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은 금기인가, 규율인가

소크라테스 vs 푸코 철학 대화

by 이안

등장인물

소크라테스: 고대 아테네의 철학자, 문답법과 이성적 탐구의 대가

푸코: 20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권력과 지식의 관계를 해부한 사상가


어느 늦은 오후, 두 사람은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인 광장의 가장자리에 앉아 있다.

멀리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장터의 소란이 들려온다.


소크라테스 (주변을 둘러보며): 푸코, 자네와 나눈 이야기를 돌이켜 보니,

인간 삶의 가장 은밀한 부분조차도 권력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구먼.

나는 오늘 자네에게 ‘성(性)’에 관해 묻고 싶네. 성은 금기인가, 아니면 규율인가?


푸코 (조용히 웃으며): 선생님, 많은 사람들은 과거를 ‘억압의 시대’로 생각합니다.

성에 대해 침묵하고, 감추고, 억제했던 시기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성은 끊임없이

말해져 왔다고 봅니다. 단지 그 말이 ‘어떻게’ 관리되었는지가 중요합니다.


소크라테스: 성에 대해 침묵하지 않았다고? 자네, 대체 무슨 뜻인가?

푸코: 예컨대 교회 고해성사에서는 사제들이 신도에게 성적 행위를 일일이 고백하게 했습니다.

의학은 성적 취향을 분석하고 분류했습니다. 교육은 성을 규범화하며 통제했습니다.

성은 억압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리되고 조직되며 규율된 것입니다.


소크라테스: 그러니까 자네 말은, 우리가 성을 감췄다고 생각한 것이

사실은 권력의 질서를 따르는 말하기였다는 것이로군.

푸코: 정확히 보셨습니다. 저는 이것을 ‘성에 대한 담론의 폭발’이라 부릅니다.

우리는 성을 금기시한 것이 아니라, 특정 방식으로 계속 말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말들은 모두 정상/비정상, 건강/질병, 순결/타락 같은 기준 아래 조직되었지요.


소크라테스: 음… 들을수록 흥미롭군. 성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원하는 방식으로 말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군.

푸코: 네, 선생님. 성은 단지 사적인 것이 아니라, 국가, 종교, 학문이 모두 관여한 사회적 구조였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구조 안에서 스스로를 판단하고, 조절하고, 순응하게 됩니다.


소크라테스: 그러면 성은 단지 욕망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를 구성하는 방식이기도 하겠군.

푸코: 맞습니다. 우리는 어떤 성적 지향, 어떤 성적 행위를 택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그 정체성을 인식하고 말하게 되었는가를 살펴야 합니다.

성은 자아의 핵심이자, 사회가 그 자아를 규율하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소크라테스: 결국 성은 인간의 본능이라기보단, 사회적 구성물이로군.

그렇다면 묻겠네. 자네는 성적 자유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푸코: 성적 자유는 억압의 제거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욕망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성찰할 때, 비로소 자유는 시작됩니다.

그것이 제가 말하는 ‘자기의 성적 진실’을 말하는 권력 구조를 해체하는 작업입니다.


소크라테스: 흐음, 자네의 말은 결국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일이로군.

성도 그 질문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라는 것이겠지.

푸코 (고개를 끄덕이며): 예, 선생님. 성은 단순한 생물학이 아니라, 사회적 훈련과 통제,

자기 인식의 총체입니다. 그래서 성을 말하는 방식이 바뀌면, 인간의 존재 방식도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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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통찰

성은 단지 억압된 것이 아니라,
권력에 의해 끊임없이 말하게 된 것이다.
성에 대한 말은 개인의 자아를
구성하고 통제하는 방식이 된다.
자유는 억압의 제거만이 아니라,
욕망의 기원을 성찰하는 데서 시작된다.

다음 편 예고: 제6부. 자유란 무엇인가 — 권력의 생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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