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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휘 Aug 15. 2024

당근과 채찍

가짜가 되어버린 샤넬


<당근과 채찍> 이라는 말의 사전적인 의미는

원하는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보상과 체벌을 통합하여 사용하는 은유적인 표현을 말한다고 합니다.


저는 당근 마켓을 하면서 늘 작은 기쁨을 느꼈거든요. 그런데 당근 마켓에 온도를 보고 어떤 분이 깜짝 놀라시는 거예요. 어떻게 이렇게 온도가 높을 수가 있죠??? 라며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랑 거래하는 게  즐겁고 좋아해서 저도 기쁜 마음으로 거래하니깐 이렇게 온도가 높아졌나 봐요.라고 대답을 했죠. 처음에는 그 말을 듣고 칭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분 표정에서 경외에 찬 눈빛과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거든요. 당근온도 74도 / 거래횟수 120회


그런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나는 왜 당근 마켓을 이렇게 하고 있나? 당근 마켓에서 중고거래를 할 일이 그렇게 많았나? 나는 당근 마켓에서 무엇을 팔고 무엇을 얻었을까? 당근 마켓은 어쩌면 게임 거 같은 거 아닐까? 당근 마켓은 어쩌면 사전적인 의미의 원하는 행동 원하는 것을 위하여 내 것을 내어 주고 보상을 받는 표현이라는 사전적 의미와 너무 닮아 보였어요. 당근 마켓은 당근과 채찍이라고 이름을 바꿔야 될 거 아 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살면서 새것을 사는 것도 좋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적게 사고 안사고 갖고 싶은 것을 저렴하게 갖는 것도 사회 일원으로 좋은 것에 해당한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이런 생각의 들고 나니 여러 가지 기분이 들더군요. 저는 과연 즐거워서 당근 마켓을 하는 걸까요? 쇼핑 대신 당근 마켓을 하는 건 아닐까요? 무료한 시간을 소비하기 위하여 하루에 단, 하나라도 즐거움을 찾기 위하여 2000원 3000원 거래를 하며 조금이나마 마음에 위안을 얻는 거 아닐까요?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굉장히 울적한 기분이 드네요.


왜 상품을 제값을 주고 사지 못하고 중고거래만 할까 신발도 당근, 티셔츠도 당근, 반지도 당근, 머리띠도 당근, 털실도 당근, 물감도 당근, 책도 당근........ 알라딘에서 중고책을 살 때는 책을 산다는 느낌이었는데, 지금 제가 느끼는 당근거래의 감정은 확연히 다른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근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는 저는 쿠팡도 필요 없고 마켓컬리도 필요 없고 코스트코도 필요 없고 트레이더스도 필요 없고 그냥 돈이 없어서 중고거래를 하는 아줌마일 뿐이더라는거죠.


그렇다면 왜 저는 중고거래만 할 수밖에 없었을까,

생각해 보니 처음엔 득템 했다는 생각에 좋았었는데... 어느 순간엔 내가 가정경제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천 원 삼천 원짜리 살 땐 그런지 몰랐어요. 하지만 책 거래를 하면서 당근 마켓에 온도를 보고 깜짝 놀라는 그분의 표정을 보고 생각한 끝에 결론은 이겁니다.


사회 활동을 하여 정당한 일에 대가를 받고 그것으로 새 상품 살 수 있는 나의 능력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든거에요. 이런 생각이 들었으니 당분간은 당근 마켓은 끊어야 될 것 같아요. 요즘 이런 말들을 자주 하잖아요, 소소한 즐거움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이 당근마켓이라는 것 자체가 저에게 주는 의미는 그게 아닌 것 같아요.


금전적인 여유가 없고 여유롭지 못하니 남에 물건을 중고로 사서 마치 새 옷을 산 듯한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찍고 새 책인 그냥 사진을 찍고 새것을 쇼핑한 것 마냥 하는 모양새를 보니 참 한심스럽습니다. 어느 날엔 이런 일이 있었어요. 샤넬 가방을 35 만원에 득템을 한 거죠. 새벽에 그 당근은 난리가 났고 30 명이 넘는 분들이 그분께 메시지를 보냈어요. 말풍선이 동그랗게 30 개를 넘어가고 있었던 시점이죠. 저는 바로 입금을 했고, 그 물건은 제 물건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분 께서 이 글을 내릴 테니 걱정 마시라고 진품이라고,  사람들이 본인들이 사겠다고 더 웃돈을 줄 테니 팔라고 난리가 난 거죠,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문자가 계속 온다고 글을 내린다고 하시기에 알겠다고 했습니다. 가지러 갔더니 그분은 개런티카드랑 쇼핑백이랑 백화점 영수증이랑 다 넣어서 주셨지요. 저는 샤넬 가방은 처음 갖는 거라 너무너무 기쁜 마음에 사진도 사진을 찍고 인스타에 올리고 사진을 마구 찍었죠,  마침 당근에서 산 흰색 나이키 티셔츠에 샤넬가방 들고 다니는 센스 있는 스타일도 연출해 보고요. 아, 나도 샤넬이라는 걸 써보는구나. 웬일이야!! 득템이야!! 나는 정말 똘똘하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이렇게 말을 했어요. 야 그게 진짜 같아? 진짜면 35만원에 팔았겠어. 백화점 정품의 1000 만원이 넘는 그 가방을 누가 바보 같이 30 만원에 팔겠냐? 그건 가짜일 거야! 라는 말해 충격을 받았어요. 진짜라고 믿고 샀는데 그리고 진짜로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도 못하는 저는 남편 말을 믿어야 할지 그 당근판매자 분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난 분명히 샤넬 쇼핑백에 샤넬 개런티카드에 현백 영수증을 받았으니 새 상품이라 믿었는데, 새 상품이 아니라도 가짜여도 할 말이 없겠죠. 다른 샤넬가방 영수증에 당근에서 산 쇼핑백인지 누가 알겠어요. 쇼핑백도 다 중고 거래되는걸.... ㅎㅎㅎ


그래서 전 명품 중고 마켓에 가서 그 상품을 진품인지 여부를 여쭤 보러 가 보려고 했어요. 그 가방이 진짜여도 진짜이면 다행 이겠지만 가짜여도 어쩔 수 없는 거죠. 다만 그것을 가짜인 줄 알면서 기뻐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옆에서 가짜 가방 들고 좋아하는 저를 바라봤을 남편에 눈빛을 생각하니 약이 오르네요. 얼마나 한심해 보였을지, 얼마나 어리석다 생각했을지...


저는 명품 중고샵에 가서 진품여부를 알아보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그냥 가짜라 생각하고 버리는 게 좋을까요?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오늘도 마음은 공허함으로 메워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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