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순의 유럽문화사]10. 국가와 시민의 새로운 계약

— 19세기 후반, 의무교육과 대중문해의 시대

by 이안

1 단락 — 장면과 질문


저녁 무렵,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 아래 작은 골목 끝, 허름한 교실 안. 나무 책상 위에 올려진 촛불은 바람에 흔들리며 그림자를 길게 늘인다. 손에 굳은살이 깊게 파인 인부들이 철자 하나하나를 또박또박 읽어 나간다. 낮에는 시멘트 포대와 석재를 나르던 손이, 밤에는 연필을 잡고 글자를 따라 그린다.


어린 시절 학교 문턱조차 밟지 못했던 그들이, 이제는 스스로 신문을 읽고 편지를 쓸 수 있다는 기쁨에 얼굴을 붉힌다. 그러나 그 미소 속에는 질문이 숨어 있다.


‘왜 지금, 국가가 우리에게 글을 가르치기 시작했을까?’


서순은 이 장면을 19세기 후반 유럽의 결정적 전환점으로 본다. 글을 가르치는 행위가 단순한 시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를 재편하는 정치적 선택이었다는 점에서다.


2 단락 — 역사적 맥락


1870년대 유럽은 전쟁과 산업화, 그리고 국가 형성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이후, 독일 제국은 통일을 달성하고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구축했다. 프랑스는 패전의 충격 속에서 제3공화국을 출범시키며 ‘시민’을 재정의하려 했다. 영국은 1867년과 1884년의 선거법 개혁으로 유권자 범위를 넓혔다. 하지만 선거권 확대는 곧 문해력의 확대와 직결됐다.


읽고 쓰고 계산할 수 있어야만 정치에 참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순은 여기서, 문해력이 더 이상 사적 특권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핵심 자원이 되었음을 강조한다.


3 단락 — 구조와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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