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콘도에 도착한 지 사흘째 되던 날, 하늘은 잿빛 비단을 길게 드리운 듯 낮게 내려앉았다. 공기 속에는 갓 뒤집은 밭의 흙냄새와 잘린 사탕수수 줄기의 단내가 섞여 있었다. 처음엔 유리창을 살짝 건드리는 듯 조심스러운 빗방울이, 곧 서두르는 여행객처럼 거칠게 창문을 두드렸다. 골목마다 물이 고이고, 마을 한복판의 흙길은 금세 얕은 강으로 변해 갔다. 그 위를 파란 바나나 잎과 오래된 신문지, 녹슨 깡통이 함께 흘러갔다.
나는 비 속에 서 있었다. 이곳에서 비는 단순한 날씨가 아니라, 오래된 기억을 씻어내고 새로운 이야기를 불러오는 의식이었다.
제제: “마르케스, 이 빗소리… 누군가 자장가를 부르는 것 같아요. 숨결이 고요해져요.”
마르케스: “마콘도의 비는 오래된 이야기들의 숨소리지. 잊으라고도, 다시 기억하라고도 속삭이지.”
제제: “잊고 싶은 건, 금방 잊히나요?”
마르케스: “아니. 비는 잊는 법을 가르치지 않아. 대신 상처 위에 새싹이 돋게 하지.”
마르케스는 빗물에 젖은 제제의 머리칼이 뺨에 달라붙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 속에는 조금의 두려움과 안도가 뒤섞여 있었다. 어쩌면 마르케스도 이곳에서, 내 안의 오래된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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