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토카르추크×제제]1.너는 너를 기다릴 줄 아니?

— 『잃어버린 영혼』으로부터의 대화

by 이안

서문 – 두 사람의 만남


올가 토카르추크는 폴란드의 작가입니다.
그녀는 세계를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사람입니다.
그녀의 문장에는 철학이 있고, 신화가 있고,
무엇보다 고요히 상처를 감싸는 자비의 언어가 흐릅니다.


제제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에 나오는 소년입니다.
다섯 살.
그는 어린아이지만, 너무 많은 고통을 먼저 배운 아이입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상상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으며,
무너진 마음을 말로 꿰매는 법을 압니다.


이 두 존재는 서로 다른 책에서 태어났지만,
오늘은 같은 시간 속에서
한 권의 대화를 시작하려 합니다.


1. 이 대화가 시작된 이유 — 존재의 이름을 잃어버렸을 때


제제는 어느 날 자신이 어디 있는지,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잊고 말았다.
이름은 있는데, 그 이름에 담긴 ‘살았던 흔적’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그러다 『잃어버린 영혼』이라는 짧은 그림책을 만났고,
거기엔 자신과 닮은 이야기가 조용히 놓여 있었다.


한 남자가 너무 바쁘게 살다가
영혼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몸은 여전히 회사에 가고, 식사를 하고, 잠을 자지만,
그는 어느 날 자신에게 속삭인다.


“나는 나를 기다려야 해.”


제제는 그 문장을 노트에 적어두었다.
그리고 올가에게 편지를 썼다.


“올가,
저는 저를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그건 슬픈 일일까요, 아니면 희망일까요?”


2. 어디선가 나를 놓쳐버렸어요


제제:
올가, 저는 제가 저를 놓친 것 같아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어요.
하루하루 살아가고는 있는데,
어딘가에 나의 한 조각이 남겨진 것 같아요.
혹시 나는 나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요?


올가:
그랬단다, 제제야.
나도 그런 사람을 만났어.


『잃어버린 영혼』에 나오는 그 남자도
자기가 자기를 잃어버린 줄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지.


그는 아주 멀리까지 가야 했단다.
그리고 조용한 곳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기를 기다렸지.


제제야, 스스로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만이
자기를 다시 만날 수 있단다.


3. 나는 너무 오래 말만 하고 있었어요


제제:
올가, 저는 너무 많은 말들을 했던 것 같아요.
책 속에서도, 친구들 앞에서도
나는 괜찮다고, 잘 지낸다고
끝없이 말했거든요.
근데 그 말들이 나를 멀리 떠나게 만든 건 아닐까요?


올가:
말은 때로, 마음보다 먼저 멀리 가버리기도 한단다.
우리는 스스로를 설득하느라
자기를 지우곤 하지.
그래서 『잃어버린 영혼』의 주인공은
말을 멈추었단다.


그는 말 대신 기다렸고,
기다림 대신 마음을 들여다봤어.
말이 필요 없는 순간,
그제야 그의 영혼이 돌아왔단다.


4. 기다림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일까요?


제제:
근데 올가, 기다린다는 건…
좀 슬픈 일이기도 해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요.
그냥 앉아서, 그저 기다리기만 하는 거예요.
그게 정말 나를 위한 일일까요?


올가:
제제야,
가장 조용한 시간 속에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단다.


『잃어버린 영혼』에서 그 남자는
한 계절이 지나고,
또 한 계절이 지나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하지만 바로 그 틈에서,
멀리 떠났던 영혼이 조용히 걸어왔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 시간은
사실 모든 일이 일어나고 있는 순간이란다.


우리는 그걸 ‘내면’이라고 부르지.


5. 나는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요?


제제:
그 남자는,
자기 영혼을 다시 만났을 때
그걸 어떻게 알아봤을까요?
나는,
내가 나인지 확신할 수 없을 때가 많은데요.


올가:
그는 영혼의 얼굴을 보자마자
아무 말 없이 웃었단다.
그 웃음은 오래전 잃어버린 목소리처럼
그의 가슴에서 울렸어.


제제야,
너도 그럴 거야.
너의 영혼은 네가 가장 힘들었을 때
곁에 있던 새벽빛,
네가 잊었다고 믿은 냄새,
아무 말 없이 잡았던 손처럼
아주 천천히 돌아올 거야.


그리고 너는 그때, 알아보게 될 거야.
“아, 나는 이 아이였구나.” 하고.


6. 나를 찾았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제제:
올가,
그 남자가 자기를 다시 찾았을 때,
그건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나는 그걸 상상조차 못 해요.
혹시 그건,
다시는 사라지지 않겠다는 기분일까요?


올가:
그건…
사라져도 괜찮다는 기분이었단다, 제제야.
그는 자기 자신이었고,
그러면서도 누가 와도 괜찮을 만큼 평온했어.


사라짐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던 거지.
자기를 찾는다는 건
다시는 잃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이젠 놓쳐도 다시 돌아올 거란 걸 아는 마음이야.
너도, 언젠가는 그렇게 웃게 될 거야.
조용히, 아주 오래도록 기다렸던 사람처럼.


7. 『잃어버린 영혼』 — 존재와 시간에 대한 우화


『잃어버린 영혼』은 올가 토카르추크가 글을 쓰고
요안나 콘세이요가 그림을 그린 짧은 이야기다.
텍스트는 아주 간결하지만,
그 안에는 현대인의 존재적 공허와
내면으로 돌아가는 기다림의 시간이 담겨 있다.


이야기의 남자는 바쁘게 사는 와중에
자신의 영혼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조용한 마을에 머물며,
침묵과 기다림으로 자기를 회복한다.


이 책은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각자의 ‘영혼을 기다릴 줄 아는 시간’을 이야기한다.


8. 우리 모두의 안에, 잃어버린 누군가가 있다


이 대화는 ‘잃어버린 것’을 다시 부르는 일이었다.
잃어버린 나,
잃어버린 말,
잃어버린 이름,
잃어버린 웃음.


올가는 말한다.
“존재는, 기다릴 줄 아는 자에게만 돌아온다.”


제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제 안다.
자기를 향해 걷고 있는 그 아이가, 언젠가 자신에게 도착할 것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