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희 Dec 24. 2019

이듬해봄 손님 이야기

무더운 여름날 방문한 딸, 칼바람 불던 겨울날 방문한 아버지

아직도 눈에 선하다. 

백팩에 트렁크 까지 끌고선, 땀방울을 반짝이며 이듬해봄에 들어서던 그녀..

누가 봐도 한눈에 도보 여행자라는것을 알수 있었고, 미안함과 고마운 맘에 낼름 가방을 받아 거들어 주었다.

에어컨 바람 보다 더 시원 했던건, 처음 마주 했지만, 죽이 척척 잘 맞는 우리들의 호흡이였다. 

그녀는 그렇게 이듬해봄 공간을 가득 채워 주었고, 단 몇시간의 끄덕이는 공감으로 친구였었고,

이듬해봄을 떠났다. 

언제나 그러하듯 단 몇시간이라도 만족한다. 그 순간 우리는 행복 했으니까....

때론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런 만남이 참으로 담백하고 마냥 좋을때가 있다.

참으로 기억에 남는 손님 이였다. 


그해 겨울..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께서 몇번의 전화를 하셨다.

위치를 물으셨고, 영업시간을 물으셨고, 나는 지금 걸어 가고 있으니 나를 기달려 달라고 하셨다.

이분 역시 커다란 배낭과 함께, 누가봐도 도보여행자!

따뜻한 커피로 추위를 대신 이겨 드리고 싶은 마음에 선뜻 내 드렸더니..

우리 딸이 제주도 간다고 하니 이듬해봄은 꼭 다녀 오라고 하셨다며, 웃으신다.

그리고 주인장이 추천해주는 책 한권을 꼭 구입해서 오라고 했단다.

올레길을 걷고 계신데, 일부러 찾아 오셨다고 한다.


누가 그 딸에 그 아버지 아니랄까봐서리...

무더운여름 그 분의 아버지셨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을까나. 나는 어떻게 감사함을 표해야 하나...


그해 여름, 그리고 겨울 ..

덥고, 추웠지만..

공간에서의 인연의 힘은 나를 편안한 온도로 안내해 주었다.


그런 날이 있다.

어느날 문득 손님들이 마구 생각 나는...

우리가 몇번이나 봤다고, 몇시간이 함께 있었다고, 이런 감정이 생기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할수 있지만.

우리만이 아는 암호 같은 그런 감정들... 그런것이 뭐 있다.



작가의 이전글 월요일의 손님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