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레비나스 × 엘리 비젤
홀로코스트의 잿더미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서로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가?
도시는 잿더미였다. 전쟁은 끝났지만, 거리에 남은 공기는 여전히 검게 그을린 냄새로 가득했다. 아이들은 학교 대신 폐허 속에서 놀았고, 그들의 얼굴은 먼지와 재로 덮여 있었다. 그들은 이름이 없었다. 부모의 기록은 불에 타 사라졌고, 친척은 행방을 알 수 없었으며, 서류에는 “출생 불명”이라는 문장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이름 없는 아이들의 도시』 속 아이들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전쟁 속에 살았다. 언어는 반 토막으로 잘렸고, 이름을 부를 사람이 없는 세계에서, 그들은 서로를 별명으로만 불렀다. 폐허 속에서 아이들은 먹을 것을 찾아 헤매며 이름 대신 눈빛과 손길로 서로를 불렀다. 도시는 무너졌지만, 그 무너진 틈에서 인간의 존엄을 붙잡으려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에마뉘엘 레비나스에게 윤리는 타인의 얼굴과 마주하는 순간 시작된다. 그 얼굴은 단순한 형상이 아니라, 죽이지 말라는 침묵의 명령이며, 타자를 향한 책임을 부르는 신호다.
『이름 없는 아이들의 도시』에서 이름을 잃은 아이들은 사회와 법에서 삭제된 존재다. 그러나 누군가 그들을 부를 때, 그 부름은 단순한 호명이 아니라 “당신이 여기 있다”는 존재 확인이 된다.
레비나스의 관점에서, 서로의 이름을 찾아 부르는 행위는 인간관계의 시작이자 전쟁이 파괴한 인간성을 복원하는 첫걸음이다. 이름은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타자의 고유성을 불러내는 윤리적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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