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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훈 Jan 22. 2016

동네 자전거 가게 아저씨 되기

내 마음 속의 자전거

'장래 희망'이란 건 어린 시절에나 갖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만화를 보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장래 희망이 생겼다고 할까. 은퇴한 뒤 동네에서 자전거 가게를 열고 아이들 자전거를 만들어주고 고쳐주면서 살면 재미있겠단 생각이 든다.


이 만화의 주인공은 무려 4대에 걸친 가족인데, 주인공 중 주인공은 작품의 메인 무대인 '아오바 자전거가게'의 딸 토게 아오바다. 아오바의 아버지 토게 코이치가 자전거가게 주인, 아오바의 증조할아버지가 토게 상회의 창업자. 보고 있으면, 그냥 동네 자전거 가게를 드나드는 동네 사람들이 자전거의 매력에 빠지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게 되는 얘기에 불과하지만,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자전거들을 꺼내 놓는 통에 눈이 휙휙 돌아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로드레이서에 입문하는 느낌이라든지, 브롬톤과 스트라이다 같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이유 등은 안 타본 사람은 뭐라 말하기 힘든 느낌. 사실, 이 만화를 보다 말고 베란다로 나가서 자전거에 기름치고 닦고 광을 내야 했다. 안 그러면 자전거한테 뭔가 미안해서.


이 만화는 지름신을 부르는 만화로도 유명하다. 대표적인 게 위에 보이는 '로빈' 같은 자전거. 이런 걸 보고 있으면 아들하고 둘이 함께 타고 싶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특히 부러운 건 이 만화의 조연 중 한명인 아오바의 증조 할아버지 토게 소사쿠. 70이 넘어서 가게를 손자 코이치에게 물려준 뒤 여행을 떠난다. 자전거에 짐가방을 잔뜩 매고서. 아래는 시골 마을을 떠나고 싶어하는 한 소년에게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 만화가 계속 이런 식이다. 잔잔하게 사는 이야기를 하는 만화다. 자전거를 빌어서.

언젠가,


동네에서 자전거 가게 하나 열어서 손자 뻘 되는 아이들의 펑크를 때워주고, 타이어에 바람을 넣어주고, 스포크 휘어지면 갈아주면서 살아가면 재미있고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년이 다 되어가는데 생겨난 장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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