란한 빛)


염라대왕
(천천히 일어서며)
이제, 마지막 심판은 내가 아닌…
이 나라의 주인,
주권자들의 손에 맡기겠다.


(그때, 어둠을 뚫고 환한 불빛들이 천상의 재판장으로 들어온다.
수천의 시민들, 하나둘 촛불을 들고 올라온다.
그들은 말없이 서 있었지만, 그 침묵은 우레 같았다.)


시민 1 (고등학생 소녀)
“판사님들, 우린 시험 한 문제도 부정하면 낙제예요.
당신들은 헌법을 통째로 틀렸는데, 왜 당당하죠?”


시민 2 (육아 중인 엄마)
“우리 아이에게,
‘정의는 법정에서 이긴다’고 가르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시민 3 (은퇴한 노동자)
" 근데 말이죠…
그렇게 서둘러서, 그 많은 기록은 언제 다 읽었습니까?”


시민 4 (30대 청년, 고개를 든다)
“민주주의는,
컵라면 뚜껑이 열리기도 전에 내려지는 게 아닙니다!”


시민 5 (중년 여성, 눈시울을 붉히며)
“당신들이 판사복을 입고 한 건,
법이 아니라 칼이었습니다.
그 칼날은 국민의 가슴을 찔렀습니다.”


(천상의 재판장,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들)

“조희대를 탄핵하라!”
“사법 쿠데타를 막아라!”
“우리는 잊지 않는다!”


염라대왕 (감동과 결기 서린 목소리)
“이것이 진정한 하늘의 뜻이다.
민주주의의 수호자는 판사가 아니라, 국민이다.
이 촛불은 불이 아니다.
이건 정의의 빛이다.”


(그 순간, 대법관들이 앉았던 자리에 하나씩 불이 꺼지기 시작한다.
그들은 서서히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마무리 내레이션:


“우리는 알아야 했다.
그들이 어떤 옷을 입든, 어떤 지위에 있든
국민 위에 설 수는 없다는 것을.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기억하는 한,
다시 쓰러지지 않는다.”


지옥의 독백 – 조희대타노스의 탄식


부제: "늦게 도착한 정의는 정의일 수 있는가?"


(무대: 붉게 타오르는 지옥. 검은 법복을 입은 조희대타노스가 어둠 속 바위에 홀로 앉아 있다.
하늘은 불타고, 땅은 갈라지고, 한기와 열기가 동시에 몰려온다.)


조희대타노스 (중얼거리듯)
“… 나는 법을 지킨 줄 알았다.
법의 탈을 썼지만,
그 속엔 나의 두려움과 계산이 숨어 있었다.”


(무대 뒤편, 수만 권의 법전이 휙휙 날아가며 타들어간다.)


조희대타노스
“속도를 택했다.
절차는 거추장스러웠고,
‘정의’는 너무 더디게 걸었다.
그래서… 우리는
컵라면이 익기도 전에 판결을 내렸다.
국민의 운명을, 배달 어플 누르듯 결정했다.”


(사방에서 시민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이건 판결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다.”
“헌법에 칼을 꽂고, 라면이 불까 봐 서둘렀다.”
“그날, 당신은 한 사람의 피선거권만 박탈한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조희대타노스 (고개를 감싸 쥐며)
“내가 가진 권력은…
결국 국민이 맡긴 것이었지.
나는 왜 그 권력을
윤석열의 눈치와 기득권의 안락함에 썼을까…”


(천천히 눈을 들며, 허공을 향해)


“이재명 하나를 막는 데 혈안이 됐지만,
나는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스스로 파기환송했다.
그날의 전원합의체는
회의가 아니라, 도살장이었다.
다양한 의견은 없었고,
숙의는 사라졌으며,
우리의 문장은 칼날이 되었지…”


(잠시 침묵. 다시 흐느끼듯 말한다.)

“염라대왕이 말했지.
‘법은 양심이 있어야 살아 숨 쉰다’고…
나는 양심을 법률 해석이라는 안갯속에 감췄다.”


조희대타노스 (천천히 일어나며)
“이곳이 지옥인가.
아니, 진짜 지옥은…
국민의 신뢰를 잃고도 부끄러움을 모른 채 살아가는 법관의 삶이었다.”


(그가 고개를 푹 숙인다.
배경에는 시민들의 촛불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그 빛이 지옥을 서서히 비추기 시작한다.)


� 엔딩 내레이션:


“정의는 때로 늦게 오지만,
그것이 도착할 때, 어둠은 빛을 피해 도망친다.
그리고 우리는 반드시 기억한다.
‘그들’의 이름, ‘그날’의 행위, ‘그때’의 고요한 분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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