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숑로제 Oct 30. 2018

숙성회는 사랑

2018.10.30.



신랑과 함께 산지 어느덧 8년.

나와 여러모로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엄청난' 결혼을 하고 싶을 정도로.


실제로 같이 살아보니 

내가 사람보는 눈이 좀 있긴 한 것 같다.


옥의 티라면 

우리 신랑은 회를 싫어한다.

나는 광어회 한 접시면 소주 한 병을 거뜬히 비우는 아버지를 두었으나,

신랑은 술이나 회라면 손 사레를 치는 아버님을 두었다.


신랑은 회에 대한 면역력(?)이 전혀 없어서 

조금만 회 상태가 안 좋으면 토사광란이 일어난다.

반면 나는 왠만한건 다 소화시킨다. (이게 좋은 건가 먼가)

그래서 나는 결혼을 하고 '좀' 좋아하던 회를 '굉장히' 좋아하게 되었다.


지난 주에 기운없다고 툴툴거리던 나를 위해

신랑이 퇴근길에 회를 포장해왔다.






신랑이 물었다.


"다 먹을 수 있겠어?"
 

나는 신랑의 우려가 무색하게 뚝딱 회접시를 비워나갔다.


"우리 아빠랑 먹었으면 소주 찾았겠네"


그리고 그 다음주,

신랑은 시키지도 않은 이쁜 짓을 했다.



나는 회를 추가해가며 

매운탕까지 실컷 먹어댔다.

아빠와 소주도 한 잔 했다.








회를 먹어서 

가족들과 먹어서 

훈훈한 저녁 식사였다.


그런데 반전.

엄마가 집에 돌아가서 

아빠한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 지지배가 회먹고 싶어서 

우리 부른 거였어.

엄청 잘 먹더라"




+


엄마,

그런게 아닌데.

지금 곰곰히 생각해보니 

좀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


어찌되었든  

'숙성회'는 사랑이다.

맴이 예쁜 신랑 덕분에 

우리의 사랑도 숙성되어 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와이프 아미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